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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산별노조 간부의 사업장 출입 권한

대법원 2020.07.29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0년 11월호(통권 제188호)
  • 출판일2020.12.11
  • 저자김홍영

판결 요지

【판결요지】
산별노조 간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의 증거수집 등을 목적으로 소속 지회 사업장에 들어가 조합활동을 한 것에 대해, 그로 말미암아 기업운영이나 업무수행, 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어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로 판단한 사례이다.

 

 

대상판결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간부가 조합원의 사업장인 유성기업에 출입하여 현장순회를 한 행위가 공동주거침입죄(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처벌받는지를 다룬 형사 판결이다. 간부 2명은 유성기업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회사의 승낙을 받지 않고 함부로 사업장에 들어갔으니, 외견상으로는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근로자가 가지는 결사의 자유 내지 노동3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민ㆍ형사상 면책이 된다(노동조합법 제4조, 형법 제20조).”(대상판결문 인용) 결국 출입 행위가 정당한 조합활동 행위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한지의 판단 기준은 판례가 해석론을 제시해 왔다. 즉 “첫째, 주체의 측면에서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목적의 측면에서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시기의 측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넷째, 수단ㆍ방법의 측면에서 사업장 내 조합활동에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2.4.10. 선고 91도3044 판결 등 참조).”(대상판결문 인용) 이러한 판례 법리는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이므로 간부의 사업장 출입 행위도 주체의 측면에서는 성질상 조합활동이어서 정당한 조합활동이 된다. 조합원이 근무하는 사업장의 안전을 관찰하기 위한 순회방문이므로 목적의 측면에서도 정당한 조합활동이 된다. 문제는 시기ㆍ수단ㆍ방법의 측면에서도 정당한지이다. 즉 산별노조 간부이면 무조건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조합원의 사업장을 출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점들을 고려하여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인정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반대로 산별노조 간부이면 조합활동을 이유로라도 사업장을 출입할 수 없고 사용자의 승낙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서술한 정당한 조합활동의 요건에 관한 판례 법리 중에서 시기ㆍ수단ㆍ방법 등에 관한 요건은 지나치게 사용자 측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판례는 조합활동의 필요성과 긴급성 등 여러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여 시기ㆍ수단ㆍ방법 등에 관한 요건을 해석해 왔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잘 정리하여 새로이 판례의 문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시기ㆍ수단ㆍ방법 등에 관한 요건은 조합활동과 사용자의 노무지휘권ㆍ시설관리권 등이 충돌할 경우에 그 정당성을 어떠한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하는 문제이므로, 위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조합활동의 필요성과 긴급성, 조합활동으로 행해진 개별 행위의 경위와 구체적 태양, 사용자의 노무지휘권ㆍ시설관리권 등의 침해 여부와 정도, 그밖에 근로관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충돌되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비교ㆍ형량하여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2.22. 선고 93도613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5496 판결, 대법원 1995.2.17. 선고 94다44422 판결 등 참조).”는 판례 법리를 정리하였다. 이러한 판례 법리가 앞으로 후속 판결들에서 인용되고 적용되어 올바른 판례 법리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원심 판결이 무죄라고 판단한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피고인들은 금속노조 소속 간부들로서 유성기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의 증거수집 등을 할 목적으로 회사 영동공장 내 생산1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고 한다)에 들어간 것이고, 그 이전에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간부들이 같은 목적으로 이 사건 공장을 방문하여 관리자 측의 별다른 제지 없이 현장순회를 해왔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장의 시설이나 설비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단지 그 상태를 눈으로 살펴보았을 뿐으로 그 시간도 30분 내지 40분 정도에 그쳤다. 피고인들이 이러한 현장순회 과정에서 회사 측을 폭행ㆍ협박하거나 강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바 없고, 근무 중인 근로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소란을 피운 사실도 없었다. 시기ㆍ수단ㆍ방법 등에 관한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이러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충돌되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비교ㆍ형량하여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서, 결국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대상판결과 달리 하급심인 원심 판결(청주지방법원 2017.1.26. 선고 2016노1005 판결)과 1심 판결(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2016.8.12. 선고 2015고단231 판결)은 산별노조 조합간부가 사업장에 출입하는 것이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정당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였다. ①별개의 기업별 노조는 자주성ㆍ독립성이 없어 노조설립이 무효이므로, 그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무효이고, ②금속노조 영동지회가 체결했던 이전 단체협약을 해석해보면 간부의 출입 권한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별개의 기업별 노조가 설립이 무효가 되는지의 판단은 쉽지 않다. 또한 별개의 기업별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보더라도 쟁의행위기간에 그 회사의 종업원인 조합원이 출입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반대로 종업원이 아닌 다른 노조의 조합원은 출입할 수 없다고 해석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의 특수한 사정에 천착하기보다는 일반적인 판단 법리를 적용하였다는 점에서도 다른 노사관계에 시사점이 크다.

물론 단체협약에 산별노조의 간부가 사업장에 출입하는 경우 사용자로부터 승낙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거나, 반대로 산별노조의 간부가 사업장에 출입하려는 경우 사용자로부터의 승낙 없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면, 그러한 단체협약에 따라 사업장의 출입 권한의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

대상판결은 단체협약상의 명백하게 출입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산별노조 간부의 사업장 출입은 주체와 목적의 측면에서 정당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단체협약에서 명백하게 제한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산별노조의 간부에게도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한 출입 권한이 인정되는 것이다. 정당한 조합활동인지는 사업장에서의 행위가 목적뿐만 아니라 시기ㆍ수단ㆍ방법 등에 관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노조의 조합활동권과 사용자의 노무지휘권ㆍ시설관리권을 객관적으로 비교ㆍ형량하여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게 되므로, 산별노조 간부가 사업장에서 하는 조합활동은 사용자의 권한들을 존중하고 배려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용자도 산별노조 간부가 사업장에 출입하여 하려는 조합활동권을 존중하고 배려하여야 한다.
 

김홍영(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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