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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가 배제되는 ‘건설공사 발주자’의 판단기준과 의미

울산지방법원 2021.11.11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2년 2월호(통권 제203호)
  • 출판일2022.03.10
  • 저자심재진

판결 요지

【판결 요지】

1. 건설공사 발주자(‘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의 판단기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는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책임을 방기하고 실제로 총괄ㆍ관리하지 않은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의무를 면하고,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의무가 없었던 안전조치까지 취하는 등 시공을 총괄ㆍ관리하였으나 그 안전조치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벌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이는 규범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2.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취지 및 개정 내용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능력과 의무가 없는 발주자로 그 범위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건설공사 발주자”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도급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건설공사 도급인, 즉 ①도급하는 건설공사가 도급인의 사업의 일부를 구성하고 도급인의 사업과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주화하여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사업주의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예를 들어, 도급인의 주요 생산 기계에 대한 유지ㆍ보수 공사 등 그 건설공사 자체가 도급인의 사업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일부에 해당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②도급하는 건설공사에 관하여 도급인의 지배하에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어, 도급인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않고서는 수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ㆍ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고 도급인의 총괄ㆍ관리가 필수적인 경우에도 도급인에게 그러한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예를 들어, 도급한 건설공사의 목적물이 도급인만이 그 위험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 설비나 자재가 위치한 공간 내에 있고, 도급인이 주도적으로 시공을 총괄ㆍ관리하면서 그 설비나 자재의 폭발, 전도 및 낙하 방지, 근로자 출입 금지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수급인이 독자적으로 그러한 위험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③도급인과 수급인의 각 전문성, 규모, 도급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도급인에게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능력이 있는 반면에 수급인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ㆍ보건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도급인의 입장에서 명백한 경우에도 그 도급인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예를 들어, 스스로 충분히 건설공사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규모 사업체가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함이 명백할 정도의 낮은 금액으로 전문성과 안전조치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이 명백한 영세한 사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굵은 글씨 강조와 번호 표기는 인용자가 한 것임)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B(이하, B회사)는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사업주이고, 주식회사 D(이하, D회사)는 B회사에 자신의 공장동 지붕 및 벽체 일부 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를 도급주었고, A는 B회사 소속으로 이 사건 공사의 현장책임자이고, C는 D회사의 대표이사이다. 2020. 9. B회사 소속으로 이 사건 공사에서 지붕보수 작업을 하던 피해자가 지상으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검사는 A와 C를 공동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ㆍ보건조치 불이행으로 사망하게 이르게 한 죄(제167조)로 기소하였고, B회사와 D회사는 A와 C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 대해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이 사건 공사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산업안전보건기준 제45조) 안전조치로 설치되어야 하는 작업발판이나 추락방지망이 설치되지 않았고, 최소한으로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안전대 부착설비가 부적합하게 설치되어 사고 지점에서는 실제 사용이 불가능하였다. 울산지방법원(이하, 이 사건 법원)은 A와 B회사에 대해서는 검사의 기소대로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A에 대해서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B회사에 대해서는 2,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법원은 C와 D회사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김용균 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2019년 전면개정되어 2020.1.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의 적용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이 의무위반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제167조에 의해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하여 위반에 따른 책임을 크게 강화하였다. 그런데도 이 사건에서 도급인 회사의 대표이사와 도급인 회사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 사건 공사가 도급에 의해 수행되지만, 이 사건 법원이 D회사를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도급인의 정의(제2조 제7호)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되는 건설공사 발주자로 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건설공사 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제2조 제10호), 이 사건 법원은 D회사가 이러한 의미의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위 판결요지1은 이 사건 법원이 건설공사 발주자인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실제로 시공을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는 자’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설시한 판례법리이고, 위 판결요지2는 판결요지1에 따라 건설공사 발주자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는 자’로 보는 경우, 그러한 자에 해당하는 경우 세 가지를 한정적으로 제시하는 판례법리이다.

이 사건에서 D회사는 B회사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화기작업인 고소작업에 대하여 작업허가서를 발부하는 등 현실적으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감독ㆍ관리한 사실이 인정되었다. 이렇게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원은 판결요지1의 판단기준에 따라 D회사가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별도로 검토하였다. 이 사건법원에 따르면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는 자’는 판결요지2에 따라 세 가지 경우에 한정된다. 이 사건 법원은 D회사가 세 가지 경우 각각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세 가지의 경우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D회사는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되어 이 사건 피해자인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가 있는 도급인에 해당하지 아니하다고 보아 위와 같이 D회사 대표자 C와 D회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세 가지 경우 중 위 ①과 관련해서는 이 사건 법원은 공장건물이 여러 종류의 제조업을 영위하는 D회사의 사업수행에 필수적인 고유의 생산설비에 해당하지 않아 공장건물 지붕 및 벽체의 보수공사 자체가 D회사 사업의 일부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②와 관련해서는 공장건물 지붕에 D회사만이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없고, D회사가 시공을 주도적으로 총괄ㆍ관리하지 않고서는 B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ㆍ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③과 관련해서는 D회사와 B회사의 각 전문성, 각 업체의 규모 및 이 사건 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③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 ①과 관련해서는 실제 영위하고 있는 사업을 하기 위해 지붕 및 벽체의 보수공사가 필요하다는 점으로만 보면 부수적이라고 하더라도 사업의 일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든다. ②, ③과 관련하여 지붕과 벽체의 준공 연도와 특성, 내구성, 수리의 기록 등의 정보는 D회사가 제공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B회사가 파악하지 못하거나 안전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B회사가 비용상의 문제로 추락방지망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으로 보면, D회사와의 도급계약금액 자체가 낮아 비용상의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점들이 의문으로 남지만, 이 사건 법원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제시하지 않아 법원의 사실판단이 적절한지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판결요지2에서 이 사건 법원은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는 자’로 세 가지 경우를 한정적으로 들고 있는데, 법 취지에 비해 지나치게 협소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이 사건 법원도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가 안전조치ㆍ보건조치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 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발주자는 그 범위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라고 설시하였는데, 위 판례법리2로 설시한 세 가지 경우로만 한정하면서 이 취지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도급인’의 범위는 최소한으로 축소되고, 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건설공사 발주자는 그 범위가 최대한으로 넓혀지게 되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우선 위 ①은 전면 개정되기 전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1호)에 대한 해석과 동일하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지침에서 ‘도급인의 사업장소에서 도급인의 사업목적 달성에 본질적이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업의 생산ㆍ제조 등 일련의 과정 중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는 경우에 도급인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고유 사업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부수적이거나 보조적 사업’은 미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도급인의 업무에 해당한다면 사업목적과 i)직접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도급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사건 법원의 판결요지2의 ①은 이러한 해석과 명백히 배치된다. 또한 ②와 ③의 기준은 수급인이 안전ㆍ보건조치를 스스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혹은 수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능력이 없는 경우로만 한정되어 그러지 아니한 경우에는 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가 발생하지 않게 되어 그 범위가 현저하게 협소해진다.

법원 스스로가 인정하는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이 사건 법원의 세 가지 요건은 건설공사 발주자를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한 자’로 해석하는 이 사건 법원의 판단기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법원은 총괄ㆍ관리하는 ‘지위’를 실제로 행사되는 권한이나 능력에 의해서 확인되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권한이나 능력이 있어도 ‘지위’에 있지 않으면 ‘총괄ㆍ관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의미에서의 지위로 본다.

이러한 의미의 ‘지위’ 개념으로 건설공사 발주자인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파악하는 것은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도급인’을 사실적 상태로 파악하는 방식에 반한다.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실제로 행사되거나 행사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의 의미로 도급인을 파악한다.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도급인의 사업장에 통상의 사업장 이외에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2항). 여기에서 지배ㆍ관리는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거나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으면 성립되는 사실적 상태의 개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용노동부도 지배ㆍ관리를 “도급인이 해당 장소의 유해ㆍ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관리ㆍ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배ㆍ관리에 대한 조건이 없이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해 도급인의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가 발생한다고 규정하는(제63조) 것도 도급인의 사업장은 도급인이 실제로 지배ㆍ관리하거나 지배ㆍ관리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판례요지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의무 발생과 관련한 이러한 판단기준을 배척하고, 위 지위에 근거한 판단기준을 채택하면서 두 가지의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로 사실적 상태 개념으로 파악할 경우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책임을 방기하고 실제로 총괄ㆍ관리하지 않은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의무를 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제1이유). 둘째로 사실적 상태개념으로 파악할 경우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의무가 없었던 안전조치까지 취하는 등 시공을 총괄ㆍ관리하였으나 그 안전조치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벌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제2이유).

그러나 위의 제1이유에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 것은 그 지위로 인하여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능력’이 있는 것이어서 그러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총괄ㆍ관리하지 않은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의무를 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1이유는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방식의 해석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만 독특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하여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는 ‘사업의 경영담당자’에 대하여 대법원은 회사의 대표이사 및 이사직에서 사임하였으나 실질적으로 회사를 직접 경영해온 자는 물론, 이 사용자 개념이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경영담당자의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제도적으로 권한이나 책임이 있으나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던 대표이사 모두 사업의 경영담당자로 보고 임금체불 등의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연히도 ‘실제로 총괄ㆍ관리할 권한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한 자’는 건설공사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이 된다.

그리고 제2이유에서 시공을 총괄ㆍ관리하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가 있는 도급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원이 판결요지2의 제2이유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수급인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할 정도로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급인의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을 지배ㆍ관리하는 것을 이유로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수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와 별개로 중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전면 개정 이전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수급인 근로자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업주가 산업안전기준에 열거되어 있는, 동일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았다. 도급인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해 갖는 안전ㆍ보건조치 의무의 성격은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훨씬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수급인과 도급인 사업주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가 원칙적으로 동일한 것을 전제로 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만을 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에서 제외하였고(제63조 단서), 수급인 근로자가 도급받은 작업과 관련하여 이 법을 위반하는 경우 그 근로자의 수급인에게 그 위반행위를 시정하도록 조치할 수 있고, 수급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조치에 따라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제66조 제1항). 고용노동부는 제63조의 도급인의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의 중첩적인 성격에 따라 도급인이 이 의무의 이행의 목적으로 수급인 근로자에게 안전ㆍ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 이를 근로자 파견관계의 징표인 ‘업무상 상당한 지휘ㆍ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원이 제2이유와 같이 불합리하다고 보는 것은, 판결요지2의 세 가지 경우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의 중첩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급인이 자신의 근로자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독립적으로 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도급인이 갖는 의무로 잘못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이후 도급인의 의미와 범위가 법적 쟁점으로 문제가 되는 최초의 사건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은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ㆍ안전보건조치 의무가 명시적으로 제외되는 건설공사 발주자의 판단기준에 대한 것이어서 제63조의 적용범위와 대상의 해석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건설공사는 일반적인 건설공사뿐만 아니라 관련법상의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 문화재수리공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제2조 제11호 가목∼마목). 항소가 이루어졌는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 사건 상급심에서 이 사건 법원의 판결요지와 도급인의 대표이사와 도급인 사업주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모두 정정되는 것이 마땅하고,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심재진(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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