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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근무성적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무보직으로 인한 해고의 정당성

대법원 2022.09.16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2년 11월호(통권 제212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강선희

판결 요지

【판결 요지】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에서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고한다는 규정을 두고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에 따라 해고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의 개요 및 법원의 판단 

 

피고회사의 인사규정은 직제개편 등으로 인원변동이 있거나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인사고과평가 성적이 하위 5% 이내인 경우’에 보직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고, 보직이 제한된 자에 대해 대기발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 또한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은 “사원이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하였을 때는 해고한다.”라고 정하였다. 관리직 근로자인 원고는 2013년 표창을 받았고, 인사고과평가는 2013년 상반기 A등급, 2013년 하반기 및 2014년 상반기 각 B등급, 2014년 하반기 D등급(관리직 총 254명 중 253위, 하위 5%에 해당)을 받았다. 원고는 2015.1.경 처음 실시한 업무역량 및 리더십역량에 대한 다면평가에서 D등급(피평가자 총 35명 중 33위)을 받았다. 피고회사는 2015.2.27. 원고에게 직제개편 및 인사고과평가 불량을 이유로 2015.3. 1.자 대기발령하였다. 원고는 대기발령기간 중 업무과제(‘절박한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연간 간접비 150억 원 절감방안을 제시하라’)를 부여받고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평가 결과 D등급을 받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교재를 통한 업무 테스트’의 수행과제를 부여받았으나 업무부적격 기준인 40점에 미달하는 31점을 받았다. 피고회사는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한 원고를 2015. 7.17.자로 해고하였다. 이에 근로자는 위 대기발령과 해고가 무효라며 해고무효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고, 1심(부산지방법원 2017.9.14. 선고 2016가합3532 판결)과 2심(부산고등법원 2018. 6.20. 선고 2017나5619 판결)에서 모두 패소하였다. 그러나 상고심인 대법원(대상판결)은 대기발령은 기각하고, 해고에 대한 부분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여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모든 심급에서 결론을 같이한 대기발령의 정당성과 관련해서 대상판결은 “기업이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라는 종전 판례 법리를 전제하면서 이 사건 대기발령은 피고회사의 조직 개편 및 원고에 대한 인사고과평가에 따른 것으로 인사규정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이고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대기발령 후 무보직으로 인한 해고 

 

실무에서 저성과, 직무수행능력 부족, 실적 및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는 직권면직(당연퇴직, 당연면직, 면직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저성과자 등에 대해 대기발령이나 직위해제를 하고 그 기간 내에 보직이나 직위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 해고(직권ㆍ당연면직)되는 규정을 두는 경우이다. 이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면 세상 해고가 쉽다는 말이 나올 법하겠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규정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징계해고보다 용이하다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법원은 대기발령에 이은 해고를 일체로서 관찰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대기발령이 인사규정 등에 의하여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 해고가 정당한 처분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발령 당시에 이미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가 존재하였거나 대기발령 기간 중 그와 같은 해고사유가 확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 법리는 해고가 일정한 비위행위에 대한 제재로서 이루어지는 경우이며,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대기발령과 그에 이은 해고의 경우는 위와 달리 판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21.2.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은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라고 전제하면서 【판결요지】와 같은 내용으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라 “원심은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는지, 그 부진의 정도가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나아가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지, 피고가 원고에게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단지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정당하고 대기발령 기간 동안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그대로 타당한 지적이다. 대상판결은 대기발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대기발령의 원인행위인 인사고과평가의 정당성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대기발령 후 해고의 정당성, 즉 해고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에 초점을 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위 대법원 2018다253680 판결에서 제시한 평가의 공정성 및 객관성 여부를 살펴보고자 한다. 

 

 

3. 인사고과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지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인사고과평가의 항목ㆍ요소 및 평가자 등이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평가 결과가 공정한지 및 대기발령 기준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원고는 2013년 상ㆍ하반기와 2014년 상반기의 평가에서 AㆍB등급을 받았는데 2014년 하반기에 D등급을 받아 대기발령 및 해고의 대상자가 되었다. 평가항목이 계량적 지표여서 그에 미달하였다는 객관적 사실이 없는 한 갑자기 D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 대기발령 및 해고가 될 수 있는 기준이 사용자의 재량사항(인사고과평가 성적이 하위 5% 이내인 경우에 보직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으로 규정되어 있고, 그것도 1회의 결과만으로도 대기발령뿐만 아니라 해고까지도 가능하도록 하였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평가 결과 D등급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하위 5% 이내)라는 점이다. 누군가를 선발하거나 추천하는 등으로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특히 승진이나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등)이나 제한된 자원을 배분하는 데에 있어 서열을 정하여 차등적으로 배분하거나 우선 배분하는 경우(특히 임금 및 보상에서의 차등, 성과급의 배분 등)에는 상대평가방법이 주로 활용된다. 이러한 상대평가는 근로자들 간 비교를 통하여 개별 근로자의 위치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개별 근로자의 근무실적 및 근무태도 등을 그대로 고과하는 평가방법이 아니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상대평가 결과 하위 순위ㆍ등급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고용종료시키는 경우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및 근무태도 등과 상관없이 일정 비율의 근로자가 고용종료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시 말하면, 상대평가방법에 의한 평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의 저성과 및 근무태도 불량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용종료의 기준으로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즉 상대평가에 따라 하위 순위ㆍ등급에 해당한다고 해서 근무실적 및 근무태도 등이 저조하다거나 불량하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해고의 정당성 요건인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 없다. 

이 글을 작성하게 된 배경은 하위 5%에 해당하는 것이 과연 성과 부진자, 저성과자인가라는 의구심에 있었고, 이와 더불어 언제든지 하위 5%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나올 수밖에 없는데 경쟁에서 탈락하면 해고로 내몰려야 되는 이러한 상황이 경쟁에서 탈락하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오징어게임과 무엇이 다른가. 해고로 내모는 무한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강선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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