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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인지 여부

대전고등법원 청주 제2민사부 2022.12.07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3년 2월호(통권 제215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양승엽

판결 요지

【판결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중략…)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은 (…중략…)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으며, 위 임금체계 개편이 오로지 모든 측면에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임금체계 개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부분적인 임금 감액이 수반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개정된 법률을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정년연장이 특별히 유리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연장된 정년 전의 임금 삭감은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정년연장 및 그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정년의 연장 자체가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근로자에게는 근로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조치에 해당(한다). 

 

 

1. 사례의 쟁점

 

대법원은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에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함)의 연령차별인지 여부에 대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사안을 검토한 결과 연령차별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해당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은 무효라고 하였다. 위 대법원판결 이후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무효여서 임금의 차액을 구하는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위 대법원판결은 임금피크제가 연령차별이 되지 않기 위한 요건을 잘 설명하는 한편 임금피크제의 의의와 효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가진다. 그러나 해당 사안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국한되어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일 때에도 관련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가 불명확하고, 강행법규인 연령차별금지라는 규범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근로기준법」상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해당 판결 이후 제기된 사건—또는 이전 사건을 포함하여—에서 여전히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관한 쟁점이 다투어지고 있다. 리뷰 대상인 본 사안에서도 원고 근로자 측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 

 

 

2.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원고들은 1961년생이며 피고인 한국농어촌공사의 근로자들로서 2021.2.16.과 2021.12.31.에 정년인 60세가 도래함으로써 퇴직하였다. 고령자고용법이 2013.5.22.사업주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개정되었고, 피고인은 동법에 따라 2015.9.1.취업규칙인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58세였던 정년을 2016.1.1.부터 60세로 연장하였다. 인사규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개정되는 취업규칙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 

인사규정 변경 이후 원고인 근로자들은 개정된 인사규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기 때문에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변경된 인사규정 이전의 임금을 기준으로 한 차액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첫째,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것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정년을 연장한 것으로 볼 수 없는데 이에 대해 임금을 삭감한 것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다. 그런데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부와 피고 공사의 부당한 개입이 있어 노동조합의 동의는 무효이므로 취업규칙의 변경 역시 무효이다.

둘째, 취업규칙의 변경 절차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은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효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변경에는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필요한데(대법원 2019.11.14.선고 2018다200709 판결) 이러한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취업규칙의 변경은 무효이다.

이에 대해 제1심인 청주지방법원은 2022.1.19.원고 근로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청주지방법원은 해당 사건의 임금피크제가 불이익 변경이 아니며, 만일 불이익 변경이더라도 절차상 하자가 없고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적용되려면 그러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사안에서는 연봉제 규정에 우선하는 개별적 근로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원고 근로자들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항소심인 대전고등법원 청주 민사부도 제1심인 청주지방법원의 판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제1심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조건부 무효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판시 이전에 내려졌지만, 항소심은 그 이후에 내려져서 대전고등법원 청주 민사부는 대법원의 판시 사항에 대해서도 검토하였다.

먼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논거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님을 판시하였다.

첫째,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 제1항에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항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으며, 위 임금체계 개편이 오로지 모든 측면에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임금체계 개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부분적인 임금 감액이 수반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개정된 법률을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정년연장이 특별히 유리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연장된 정년 전의 임금 삭감은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정년연장 및 그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한다. 즉, 법조문을 인용할 때 취사선택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정년이 연장되면서 임금지급률이 감소되지만, 정년이 2년 연장되면서 추가로 받는 금액을 생각하면 이를 임금 삭감으로 보아 불이익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에게는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근로시간을 임금조정률과 동일하게 단축(90%→70%→60%)하여 업무 강도를 경감하였으므로 불이익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항소심은 만일 본 사안의 임금피크제 인사규정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더라도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으므로 절차상 유효하며, 제1심과 마찬가지로 취업규칙보다 유리하여 우선 적용할 개별적 근로계약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항소심은 앞서 언급한 대법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첫째, 대법원의 사안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이기 때문에 정년연장형인 본 사안에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둘째, “정년 연장 자체가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근로자에게는 근로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조치에 해당”하므로 대상조치의 적정성도 인정된다고 한다.​

 

 

3. 법원 판단에 대한 반론 

 

그러나 항소심인 대전고등법원 청주 민사부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점은 다음과 같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항소심은 첫 번째 논거로서 원고 근로자들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정년연장은 법률 개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유리한 사항이 아니라 주장하면서, 동법 제19조의2 신설에 따른 임금체계개편(임금피크제)은 불리한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한다. ​ 

그러나 항소심은 제19조와 제19조의2를 별개의 것으로 분리해서 보는 우를 범하였다. 제19조가 취업규칙에 미친 영향은 무시하면서 제19조의2가 취업규칙에 끼친 영향은 살펴보자는 원고 근로자들의 주장이 모순적이라는 항소심의 판단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분명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는 별개의 제도로서 양자가 반드시 같이 연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입법 당시의 상황을 보면 입법자는 정년연장을 하는 대신 사용자 측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할 경우 사업주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를 의무적으로 개편(임금피크제)할 것을 동시에 입법하였다. 따라서 양자는 분리하여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몸(또는 패키지)과 같은 입법으로 법체계의 편의상 별개의 조문으로 임금피크제를 신설한 것뿐이다. 따라서 원고 근로자들이 제19조의 정년연장이 유리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임금피크제를 전제한, 즉 임금 삭감을 동반한 정년연장은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정년연장은 예정되지만, 패키지로 임금도 삭감된다는 규정이 어떻게 유리한 변경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즉, 원고 근로자들의 주장을 논리 모순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항소심은 구체적으로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닌 이유로 정년연장이 되었으므로 삭감되지만 연장된 기간만큼 임금을 더 받는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근무기간이 늘어나 돈을 더 받는다는 것 자체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일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한다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노동법상의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노동법상의 원칙에 어긋난 제도를 돈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많은 사업장은 임금 삭감에 맞추어 근로시간 또한 조정한다. 이것은 원칙상 정당하다. 그러나 정당성과 근로조건의 유불리는 다른 문제이다. 깎인 근무시간만큼 임금을 삭감한다는 것은 정당할지 몰라도, 우리 노동 관행상 임금 삭감이 전제되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에게 특별한 사정(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이 없다면 근로조건의 하락으로 판단된다. 취업규칙으로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된다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취지이다.

따라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 보아야 하고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항소심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다만, 항소심은 해당 사안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고, 취업규칙에 앞선 근로계약상의 내용도 찾을 수 없어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하였는데, 이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취업규칙은 불리하게 변경되었지만, 변경 절차의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으로는 정당하다. 그렇다면 본 취업규칙은 대법원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서 판시한 대로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정당성을 다시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위의 대법원 판시 사항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이 나온다면, 정당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더라도 고령자고용법의 연령차별금지 규정에 따라 무효이다.

항소심 또한 이 점을 인식한 것인지 위 대법원의 판시는 본 사안에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 항소심은 대법원의 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본 사안의 정년연장형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성급한 예단이다. 대법원이 비록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고령자고용법상 정당성 요건에 대해 판시하였지만, 그 내용이 정년유지형에 국한한다고 판시한 적은 없다. 대법원이 설시한 ①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대상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 ③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 여부와 적정성, ④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제도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여부라는 요건은 정년연장형과 정년유지형에서 그 차이를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정년연장형이기 때문에 그 검토를 배제한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항소심은 또한 정년연장이 추가적으로 일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대상조치라고 한다. 판결문 전반에서 항소심은 근로의 연장 자체를 매우 큰 이익이기 때문에 다른 사소한 불이익은 상쇄될 수 있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근로 연장은 사용자에게만 이익일 뿐 결코 근로자에게 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항소심의 판단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편면적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 임금피크제라는 매우 중요한 근로조건 변경 절차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하여 근로자의 참여권을 봉쇄하는 제도적으로도 위험한 결론을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다양한 비평이 필요하다.

 

양승엽(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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