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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강행규정성

대법원 2021.06.10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1년 8월호(통권 제197호)
  • 출판일2021.09.01
  • 저자방강수

판결 요지

【판결 요지】

(1)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로서, 건설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입법취지를 두고 있다.

(2)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약정을 하였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 책임은 그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가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제44조, 제44조의2, 제44조의3의 특례 규정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는 일정한 경우에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직상 수급인에게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근기법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에 관한 사건이다.

당사자 관계는 다음과 같다. A사-B사(피고, 직상 수급인)-C사(하수급인)-근로자 甲(원고)이다. B사(피고)는 석공ㆍ토목공 사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A주식회사로부터 하도급 받은 E건물의 FㆍG동 신축공사 중 석조공사를 다시 C에게 재하도급 주었다. C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니다. 미등록 건설사업자인 C는 甲(원고)을 고용하였다. 원고는 2018.11.20.경부터 2019.1.31.경까지 위 공사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하였으나, 2018. 12.부터 2019.1.까지의 임금 합계 3,831,000원을 받지 못하였다. 원고는 직상 수급인인 피고에게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하였고, 원고가 승소한 사건이다.

한편 C는 ‘원고는 C에게 임금 수령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이에 피고는 ‘근로자의 임금을 포함한 공사대금(하도급 대금)을 C에게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관련하여 쟁점은 두 가지이다. ①피고가 C에게 하도급 대금을 모두 지급한 경우에도(즉, 직상 수급인인 피고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근기법 제44조의2에 따라 피고가 임금지급 책임을 부담하는지, ②‘원고는 C에게 임금 수령 권한을 위임한다’는 약정에 따라 근기법 제44조의2의 적용이 배제되는지이다.

첫째,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직상 수급인이 책임을 부담하는지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는 선례에 따라, 피고는 C에게 하도급 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임금지급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근기법 제44조(1980년 신설)와 제44조의2(2007년 신설)의 차이를 잘 드러내는 판단이다. 양 규정은 취지와 기본구조는 동일하나, 직상 수급인이 책임을 지는 요건 중의 하나가 다르다. 근기법 제44조는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임금체불이 발생한 경우’가 요건인 반면, 제44조의2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에게 재하도급을 준 경우’가 요건이다. 따라서 피고의 귀책사유 여부 또는 하도급 대금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의 임금지급 책임을 인정한 대상판결은 너무 당연하다.

2007년 신설된 근기법 제44조의2는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불법 하도급으로 인하여 건설일용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건설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법취지를 구체화하였다. 대상판결은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제44조의2에서는 직상 수급인이 미등록 건설사업자에게 재하도급을 준 것 자체(즉,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가 책임의 요건이 되는 것이다.

둘째, ‘원고는 C에게 임금 수령 권한을 위임한다’는 약정에 따라 근기법 제44조의2의 적용이 배제되는지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한 직상 수급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입법 취지, 규정 내용과 형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약정을 하였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 법리에 따라 ‘원고가 C에게 임금을 수령할 권한을 위임하였으므로, 피고가 C에게 원고의 임금을 포함한 하도급 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이를 허용하는 것은 강행규정인 근기법 제44조의2를 형해화하는 결과가 되므로 임금수령권한을 위임하는 행위는 강행규정 위반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근기법 제44조의2는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임을 명확히 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C에게 임금수령권한을 위임하는 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것이다. 만약에 피고와 C가 ‘C만이 책임을 부담하고 피고는 면책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하더라도, 당연히 이러한 약정도 무효가 된다.

결론적으로 직상 수급인이 근기법 제44조의2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하수급인이 그 근로자에게 제대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지를 관리ㆍ통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하도급 대금을 제대로 다 지급했어도, 하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결국은 직상 수급인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법률에 따르지 않은 미등록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이다. 직상 수급인이 책임을 면하는 보다 더 좋은 방법은, 미등록 건설사업자에게는 아예 하도급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근기법 제44조의 적용을 받을 뿐이다. 근기법 제44조에서는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직상 수급인이 임금지급 책임을 부담할 일이 없다.

근기법 제44조의2는, 제44조보다 더 강화된 방식으로 직상 수급인의 책임을 규정하여 미등록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주는 것 자체를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즉, 건설산업기본법의 규제와 함께 근기법상 직상 수급인의 임금지급 책임을 통해 불법 하도급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상판결은 근기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 그 입법취지를 한층 더 살려냈다.

 

방강수(한양대학교 공익소수자인권센터 연구원, 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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