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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과반수 노동조합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로서 작성한 근로ㆍ휴게시간에 관한 특례합의의 법적 성격이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20.11.24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1년 3월호(통권 제192호)
  • 출판일2021.05.07
  • 저자정영훈

판결 요지

【판결 요지】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해 당사자 쌍방이 서명ㆍ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 절차를 거쳐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특례합의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근로시간이라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합의를 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해 쌍방이 날인한 것이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정한 단체협약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이하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시간과 휴식에 관한 최저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최저기준을 위반하는 경우는 형사처벌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시간과 휴식에 관한 규제에 유연성과 탄력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하는 경우에 최저기준과는 다른 기준을 근로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51조, 제51조의2, 제52조, 제53조, 제55조, 제57조, 제58조, 제59조, 제62조).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지 않고 최저기준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최저기준을 위반한 것이 되어 근로기준법에 의해 형사처벌될 수 있다. 여기서 근로자대표자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이하 ‘과반수 노동조합’)인데, 만약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근로자대표자는 과반수 노동조합인데, 이 사건 사용자는 2013. 8. 14. 과반수 노동조합과 근로기준법 제59조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관해 서면합의(이하 ‘이 사건 특례합의’)를 하였다. 이 사건 과반수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의하여 근로시간의 1주간 총한도가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것을 계기로 1주 52시간을 넘는 연장근로에 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특례합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사건 과반수 노동조합은 이 사건 특례합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의 단체협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32조가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특례합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단체협약으로서 노동조합법 제32조 제2항이 적용되어 유효기간 2년이 만료됨에 따라서 이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상의 서면합의와 노동조합법상의 단체협약은 주체, 방식, 유효기간, 적용 범위 등이 달라서 서로 엄격하게 구분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 사건 특례합의의 주체가 설령 노동조합이라고 할지라도 이 사건 특례합의는 노동조합법상의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특례합의에 대해서는 유효기간을 따로 약정하지 아니한 이상 적법하게 해지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며, 이 사건에서는 적합하게 해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에서 법적 쟁점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로서 작성한 근로ㆍ휴게시간에 관한 특례합의의 법적 성격이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1심은 이 사건 특례합의의 법적 성격이 단체협약인지를 주된 법적 쟁점으로 삼지 않았는데, 다만 판결의 말미에 방론의 형식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2항, 제3항이 이 사건 특례합의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매우 간단하게 판단하고 있다. 1심 판결에서는 이 사건 특례합의의 법적 성격이 단체협약인지에 대해서 명확히 판단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특례합의에 노동조합법 제32조 제2항 및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해 이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단체협약으로서의 법적 성질을 인정하였다. 첫째,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ㆍ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대법원 2005.3.11. 선고 2003다27429 판결)이다. 둘째로 이 사건 특례합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이 사건 과반수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근로시간이라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를 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하여 쌍방이 날인함으로써 성립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특례합의는 노동조합법이 정한 단체협약에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특례합의에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인정한다는 내용만 포함되어 있을 뿐 그 유효기간에 대하여 정함이 없고, 이 사건 특례합의 체결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를 전후하여 이 사건 과반수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이 사건 특례합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노동조합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서 이 사건 특례합의는 체결일인 2013년8월14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5년8월14일 유효기간의 만료로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판결의 결론에 의하면 근로기준법상의 서면합의는 근로기준법 독자의 서면합의로서의 법적 성격과 단체협약으로서의 법적 성격을 모두를 가지게 되는데, 그 결과 근로기준법상의 관련 규정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법상의 관련 규정도 적용되게 된다. 이 사건 판결은 이 점에 대해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특례합의에서 이 사건 과반수 노동조합을 근로자대표로 표시하였다거나 이 사건 특례합의가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이 요구하는 서면합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체결되었다는 이유로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할 수 없으며, 달리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와 노동조합법의 단체협약이 상호 배타적이어서 양립 불가능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체협약으로 유효하게 성립되기 위한 실질적ㆍ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이상 서면합의는 단체협약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실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이 사건에서 판결과 같이 과반수 노동조합과의 서면합의가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한다면 유효기간의 정함이 없는 서면합의는 어떻게 해지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판단했어야 했다. 하지만 서면합의의 법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특례합의에 유효기간을 따로 약정하지 아니한 이상 적법하게 해지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미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해지가 무엇인지에 관한 일반적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서 이 사건 특례합의가 유효하게 존재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했다. 이 사건 판결은 이 점에 대해서 이 사건 특례합의와 같이 적어도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형태로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 요건을 갖추었으나 거기에서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로서도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거나 또는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를 유추 적용하여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당사자 일방이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논거로서 ①단체협약과 다를 바 없이 근로자대표와 사용자의 합의에 의하여 성립하여 집단적 규범력을 가지는 이 사건 특례합의가 사회적 변화 등에 적절하게 적응하여 구체적 타당성 있는 근로조건을 마련하는 기준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는 그 유효기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점, ②실제로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과 동일하게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근로자대표에 의한 서면합의를 정당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51조 제2항 제4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은 서면합의에서 유효기간을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 사건 특례합의가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본다면 결국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상의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에 관한 규정을 서면합의에도 어떤 식으로든 적용해야 하는 다소간의 무리를 감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의 논리와 결론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의 분쟁이 근로자대표제도에 관한 법적 불비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매우 중대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대표제도와 서면합의제도에 관해서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즉 근로기준법과 동법 하위 법령에는 근로자대표의 자격 및 선출 방법, 합의의 방식과 효력 등에 관해서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만약 근로기준법과 동법 하위 법령에서 적어도 서면합의의 유효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었다면 이 사건과 같은 분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21년2월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근로자대표제 개선을 의결하였는데, 향후 근로자대표제 개선을 위한 입법에서는 이 사건과 같은 법적 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면합의에 관해서도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영훈(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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