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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MES를 통한 상당한 지휘・명령 여부

대법원 2022.07.28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2년 9월호(통권 제210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김영택

판결 요지

【판결 요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 원고들은 1999년경까지는 피고가 제공한 작업표준서에 따라, 그 이후에는 협력업체가 기존 작업표준서를 기초로 핵심적 내용이 질적으로 동일하게 자체적으로 작성한 피고로부터 검증을 받은 작업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피고의 제품 생산과정과 조업체계는 현재 전산관리시스템(MES)에 의해 계획되고 관리되는바, 원고들은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전달받은 바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 원고들이 이 사건 각 협력업체와 고용을 유지하면서 피고의 사업장에서 크레인・지게차 운전 및 제품・공장 업무를 수행한 기간에는 원고들을 파견근로자로서 사용하였다고 판단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15.2.26. 이래 대법원은 근로자파견과 도급의 구별에 대해,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판단하라고 하면서 그 실질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①원청이 하청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②하청 근로자가 원청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하청 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하청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원청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이 있는지, ⑤하청 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본 판결 역시 대법원의 이러한 기준에 의거해 판단되었다.  

본 판결의 몇 가지 쟁점 중 이 글은 불법파견 판단의 요소 중 ①사용자로서 직ㆍ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이하, “상당한 지휘 등”이라 함)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특히 이 글의 관심은 MES를 상당한 지휘 등의 징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본 판결에서 전산관리시스템이라 언급된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는 제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생산 공정을 관리하기 위한 전자시스템을 말한다. 그간 하급심은 MES를 “단순히 도급업무를 발주하고 일의 결과에 대한 검수를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PDA 단말기와 같은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측면의 기능이 강화된 시스템(광주고법 2019.9.20. 선고 2016나546.553.560.577 판결)”이라 이해하기도 하고 “장비 관리사이트일 뿐 근로자별로 성과와 실적을 관리하거나 감독하는 것이 아니며 종전 작업확인 과정을 전산화한 것에 불과할 뿐 지시나 통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서울고법 2019.9.27. 선고 2018나2062639 판결)”라거나 “MES 입력은 업무수행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 사건 보전업무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예정대로 작업이 수행되었음을 확인하고, 업무수행의 대가 산정과 관련하여 실제로 보전업무가 수행되었다는 증빙자료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수원지법 평택지원 2020.2.13. 선고 2017가합9246, 2018가합10243 판결)”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비록 대법원은 MES의 성격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지만 그 원심에서 MES를 통한 업무 수행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당한 지휘 등으로는 해석하지 아니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대법원 2018.12. 13. 선고 2016다240406 판결 및 원심인 서울고법 2016.7.6. 선고 2015나2023411 판결).  

본 판결은 이 사건의 MES를 상당한 지휘 등의 징표라 판단한다. 이 사건 원청의 제품 생산 과정과 조업체계가 MES에 의해 계획되고 관리되며 하청 근로자들은 MES를 통해 전달받은 바에 따라 협력작업을 수행한다고 본 것이다. 본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린 하급심을 보면 이 사건의 MES 운영에 대한 사실관계를 좀 더 면밀히 확인할 수 있다(광주고법 2021.2.3. 선고 2019나21018 판결).  

이 사건 원청이 정보를 입력하면 MES는 작업내용, 작업장소, 작업위치, 작업순서 등과 같은 구체적인 공정계획을 자동으로 생성하여 이를 하청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하청 근로자들은 MES를 통해 전달받은 바에 따라 원청과 협력 작업을 수행하였다. MES는 원청이 사전에 설정해 둔 프로그램에 따라 공정계획ㆍ작업내용을 자동으로 생성할 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의 오류 등이 있어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 간 수정이 필요한 경우 원청 소속 근로자가 직접 MES에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여 업무를 조정하기도 하였다. 이를 두고 하급심은 원청이 설정한 방식에 의하여 생성된 구속력 있는 공정계획ㆍ작업내용에 따라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가 수행되었다고 평가하였고, 본 판결 역시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불법 파견의 판례 법리는 직접적인 것은 물론 원청의 간접적인 지휘ㆍ명령 역시 문제를 삼고 있다. 그리고 판례는 근로자성 법리에서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ㆍ감독’과 ‘상당한 지휘ㆍ감독’ 이 구별되는 것처럼, 원청의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불법 파견 여부의 판단 근거로 보고 있다. 판례는 그래서 현장감독자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라도 그 현장감독자가 원청이 결정한 지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라거나(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원청이 작업계획서, 작업지시서, 매뉴얼 등을 교부한 경우에도 이를 통해 하청 근로자에 대한 간접적인 지시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대법원 2019.8.29. 선고 2017다219072 판결) 이를 원청의 지휘ㆍ명령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판례의 이 같은 해석은 MES에 관한 판단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MES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기능은 상이할 것이고 공정에서의 활용도 역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MES를 통해서도 사실상 업무 지시의 효과를 낸다면 이는 상당한 지휘 등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이 대면이 아니라 해서, 장소적으로 분리되었다 해서, 직접 접촉이 없다고 해서 지휘ㆍ명령이 아니라 해석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일반 근로자라 하더라도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고 SNS 등을 통한 업무 지시가 보편화되고 있다. MES가 사실상 구속력 있는 통제 시스템으로서 기능을 한다면 이는 당연히 불법파견 판단에 있어 중요 징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종속의 징표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종속에 관한 법 체계를 발전시켜 온 것이 노동법의 역사이다. 전산시스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통제 수단 앞에 다시 종속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종속을 통해 다양한 일의 양태를 포섭해 가는 노력은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하는 지금 더 절실해져야 한다. MES라는 새로운 종속 도구에 대한 본 판결의 의의는 그래서 크다 할 것이다.  

 

김영택(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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