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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쟁의행위 찬반 투표

수원지방법원 2020.11.13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1년 2월호(통권 제191호)
  • 출판일2021.05.07
  • 저자강선희

판결 요지

【판결 요지】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 따라 노동위원회로부터 정식으로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받지 않은 사용자가 복수 노동조합 중 어느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때 사용자는 개별교섭을 원하는 노동조합을 차별적으로 분리ㆍ선택할 수 없다. 즉, 복수 노동조합 중 하나의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에 동의하면 다른 모든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개별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K주식회사(이하 ‘K사’라 함)는 안성에 위치한 본사 및 공도 공장과 경주에 위치한 공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K사 내에 조직된 노동조합으로는 본사 및 공도 공장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경기지부 K지회, 지회장:X, 이하 ‘금속노조’라 함) 및 한국노총 산하 L노동조합(이라 ‘L노조’라 함), 경주 공장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M노동조합(이하 ‘M노조’라 함) 등 3개의 노동조합이 설립ㆍ조직되어 있다.

K사는 2015년부터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는데, 노동위원회로부터 정식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 제29조의3 제2항에 따른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받은 사실이 없다. M노조가 2018.1.2. 교섭을 요구함에 따라 K사는 2018.1.3.부터 1. 9.까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였고, 금속노조는 2018.1.5., L노조는 2018.1.9. 각각 교섭을 요구하여 K사는 2018.1.10. 이들 3개 노동조합에 대해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금속노조 :108명, L노조:20명, M노조:42명)를 하였다. K사는 경주 공장에 있는 M노조와 개별교섭을 하는 한편, 본사 및 공도 공장에 있는 금속노조와 L노조만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 금속노조가 2018.1.31.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음을 공고하였다. K사와 금속노조는 2018.2.경부터 임단협을 체결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노사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금속노조는 2018.6.27.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K사를 포함하여 23개 사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8.7.9. ‘조정 중지’를 결정하였다. 금속노조 K지회는 조정 기간 중인 2018.7.4. L노조에 쟁의행위 찬반 투표 참여 요청 없이 자신의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직접ㆍ비밀ㆍ무기명으로 실시하여 금속노조 K지회 조합원 108명 중 100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96명이 찬성하였고, 2018.7.13.부터 11.28.까지 노동조합의 임단협 요구안 수용 등을 요구하며 파업 및 태업 등의 쟁의행위를 하였다.

노조법 제41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조합원으로 한정한다)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였다. 또한 이를 위반할 시 노조법 제91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K지회장 X는 노조법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L노조의 조합원에 대하여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금속노조 K지회만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하여 노조법 제41조 제1항 후문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9.3.21.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고, 이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1심(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9.7.12. 선고 2019고정167 판결)은 X에 대해 약식명령과 같은 이유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이의 항소심인 수원지방법원(대상 판결)은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판결을 하였다. 대상 판결은 위 ‘판결 요지’와 같은 이유로 노동위원회로부터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받은 사실이 없는 K사가 2018년도 단체교섭 당시 경주 공장에 있는 M노조와 개별교섭에 동의하였다면 금속노조 및 L노조에 대해서도 개별교섭을 진행해야 하고, 금속노조 경기지부 K지회장 X가 쟁의행위를 결정하기 위해서 자신의 조합원들의 투표만 거치면 될 뿐 L노조의 조합원들까지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상 판결은 금속노조와 L노조가 외관상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 금속노조가 대표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더라도 이는 위 2개 노동조합의 편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뿐 금속노조가 노조법 제29조의2에서 정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무죄를 선고한 대상 판결의 결론에 전적으로 찬동한다.

필자는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몇 가지 문제의식 내지 의구심이 있다.

첫 번째로, 노조법령에서 정한 개별교섭 동의 기한(교섭대표 자율 결정 기간)을 지나 복수의 노동조합 전부 내지 일부에 대해 개별교섭에 동의한 경우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노조법 제41조 제1항 위반의 쟁의행위가 정당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복수 노조를 전제로 서술하도록 한다).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도 개별교섭에 대한 동의가 노조법령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개별교섭에 동의할 수 있는 기한을 노조법령에 따라 산정하면 아래와 같다.

 

-M노조 2018.1.2. 교섭 요구

-교섭 요구 사실 공고(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2018.1.3.~1.9. 7일간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2018.1.10.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2018.1.10.~1.14. 5일간(실제 K사는 2018.1.12.~1.18. 7일간 확정 공고함) K사가 관련 법령을 잘못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된 규정의 복잡성 등으로 노사 당사자 규범 준수의 기대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개별교섭 동의 기한(교섭대표 자율 결정 기간, 노조법 제29조의2 제2항 및 시행령 제14조의6 제1항):2018.1.15.~1.28.

-M노조와의 개별교섭에 동의:시기는 확인되지 않음.

-K사가 2018.1.31. 금속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되었음과 M노조와 개별교섭을 한다는 내용을 공고(공고 기간:2018.1.31.~2.5.)함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K사가 M노조와 개별교섭에 동의한 시기는 금속노조를 과반수 노조로서 교섭대표노조로 확정하여 공고한 2018.1.31. 이전이거나 늦어도 이 공고를 한 시점이다(개별교섭에 동의한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음). 만약 K사가 M노조와의 개별교섭에 2018.1. 29.~1.31. 중에 동의하였다면 노조법령에서 정한 개별교섭 동의 기한이 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개별교섭 동의 기한(교섭대표 자율 결정 기간)을 지나 복수 노동조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개별교섭에 동의한 경우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해야 한다면 노조법 제41조 제1항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3개의 노동조합 모두 개별교섭에 동의하여 각각 개별교섭을 진행하던 중 일부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이 체결되었으나 나머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못하고 쟁의행위에 이르러 자신의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하였다면 이를 법 위반으로 보아 벌칙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개별교섭 동의 기한의 법적 성격을 판시한 판례(대법원 2016.1.14. 선고 2013다84643ㆍ84650 판결)를 원용하는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 개별교섭에 대한 동의의 효력이 없으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필자는 개별교섭 동의 기간(또는 교섭대표 자율 결정 기간)에 대한 관련 규정의 법적 성격을 강행규정이 아니라 노사 당사자 사이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있다면 그 분쟁을 해결하는 ‘기준이 되는 규범’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노조법령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시킴으로써 교섭대표노조 선정을 둘러싼 소모적인 시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논쟁을 불식시켜 신속하게 교섭대표노조를 확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사업장 내 모든 노사 당사자 간 법정 ‘개별교섭 동의 기한 외’에 자율적 합의로 개별교섭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면 이를 무효로 볼 이유는 없고, 그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개별 노동조합별로 실시하였더라도 법 위반이 된다거나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개별교섭 동의 기간이 지나면 다수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되는데 다수 노조가 개별교섭에 동의한 것은 자신이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개별교섭에 동의한 경우에도 대상 판결의 판시 내용과 같이 개별교섭에 대한 동의의 효력은 설령 개별교섭 동의 기한이 지났더라도 해당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조합에도 미친다고 보이므로 위와 달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된 규정은 교섭대표노조에 소수 노조를 대표하여 교섭할 권리와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고, 소수 노조에 단체교섭권을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동의하여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잃더라도 침해당하는 권리는 없으며 오히려 소수 노조는 온전히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복수 노조 상황에서 위 노조법 제41조 제1항 및 제91조를 적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문언 그대로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개별교섭 기한 ‘내’에 개별교섭에 동의하였다면 교섭대표노조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되지 않은 것이며, 개별교섭 기한 ‘외’에 일부 노동조합이 개별교섭에 동의하고 나머지 노동조합이 창구 단일화를 거쳐 교섭대표를 결정하였다면 이는 교섭대표노조가 적법하게(제29조의2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 의구심은 노조법 제41조 제1항이 처벌하고자 하는 대상이 찬반 투표의 결과(과반수의 찬성)에 있는지 아니면 찬반 투표의 과정(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투표권 부여)에 있는지 여부이다.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도 L노조 조합원 전체에게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하였더라도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만이 참여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의 결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대비 과반수의 찬성을 얻었더라도 적법한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위 노조법 제41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노조법 제41조 제1항이 처벌하고자 하는 대상은 찬반투표의 결과뿐만 아니라 복수 노동조합에 대해 투표권을 부여했는지 및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를 했는지 등의 찬반 투표 과정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네 번째 문제의식은 근원적으로 노조법 제41조 제1항 위반의 쟁의행위에 대해 노동형벌(노조법 제91조 벌칙)로 규율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치도록 한 노조법 제41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 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라는 점에서는 학설과 판례가 별다른 이견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는 조합의 간부로서 찬반 투표 실시를 결정할 지위에 있는 자에 국한되고, 이 외의 조합원은 그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주체(노동조합의 대표자 및 간부)와 조합원과의 관계에서 그 의무 위반을 벌칙을 두어 범죄시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따라서 벌칙을 삭제하여 비범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강선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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