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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노동조합의 선전행위와 형사처벌:주거침입과 업무방해의 판단기준

대법원 2022.09.07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2년 11월호(통권 제212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김근주

판결 요지

【판결 요지】

(1)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어 개방된 H 강서점 매장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ㆍ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10956 판결 등 참조), 피해자 등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한다. 노동3권에 기반한 조합활동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태양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쟁의행위를 중심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제도들은 학설과 판례를 통해 다양한 논의와 판단기준이 수립되어 있다. 반면 노동조합의 사업장 구성원 또는 경영진에 대한 홍보ㆍ선전활동 등은 노동법학의 영역에서 이론적으로 검토되기보다는 판례를 통하여 그 행위태양에 따른 형사책임 판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보물 및 주장에 대한 허위사실공표 내지 명예훼손이나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는 사업장 내 선전활동에 대한 주거침입 내지 업무방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상 판결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한 선전행위에 대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 주거침입과 업무방해죄가 문제가 된 사건으로, 대법원은 1심 및 원심의 유죄 판단을 전부 무죄의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주거침입의 판단 대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간부와 조합원인 피고인들이 공동으로 2020년 5월 28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서구에 있는 대형마트 H 강서점에 방문한 대표이사 등에게 해고와 전보 인사발령에 항의하기 위해 위 H 강서점장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문을 통해 H 강서점 2층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 사건의 1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11.11. 선고 2020고정1601판결)과 원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21.7.6. 선고 2020노2600 판결)은 피고인들이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H 강서점에 들어감으로써 건조물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하였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H 강서점 2층 매장은 영업시간 중에는 출입자격 등의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는 점, ②피고인들은 공소사실과 같이 영업시간에 손님들이 이용하는 정문과 매장 입구를 차례로 통과하여 2층 매장에 들어가면서 보안요원 등에게 제지를 받거나 보안요원이 자리를 비운 때를 노려 들어가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를 주된 근거로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본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최근의 유사한 사건(대법원 2022.6.16. 선고 2021도7087 판결)에서 설시한 대법원 판단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어 개방된 건조물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그 건조물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법리에도 불구하고 하급심 판단에서 ‘소유자 및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주거침입을 쉽게 인정한 점은, 과거의 주거침입죄의 해석론이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최근 간통 목적의 주거침입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1.9.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범죄 목적의 상가 침입을 건조물 침입을 부정한 사건(대법원 2022.5.12. 선고 2022도2907 판결) 등에서 ‘추정적 의사’에 의한 주거침입을 일관되게 부정하고 있는 것이 판례의 흐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노동관계에서도 사업장의 종업원은 물론,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예컨대 상급노조의 간부 등)이라 하더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통상적인 출입 방식에 의한 조합활동에 대해 주거침입을 부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한편 업무방해에 관한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H 강서점 2층 매장에 들어간 7명의 피고인들이 공모해 ‘부당해고’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피해자(강서점 지점장)와 H 대표이사 등 임직원을 따라다니며 “강제전배 멈추어라, 통합운영 하지마라, 직원들이 아파한다, 부당해고 그만하라”라고 고성을 지르는 방법으로 약 30분간 피해자의 현장점검 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1심과 원심은 다수의 피고인들이 매장에서 피켓을 들고 피해자 등을 계속 따라다니며 고성을 지르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피고인들은 7명(여성 4명, 남성 3명)임에 반하여, 당시 매장 현장점검에 참여한 인원은 피해자 등 20명 이상이었다는 점, ②피고인의 카메라 촬영은 단지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 ③피고인들의 행위가 피해자와의 일정 거리(1~2m 이상)를 유지하면서 진행을 가로막지 않는 등 물리적인 업무 방해가 없었다는 점, ④피고인들이 피해자 등에게 욕설 등을 하지 않고 존댓말을 사용하여 요구사항을 외쳤으며 당시는 매장 내부이지만 이러한 행위가 현장점검 업무를 방해할 정도의 소음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⑤피고인들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의 현장점검 업무가 약 30분간 진행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등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쟁의행위와 업무방해죄 문제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제1심과 원심의 판단 같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이 쉽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는 노동조합의 행위가 집단성으로 인하여 ‘위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조합의 의사표현 방식도 왠지 모르게 강하고, 거칠다는 선입견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잘못된 관점들이 “노동조합의 활동 = 위력”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대법원의 판시 사항과 같이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ㆍ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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