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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사납금제 근절을 위한 여객자동차법의 강행규정성

대법원 2022.08.11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2년 10월호(통권 제211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방강수

판결 요지

【판결 요지】

기존 ‘사납금제’의 문제점과 오랜 기간 그 시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마련된 이 사건 여객자동차법 신설 조항은 강행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2020년 1월분 및 2월분 월 급여와 관련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 중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하여 그 부족액 공제를 정한 부분은 강행규정인 이 사건 여객자동차법 신설 조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택시업계의 사납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택시기사의 수입을 불안정하게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오래전부터 사납금제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 노력이 있었다. 구 「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으로 1997.12.13. 전문 개정된 이래 줄곧 ‘전액관리제’에 대해 규정하였다. 즉, 여객자동차법은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그 운수종사자에게서 받아야 한다’, ‘운수종사자는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운송사업자에게 내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명목상으로 전액관리제를 실시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존의 사납금제를 시행하였다. 일정한 ‘기준운송수입금’(이하 ‘기준금액’)을 정하고 그 기준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그 부족액을 월 고정급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시행하였다. 이러한 제도는 주로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2019.8.27. 사납금제를 다시금 근절하기 위해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하였다(시행일 2020.1.1.). 기존의 전액관리제 규정에 몇 가지 준수사항을 더 추가하였다. 운송사업자에게는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않을 것”(제21조 제1항 제2호)을 준수사항으로 추가했고, 운수종사자(택기기사)에게는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납부하지 않을 것”(제26조 제2항 제2호)을 준수사항으로 추가하였다. 즉, 택시회사 노사 모두에게 기준금액을 설정하여 운송수입금을 납부하지 말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2020.1.1.부터 시행된 개정 여객자동차법의 취지는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관한 구체적 근거를 명시함으로써 택시업계의 고질적 관행인 사납금 제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노사가 기준금액을 설정하고 그 부족분 발생 시 월 고정급에서 공제하는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또는 기준금액을 채우지 못한 택시기사를 징계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의 사납금과 유사한 기준금액을 둘러싸고 법령과 노사관행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관련 하급심 판결이 다수 있다), 대상판결은 첫 번째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교통 유한회사)는 여객자동차법에 따라 광주광역시에서 택시운송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택시기사)는 2018.4.1.부터 2020.5.경까지 피고 회사에서 택시운전을 한 근로자이다.

광주지역택시노동조합은 2019년경 피고와 ‘월 기준운송수입금을 정액 입금시켰을 때에는 성실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며 미입금 시 급여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의 임금협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이 임금협약에 근거하여 2019. 8. 1. 피고와 임금에 관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주요 내용을 요약ㆍ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간급 산정>

 - 월 급여 산정을 위한 소정근로시간은 1일 6시간 40분

 - 만근(25일) 기준 ‘월 급여’는 1,750,000원

 

 

<성과급 산정 및 임금 공제>

 - 2인1차제의 기준운송수입금(기준금액)은 월 3,937,500원(일 157,750원), 1인1차제의 기준금액은 월 4,800,000원(일 192,000원)

 - 기준금액을 초과한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은 기사의 성과급으로 지급

 - 기준금액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는 그 미달 금액만큼 월 급여에서 공제


 

원고는 2020. 1월에 1인1차제로 22일 근무했으므로, 기준금액은 4,224,000원(=1일 192,000원×22일)이고, 근무일수에 따른 월 급여는 1,573,521원이다. 그러나 원고는 기준금액을 채우지 못하였는데 그 부족분은 1,331,000원이다. 이에 피고는 월 급여에서 부족분을 공제한 110,771원(1,573,521원-1,330,200원)만을 임금으로 지급하였다. 

또한 원고는 2020. 2월에 1인1차제로 24일 근무했으므로, 기준금액은 4,608,000원(=1일 192,000원×24일)이고, 근무일수에 따른 월 급여는 1,866,284원이다. 그러나 원고는 기준금액을 채우지 못하였는데 그 부족분은 2,433,000원이다. 이에 피고는 월 급여에서 부족분을 공제하면 남은 금액이 없다(1,866,284원-2,432,380원)며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근무일 

월 급여 

기준금액 

납입액 

차액(부족분) 

실지급액 

2020. 1월

22일 

1,573,521 

4,224,000 

2,893,000​ 

-1,331,000 

110,771 

2020. 2월 

24일 

1,866,284 

4,608,000 

2,175,000 

-2,433,000 

 

 

원고는 ‘기준금액 부족분을 월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받기로 했던 1월과 2월의 ‘월 급여’(시간급)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기준금액 설정에 따른 운송수입금 납부를 금지하기 위하여 2020. 1. 1.부터 시행된 여객자동차법 제21조 제1항 제2호 및 제26조 제2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신설 조항’)를 강행규정으로 보았다. 그 결과 “2020년 1월분 및 2월분 월 급여와 관련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 중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하여 그 부족액 공제를 정한 부분은 강행규정인 이 사건 여객자동차법 신설 조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소액심판법상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하였다. 대상판결에 특별한 판시 내용은 없지만 원심의 판단을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의 원심이 이 사건 신설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택시운송사업은 택시운송사업자의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에 대한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쉽지 않다는 특징과 택시운수종사자가 승객의 수요를 찾아 배회하거나 대기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는 특징이 있는바, 이는 모두 택시운송사업의 경영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으로서, 택시운송사업자가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위와 같은 경영위험을 그대로 전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점, ②그럼에도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그 운송수입금 부족액을 월 고정급에서 공제하는 것이 허용되는 한 기존 ‘사납금제’가 시행되든 그것이 다소 변형되어 시행되든 관계없이 위와 같은 경영위험의 전가를 낳게 되는 점, ③운송수입금 부족액을 월 고정급에서 공제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별개로 운송수입금 부족액을 생겨나게 한 운수종사자의 원인행위(근무해태 등)는 징계 등 별도의 제재로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점”이다.  

이전에도 이 사건 신설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한 하급심 판결은 있었다. 기준금액을 채우지 못한 택시기사를 징계한 사안에서, 서울행정법원 2021.10.14. 선고 2020구합84648 판결은 이 사건 신설 조항은 강행규정이므로 “당해 운수종사자를 해고하거나 징계하는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하는 방법도 운수종사자에게 운송수입금 하락의 책임을 전가함과 동시에 향후 기준액 납입을 강제하는 것이므로 역시 금지된다”고 하여, 해당 징계사유는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부산지방법원 2022.4.5. 선고 2021가소608426 판결도 운송수입금의 기준액을 설정하여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은 강행규정으로서, 노사 간의 합의로 이를 배제할 수 없고, 이를 배제하기 위한 합의를 하더라도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하급심 판결과 대상판결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설 조항은 강행규정이므로, 기준금액 부족분을 월 급여에서 공제하는 약정은 무효가 되고, 기준금액을 채우지 못한 택시기사에 대한 징계는 그 사유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기준금액을 초과한 경우에 그 초과운송수입금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 기준금액 미달 시 월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이 금지될 뿐, 기준금액 초과분을 월 급여에 더해서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또한 기준금액 미달 자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지만, 기준금액 미달의 원인행위(예컨대, 근무해태 등)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사납금제 근절을 위한 입법 노력과 이에 저항하는 노사관행 간의 충돌은 오래됐다. 택시기사의 고정급 비중을 높이기 위한 2008년 최저임금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노사 합의에 대하여, 이를 무효로 판단한 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이 1라운드라면, 2020.1.1. 시행된 여객자동차법을 둘러싼 충돌에 대한 대상판결이 2라운드라 할 수 있다. 

 

방강수(공인노무사,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