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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단체협약으로 처분할 수 없는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의 판단 기준

대법원 2022.03.31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2년 6월호(통권 제207호)
  • 출판일2022.07.08
  • 저자조재호

판결 요지

【판결 요지】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에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반환, 포기,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 이때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여 단체협약만으로 포기 등을 할 수 없게 되는 임금인지 여부는 근로계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경영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금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지급을 유예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 대법원은 협약자치를 이유로 이러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다만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 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단체협약 체결 당시 이미 지급시기가 도래하였거나, 실제로 지급을 받은 임금이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임금지급일과 임금지급일 사이에 그러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단체협약 체결일까지 근로한 대가에 해당하는 임금이 단체협약을 통한 포기 등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피고 회사는 기능직 사원들에 대하여 전 월 21일부터 당월 20일까지를 급여산정기간으로 정하여 매월 25일 급여를 지급하였고, 상여금으로 연간 7회에 걸쳐 기준금액의 700%를 지급하였다. 또한 피고 회사는 만 5년, 10년, 15년, 20년, 25년, 30년, 35년 근속자는 창립기념일인 매 년 5월 22일 또는 퇴사일을 기준으로 근속포상금을 지급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6년 이전부터 상당한 기간 적자상태가 이어져 왔고, 피고와 노동조합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2017.1.25. 연간 상여금 중 절반을 포기하고, 감축된 상여금 중 일부의 지급시기를 유예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하였다. 그 후에도 경영난이 계속되자 피고는 2018.2.경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였다가, 2018.3.8. 노동조합과 퇴직연금은 100% 적립하되, 급여, 복리후생비, 상여는 잠정 반납하기로 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하고 파산신청을 철회하였다. 피고는 위 노사합의 후 3월에는 월 100만 원의 한계임금을 지급하였고, 2018.4.17. 노사합의 후 매월 일정액의 한계임금을 지급하였다. 피고의 근로자였던 원고들은 피고가 2017년 12월 상여, 2018년 2월 상여, 2018년 3월 상여, 3월 급여, 4월 급여, 5월 급여, 5월 상여, 6월 급여와 근속포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2018.2.21.부터 2018.3.8.까지 근로에 대한 대가인 급여는 2018.3.8.자 노사합의 당시 구체적으로 발생하여 해당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졌으므로 이에 해당하는 임금 부분은 2018.3.8.자 노사합의에 의해 반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 급여 중 2018.3.9.부터 2018.3.20.까지 발생한 부분과, 2018년 3월 이후의 상여, 4월 이후의 급여 등만이 잠정반납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근속포상금에 대해서도 2018.3. 8. 이전에 근속연수가 경과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2018.3.8.자 노사합의 이전에 근속포상금 지급청구권이 구체적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에 잠정 반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여 단체협약만으로 포기 등을 할 수 없게 되는 임금인지 여부는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위 노사합의 후 지급기일이 도래한 2018년 3월 급여 전부가 반납의 대상이 되고, 근속포상금도 2018. 3.8. 이전에 근속연수가 경과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지급기일이 위 노사합의 이후인 경우에는 반납의 대상이 된다고 하여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인용하였다.  

사법상 청구권이란 채권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특정인이 다른 특정인에게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능이다. 청구권은 채권을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채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청구권은 아직 발생하지 않는다. 즉 이행기 전의 채권은 상대방에게 즉시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추상적인 권리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면 임금채권이 발생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은 임금은 원칙적으로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매월 일정한 임금지급일에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은 임금채권의 이행기인 임금지급일에 발생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45조는 임금의 비상시 지급을 규정하고 있으나, 일정한 요건에 따라 근로자가 청구하여야 사용자의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실제로 비상시 지급 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임금지급일 이전에 임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지급일 이전에 임금청구권이 성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상판결과 원심은 동일한 법리를 인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원심은 매일의 근로의 제공으로 임금채권이 발생하였다면 그 부분에 해당하는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노동조합이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임금채권의 발생과 임금청구권의 발생을 구분하여, 지급기일이 도래하여 임금청구권이 발생하여야 임금이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단체협약을 통한 임금 포기 등에 관한 기존 법리에 따라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 따르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받을 것으로 기대하던 임금을 소급적으로 상실하게 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에서 구체적인 임금청구권이 발생해야 비로소 단체협약을 통한 처분이 금지된다는 법리 자체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루어졌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단체협약을 통한 임금 포기 등을 하는 경우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이 포기의 범위와 관련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단체협약 과정에서 포기의 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합의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재호(법무법인(유한) 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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