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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적법한 쟁의행위에 부수된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대법원 2022.10.27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3년 1월호(통권 제214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노호창

판결 요지

【판결 요지】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려면, ①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②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③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④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11.13. 선고 2003도687 판결 참조). 이러한 기준은 쟁의행위의 목적을 알리는 등 적법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노동조합의 위원장인 피고인이 방송실 관리자인 총무부장의 승인 없이 방송실 문을 잠근 다음 방송을 하고 다른 노조 간부들은 방송실 문 밖에서 총무부장 등 방송실 관리직원들이 방송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안이다.  

대상판결에서는 문제된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에서는,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기준은 쟁의행위의 목적을 알리는 등 적법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았을 때 피고인의 행위는 각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그 주체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절차적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게 개시된 쟁의행위 목적을 공지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부수적 행위이자 그와 관련한 절차적 요건의 준수 없이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방식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행위로서 전체적으로 수단과 방법이 적정성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며,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적법한 쟁의행위에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기준에 관하여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대상판결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주의점이 몇 가지 있다. 대상판결이 판단한 정당행위라는 것이 쉽게 인정되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정당행위의 경우 그 인정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바라본다. 예컨대, 다음과 같다.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ㆍ합리적으로 가려야 하는바,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정당행위의 인정 여부를 엄격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정당행위는 사회상규라는 초법규적 정당화 사유를 실정법에 들여온 예외적인 조항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정당행위는 다른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해 일반법적 성격을 가지며 문제된 구성요건적 행위가 개별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정당행위가 쉽사리 인정되는 그런 위법성 조각사유가 아니라 엄격한 요건 충족하에 인정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대상판결을 주의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에서 주의깊게 바라본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된 행위에 해당하는 쟁의행위 그 자체는 적법했다는 것이다. 

둘째, 대상판결에서 문제되었던 공간인 경영노무처 사무실 내 ‘방송실’은 대규모 방송시설이 설치된 독립적인 공간 혹은 공단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라 위 사무실 내의 회의용 공간 또는 그 주변에 칸막이를 하여 마이크 등이 설치된 소규모 공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셋째, 피고인 등이 방송실을 사용하는 동안 위 사무실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업무를 처리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넷째, 위 방송실이 원칙적으로 출입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곳이 아니고 잠금장치도 없고 또한 방송실 출입 과정에서 폭력 등 파괴행위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섯째, 방송실 사용을 위해서 사전 사용신청서 작성ㆍ제출 및 총무부장 승인이라는 절차가 내부규정상 있기는 하지만 공단에서 이를 엄격히 적용한 것도 아니고 구두로 신청ㆍ통지 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노사관행이 계속되어 왔었다는 것이다. 이는 내부 규정상 절차적 흠결이 있으나 노사관행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여섯째, 피고인 등은 약 2분가량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방송을 하였고 피고인이 방송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릴 수밖에 없었던 긴급성ㆍ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인정되었다는 것이다.

일곱째, 피고인이 위 방송실을 사용한 행위와 관련하여 공단의 시설관리권 등의 침해 정도는 미미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위법성 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의 요건을 토대로 해당 사안을 엄격하게 살펴서 정당행위를 인정했던 것이다. 따라서 적법한 쟁의행위에 수반되는 행위라면 일반적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노호창(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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