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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산재유족 특별채용 단체협약 조항의 적법성

대법원 2020.08.27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0년 10월호(통권 제187호)
  • 출판일2020.12.11
  • 저자권오성

판결 요지

【판결요지】

(1)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이러한 자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ㆍ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교섭하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의 실질적 자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결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집단적 합의에 의하여 근로조건 등을 자기 책임하에서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노사에 부여함으로써 이른바 협약자치를 보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단체협약이 민법 제103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으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면 그 법률적 효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다만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3) 헌법 제15조가 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23조 제1항이 정하는 재산권 등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어떠한 근로자를 어떠한 기준과 방법에 의하여 채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가 있다. 다만 사용자는 스스로 이러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근로자 채용에 관하여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4)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을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그와 같은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유나 경위, 그와 같은 단체협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단의 적합성, 채용대상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의 유무와 내용, 사업장 내 동종 취업규칙 유무, 단체협약의 유지 기간과 그 준수 여부, 단체협약이 규정한 채용의 형태와 단체협약에 따라 채용되는 근로자의 수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용자의 일반 채용에 미치는 영향과 구직희망자들에 미치는 불이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1. 들어가며 

 

소위 ‘단체협약상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할 때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자 등을 특별채용하는 취지의 조항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래 일부 공기업이나 대형 사업장에서 기업복지의 일환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의 자녀 또는 피부양가족에 대한 특별채용 등 다양한 형태의 특별채용 조항을 두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그런데 근래 청년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동시에 취업자의 근로조건의 양극화가 심화됨으로 인하여 구직자들의 공기업 및 대형 사업장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단체협약상 특별채용 조항을 ‘고용세습’ 또는 ‘현대판 음서제도’ 등의 표현으로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이 단체협약상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근거하여 회사에 채용의 의사표시를 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유족 특별채용에 관한 단체협약 조항의 사법상 효력이 다투어지고 있다. 이러한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사법상 효력에 관하여는 민법과 노동법의 두 영역에 걸쳐 ①단체협약의 효력과 관련하여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규범적 부분인지 아니면 채무적 부분인지), ②위 ①의 각 경우에 있어 개별적인 강행법규가 아니라 일반조항인 민법 제103조에 근거하여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사법상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③위 ②와 관련하여 민법 제103조에 근거한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대한 규범통제가 가능하다면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공서양속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법적 쟁점이 문제된다. 한편 위 ③과 관련하여서는 (i)기업 스스로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지(‘채용의 자유’가 포기할 수 없는 기본권에 해당하는지) 및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 자체가 채용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는 아닌지, (ii)특정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일반 국민의 기대를 공서(公序)로 볼 수 있는지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고, 나아가 (iii)장시간 근로와 높은 실업률이 동시에 문제 되는 모순적 상황이 상징하는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기능적 결손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의 해결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무임에도 일자리 문제를 이유로 집단적 자치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iv)산재유족을 특별채용하는 것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부양공동체의 소득상실’이라는 사회적 위험의 해결에 적합한 방식으로 볼 수는 없는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공개변론에 원고측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대법원에 몇 가지 법률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얻은 바 있다. 아래는 필자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일부를 발췌ㆍ요약하는 것으로 리뷰를 갈음하고자 한다.

 

 

2. 채용의 자유의 의미

 

채용의 자유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채용의 자유를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영업의 자유의 한 속성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직업선택의 자유는 개인이 봉건적 신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대국가적 방어권 성격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기업의 직업선택의 자유 또한 기업이 희망하는 종류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즉, 기업이 특정 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국가로부터 특허를 받아야 하는 등의 국면에서 논의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따라서 채용의 자유를 기업의 직업선택의 자유로부터 도출하는 논증은 타당하지 않다. 결국 채용의 자유는 ‘근로계약’이라는 유형의 계약에서 계약자유의 원칙 이상의 규범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노사 간의 분쟁보다 단체협약의 원만한 합의에 따른 이익을 더 중요하게 고려했을 수 있다. 기업이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여 스스로 채용의 자유를 행사하여 단체협약으로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둔 것이라면, 이러한 조항은 기업 스스로 자신의 채용의 자유를 노동조합과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로 경영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상의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신의 채용의 자유를 노동조합과 합의한 내용에 따라 행사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본다면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채용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채용의 자유의 구체적 실현, 즉 기업이 장래 산재유족을 채용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결과이므로 기업이 스스로 한 약속을 법원이 무효화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채용의 자유의 침해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3.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채용의 공정성

 

채용이란 노동계약의 체결이므로, 사용자가 누구를 채용하는가는 원칙적으로 자유이다. 그러나 한편 기업에 의한 채용이라고 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본다면 제한된 지위(post)의 취업희망자에 대한 배분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채용이라는 행동에서는 사회적 제약이 내재한다. 다만, 기업의 채용정책에 사회적 제약이 긍정된다고 하더라고 특정 기업에의 채용에 대한 일반 국민의 ‘희망 내지 기대라는 감정’을 법적으로 보호되는 권리로 근거 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구직자의 채용에 대한 기대이익이라는 가치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로 삼을 정도에 이르는 가치인지, 특히 산재 사망자 유족과 비교하여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대상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를 근거로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에 위반된다고 보는 견해는 타당성이 없다. 이들 규정이 차별금지의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신분에 조합원 또는 조합원의 유족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들 규정에 의해 구체화된 채용에 대한 제한을 담고 있는 직접적인 법률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 규정을 직접적으로 적용해 평등권 위반이니 고용정책 기본법 위반의 논거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채용상 ‘공정’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관점 이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평등이 형식적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이어야 하듯이, 공정 또한 형식적으로 기회가 균등하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달성된다고 할 것이다. 산재유족이라는 사회적 약자에게 특별채용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나아가 실질적 공정을 달성하는 수단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완전고용이라는 정책과제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무인 바, 노동시장의 기능적 결손에서 발생한 일자리 문제를 사경제 주체인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재 고용시장에서 일자리의 양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착된 장시간 근로관행이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되며, 일자리의 질의 문제는 불법파견이나 사내하도급 등의 외주화가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통한 일자리의 양과 질의 개선이야말로 국가의 책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 적극적인 해결을 도외시한 채, “고용세습”이라는 감정에 치우친 여론을 공서양속으로 치환하고, 이에 근거하여 산재유족 특별채용에 관한 단체협약 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을 노동조합이나 산재유족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요컨대, 단체협약은 그 적용 대상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외부의 누군가를 차별하기 위해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3권 실현의 결과인 단체협약을 차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4. 사회적 위험으로서의 업무상 사망

 

업무상 사망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구제방법에 대해서는 ‘부양공동체의 보호’의 관점에서 고려가 필요하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구제방법은 ‘원상회복’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겠지만, “나사로야 나오라!”고 외친다고 하여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가 다시 살아날리 없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에 대한 ‘원상회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 내에서 부양공동체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생계부양자가 종래 수행하던 직업을 그 유족(遺族)이 승계토록 하는 것이 어쩌면 업무상 사망으로 인한 부양공동체의 소득상실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하여 원상회복에 가장 가까운 구제방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고용의 일신전속적 성격(민법 제657조)으로 인하여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피재근로자의 고용상 지위를 유족이 승계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를 일반적인 법제도로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재유족 특별채용에 관한 해외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산재유족과 같이 업무상 재해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이 자발적 의사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 중 1인을 특별채용하기로 약속하는 것을 사회상규에 위반하였다고 볼 이유는 없다. 산재유족의 특별채용을 일반적인 법제도로 도입하는 것과 개별 기업이 스스로의 의사로 자기구속적 약속을 하는 것을 동일한 평면에서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들은 산재보상과 민법상 손해배상으로 해결되므로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산재보상금과 손해배상액으로 근로자와 가족들에게 모두 보상이 되었다고 이해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겠으나, 산재유족이 망인의 사망 이전보다 사회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게 되는 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조합원 및 그 유족이 겪게 될 이러한 곤란함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사용자 역시 노동조합과의 교섭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자율적으로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협약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관점에서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은 산재유족이 겪게 될 고통을 외면한 것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의 한계를 고려할 때 산업재해 발생 이후 피재근로자 가족의 소득 및 생활보장을 위해 산재보험의 유족급여제도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과 노동조합의 합의로 단체협약을 통하여 추가적인 보호대책으로 산재사망자의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 방식의 추가적인 보호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상규에 부합한다.

산재사망자의 유족은 예상치 못한 가족의 사망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유무형의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급여, 장의비 내지 민사상 손해배상 등으로 충분히 전보되지 않을 수 있으며, 배상(賠償) 등이 이루어지더라도 피해가 ‘원상회복’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산재사망자의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 규정은 기업이 부담하는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책임을 보충 및 확장하는 취지의 규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5. 맺으며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에 대한 무제한적 제한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특별히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안인 업무상 사망의 제한적 상황에 대하여 사용자 스스로 피재근로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그 도입배경이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3자의 구직에 관한 기대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유족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으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을 보충하는 법정 외 보상방법을 규정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상판결의 법정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권오성(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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