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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승진 취소에 따른 급여차이와 부당이득 판단기준

대법원 2022.08.19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2년 12월호(통권 제213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남궁준

판결 요지

【판결 요지】

승진발령이 무효임에도 근로자가 승진발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승진된 직급에 따라 계속 근무하여 온 경우,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있어 승진된 직급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임금이 지급되었다면, 근로자가 지급받은 임금은 제공된 근로의 대가이므로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사용자가 이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어 승진 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승진 전과 견주어 실질적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직급의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는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고,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여기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는 제공된 근로의 형태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국농어촌공사(이하, 원고)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에 따라 설립되어 농어촌정비사업 등을 수행하는 공기업이며 피고는 원고 소속 직원들이다. 원고는 직원들의 승진시험을 외부업체에 의뢰하여 실시하고 있었는데, 피고들을 포함한 일부 직원들이 사전에 외부업체로부터 시험문제와 답을 제공받아 시험에 합격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사후에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확인되었다. 원고는 해당 직원들에 대한 승진발령을 취소하고 승진에 따른 급여상승분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사건의 핵심쟁점은 승진을 이유로 피고가 수령한 급여 상승분이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이득(부당이득)으로서 원고에게 반환되어야 하는 금원인가였다. 법문 “법률상 원인 없이”를 이 사건에 해석ㆍ적용함에 있어 두 가지 입장이 제시되었다. 첫째, 급여 상승분 전체를 승진된 직급 그 자체 혹은 승진 자체에서 비롯된 정당한 대가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이다(형식적 직급과 급여의 포괄적 연계). 둘째, 개별 급여항목의 구체적 내용을 살피고 승진된 직급에 따른 업무와 이전 업무를 비교하여 제공한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검토한 후 그러한 경우에만 정당한 대가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이다(실질적 근로와 급여의 개별적 연계). 

원고는 ‘표준가산급’ 상승분과 ‘승진가산급’은 피고들이 수행한 업무와 상관없이 승진으로 인하여 지급되는 금원이므로 피고들은 표준가산급 상승분과 승진가산급 및 그에 따라 상승한 기준급, 연차수당, 인센티브는 부당이득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의 제1심과 원심은 비록 이 사건 각 승진발령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승진한 각 직급의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은 이상 해당 급여 상승분이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승진결격사유가 없는 동일한 직급의 다른 직원과 “동일한 업무에 동일한 기간 근무할 경우” 원고가 주장하는 “금원을 차별 없이 지급받게 되는 점과 각 금원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연봉제의 적용을 받아 수령한 급여 중 ‘표준가산급 상승분과 승진가산급 및 그에 따라 상승한 기준급, 연차수당, 인센티브’만을 따로 떼어내 이 부분 금원이 피고들이 수행한 업무와는 전적으로 상관없이 ‘승진 자체’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 반환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제1심과 원심의 논지를 정리해보자면:①일단 승진된 직급에 따른 직무를 수행했고, ②(승진발령에 하자가 없었던) 다른 동일 직급 근로자와 비교해 그 직무와 기간에 차이가 없다면(수평적 비교), 승진된 직급에서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면서 제공된 근로는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고(형식적 평가), ③급여 상승분은 전체로서 그 가치가 증대된 해당 근로에 대한 대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포괄적 연계). 

이러한 하급심의 법리에 대해 대상판결은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승진한 개별 근로자를 기준으로 보아 승진된 직급에서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면 “승진 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승진 전과 견주어 실질적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단지 직급의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는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고,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정립했다. 그리고 “여기서 승진을 전후하여 제공된 근로의 가치 간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는 제공된 근로의 형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심사기준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이 설시한 ②와 ③ 기준을 배척했다. 원심은 같은 직급의 다른 근로자와 비교해 형식상 직무ㆍ기간이 동일하다면(형식적ㆍ수평적 비교) 승진한 근로자의 근로 가치는 그들과 동일한 것(해당 근로자를 기준으로 보면 근로의 가치가 추상적으로 더 증대)으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해당 근로자의 승진 전후, 즉 상하 직급에서 각각 수행했던 업무를 실질적으로 비교해서(실질적ㆍ수직적 비교) 근로의 가치가 증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원심은 비교와 평가를 추상적으로 행한 만큼 급여항목 중 일부를 분리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은 발표된 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승진발령이 사후적으로 무효 또는 취소된 경우 근로자가 승진된 직급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지급받은 임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살피고 관련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분석한 것처럼 하급심과 대상판결의 입장이 나누어지면서 쟁점이 선명하게 부각되었고 대법원의 판단기준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 대상판결은 향후 유사 쟁점에 대한 사건의 지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남궁준(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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