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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사내하도급 사망사고와 수급인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위반죄

대법원 2022.07.28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2년 10월호(통권 제211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전형배

판결 요지

【판결 요지】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에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로 인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신평리 장자산업단지에 있는 지에스 석탄화력발전소는 당초 사용연료를 LNG로 할 계획이었지만 지에스 이앤알(E&R)의 전신인 STX에너지가 2013년 2월 사용연료를 유연탄으로 해서 집단에너지 사업허가를 취득하고 2015년 10월 발전소 허가를 받아 같은 해 12월 착공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인근 산업단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 중인 집단에너지 시설로, 지에스 이앤알(E&R)이 시행하고 지에스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난 2015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2018년 8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지에스건설은 2017.3.5. 주식회사 에스아이테크(이하 ‘피고인 에스아이테크’)에 석탄화력발전소 내 연료운송 설비의 제작, 설치, 시운전 용역을 도급 주었다. 도급계약서에서 정한 용역기간은 2017.3.5.부터 2018.8.9.까지였다. 피고인 A는 2018.1.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장에 관하여 피고인 에스아이테크의 근로자로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다. 피고인 에스아이테크는 2018. 8.8. 석탄화력발전소 내 연료운송설비 중 버킷엘리베이터의 속도감지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이 작업은 2018.7.12. 지에스건설로부터 요청받은 사항이었다. 피고인 에스아이테크 소속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작업을 위하여 위 버킷엘리베이터의 속도감지장치를 확인하던 중 버킷엘리베이터 하부에 쌓여 있던 석탄 분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 

 

원심법원인 의정부지방법원은 피고인 에스아이테크가 연료운송설비 관리권을 지에스건설에 이관하였기 때문에 위 연료운송설비 설치장소를 피고인 에스아이테크가 관리ㆍ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업장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양벌규정에서 위반행위자인 피고인 A와 소속 법인인 피고인 에스아이테크가 위 연료운송설비 설치장소에서 작업한 피고인 에스아이테크 소속 피해자들에 대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3조 제1항이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21.810. 선고 2020노1421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법원 판결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파기 환송심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 사건번호 2022노2116). 먼저, 기본 법리로 최근 선고된 2개의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면서 다음을 제시하였다.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ㆍ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4.9. 선고 2016도14559 판결, 대법원 2021.3.11. 2018도10353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에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로 인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2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대상판결의 사례에서는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한 피해자들은 피고인 에스아이테크 소속 근로자이고 이들과 피고인 에스아이테크 사이에는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므로, 이들을 사용하여 사업을 행한 피고인 에스아이테크는 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작업을 수행한 석탄화력발전소 내 연료운송설비에는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로 인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었음에도 안전보건규칙 제232조 제1항(통풍ㆍ환기 및 분진 제거 등의 조치), 제237조(자연발화 방지를 위한 조치)에 따른 안전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 A가 피고인 에스아이테크의 업무에 관하여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 사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법 제23조 제1항을 위반하여 법 제71조 본문, 제66조의2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는지 심리ㆍ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에스아이테크가 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 A와 피고인 에스아이테크에게 법 제23조 제1항의 안전조치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 제23조 제1항의 사업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상판결은 사내하도급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도급인 사업주 이외에 수급인 사업주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2020년 4월과 2021년 3월에 선고된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따르고 있다. 위 2개의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사내하도급의 경우 도급인 사업주가 사업 전체를 총괄하고 해당 사업장은 도급인 사업주의 관리 아래에 있으므로 수급인 사업주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없지 않은가 하는 논의가 있었다. 이에 대하여 위 2개의 선례는 사내하도급의 사업장이라도 도급인과 수급인은 해당 작업에서 발생하는 유해위험요인을 각자 관리하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상판결은 앞선 판례 이론에 따라 석탄분진폭발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해서는 도급인 사업주뿐만 아니라 수급인 사업주도 해당 업무의 범위 내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요구하는 안전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도급 사업의 경우에는 도급인 사업주와 수급인 사업주가 공동으로 해당 사업장의 유해위험관리를 위한 협업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논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이하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 판례에서는 사망 또는 부상한 피해자들과 이들을 고용한 피고인 에스아이테크 사이의 관계를 ‘실질적 고용관계’라고 평가하고 따라서 피고인 에스아이테크가 이들의 사업주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종전 ‘실질적 고용관계’ 이론의 용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종전 설명은 명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노무제공 관계에도 지휘감독 권한이나 그 실태 등을 고려할 때 명시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준하여 노무지휘감독을 한 자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대법원 2002.8.27. 선고 2002도27 판결 참조). 따라서 명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하고, 당시 그들을 고용하고 노무지휘권을 행사했던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책임을 묻는 대상판결에서는 굳이 실질적 고용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판결문을 읽어보면, 수급인 사업주가 피해자들이 자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다툰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이 부분 설명을 바탕으로 명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서면으로 인정되더라도 추가적으로 실질적 고용관계 여부를 살펴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확대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처럼 실질적 고용관계는 종전 산업안전보건법이 근로자만을 주된 보호대상으로 삼았던 한계를 판례 이론으로 극복하고자 도입한 것이다. 따라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보호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확대하고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이 보호대상을 종사자로 확대한 이상 점차 실질적 고용관계 이론의 적용 범위는 축소될 것이다. 또 그래야 마땅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영역에서는 노무를 제공하는 법적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동일하게 보호를 받아야 한다. 사업상 위험을 발생시켰으므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지, 사업주가 책임을 부담하는 노무제공형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현대 산업안전보건법의 기초이다. 

 

전형배(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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