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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채권추심원의 겸직은 근로자성 부정의 징표가 아니다

대법원 2020.06.25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0년 10월호(통권 제187호)
  • 출판일2020.12.11
  • 저자방강수

판결 요지

 

【판결요지】
원고들이 피고 외의 다른 근무처에서 상당한 소득을 올렸다는 사정은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파악할 때 고려할 여러 사정 중 일부에 불과하다. 위 원고들이 피고 외의 다른 근무처에서 얻은 소득이 같은 기간 피고로부터 얻은 소득과 비교하여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여부를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판단할 때 일의적 기준으로 삼을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결국 위 원고들이 피고 외의 다른 근무처에서 얻은 소득이 같은 기간 피고로부터 얻은 소득과 비교하여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에도 여전히 위 원고들을 피고의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

 

 

피고(브라보캐피탈앤드대부 주식회사)는 채권추심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며 채권추심업무에 종사했던 자들이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퇴직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특이한 점은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기간 중에 다른 채권추심회사에서 겸직을 한 것이다(즉, 원고들의 전체 ‘근무기간’의 일부는 ‘겸직기간’이다). 또한 겸직기간 중 일부는 “피고 외의 다른 근무처에서 얻은 소득이 같은 기간 피고로부터 얻은 소득과 비교하여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이하 ‘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이라 한다)이다.

예컨대, 원고 A의 경우 피고 회사에서의 전체 ‘근무기간’은 약 9년이지만, 이 중 ‘겸직기간’은 약 6년이고, 이 겸직기간 중에 1년은 ‘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이다. 원고들의 ‘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의 구체적인 소득은 다음과 같은데, 다른 회사 소득이 피고 회사 소득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표> 첨부파일 참조

 

1심판결은 먼저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원고들의 겸직기간은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피고에게 제공한 채권추심업무의 종속성이 다른 회사에서 소득을 얻기 시작한 시점부터 곧바로 부정되기는 어렵다며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 결과 1심판결은 원고들의 전체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인정하였다.

2심판결은 겸직기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은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근무기간에 대해서만 퇴직금 지급의무를 인정하였다. 2심판결이 ‘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에 대해 근로자성을 부정한 근거는 ①이 기간은 원고 1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이 피고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의 마지막 연도인 점, ②이 기간에는 원고들이 피고에 전속되어 피고의 채권추심위임인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이 기간의 원고들의 소득규모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업무처리방식ㆍ업무지시ㆍ실적관리ㆍ근태관리 등이 그 이전 기간과 동일하게 적용되어 원고들이 여전히 피고에 종속되어 지휘ㆍ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다. 그런데 2심판결은 근로자성 부정의 징표로 ‘타소득 50% 이상’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근거는 밝히고 있지는 않다.

반면 대상판결은 원고들의 ‘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에도 여전히 피고의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이 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이 제시한 근거는 ①원고들이 다른 회사에서 상당한 소득을 올렸다는 사정은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파악할 때 고려할 여러 사정의 일부에 불과하므로, 다른 회사 소득이 피고 회사 소득과 비교하여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여부를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판단할 때 일의적 기준으로 삼을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점, ②‘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 동안 겸직 소득규모 외에는 원고들의 업무수행 방식과 피고의 지휘ㆍ감독의 태양이나 정도 등이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종전과 달리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변경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 등이다.

결과적으로 대상판결은 1심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소득을 얻는 시간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는 선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겸직 여부’와 ‘다른 회사 소득의 규모’가 근로자성 부정의 징표가 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입장은 타당하다.

문제는 2심판결에 있다. 첫째, 2심판결은 여전히 전속성(專屬性)에 집착하고 있다. 2심판결은 원고들이 ‘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에는 피고에 전속되어 업무수행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기간 외에 일반 겸직기간도 피고에 전속되었던 것은 아니다. 전속의 사전적 의미는 “오로지 어떤 한 기구나 조직에 소속되거나 관계를 맺음”이기 때문이다(‘주로’가 아니라 ‘오로지’이다). 다른 회사에서 얻은 소득규모가 전속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당연히 아니라는 점에서, 2심판결은 일단 전속성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2심판결의 더 큰 문제는 전속성을 근로자성 판단의 중요 징표로 파악하는 것이다. 대학 시간강사의 예처럼, 복수의 사업주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노무제공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속성은 더 이상 중요 징표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원고들이 피고와의 관계에서 종속노동을 제공했는지를 판단하면 충분하다. 다른 회사와의 관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둘째, 2심판결은 ‘소득규모’와 ‘지휘ㆍ감독’을 연결시키고 있다. ‘타소득 50% 이상 겸직기간’은 다른 회사 소득의 규모가 많기 때문에, 그 이전 기간과 동일하게 피고의 지휘ㆍ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한편 대법원은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 판단의 추가 기준으로 “채권추심회사와 계약관계를 유지한 기간 동안 채권추심회사에 종속되어 지휘ㆍ감독을 받으며 업무에 전념하였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액수의 성과수수료를 받는 등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부정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는 한데, 2심판결이 이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고 있지는 않다. 아무튼 2심판결은 평소보다 소득이 줄었다면 그만큼 지휘ㆍ감독에서 벗어났다는 것인데,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이다.

대상판결은 노무제공자의 겸직 사실과 다른 회사에서 상당한 소득을 올렸다는 사정이 근로자성 부정의 중요 징표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하지만 이것을 법리로써 제시한 것은 아니다). 향후 대법원이 특정 사업주에 대한 전속성은 근로자성 판단의 형식적 징표와 마찬가지로, 부차적인 징표에 그칠 뿐이라는 법리를 명확히 밝혀주기를 기대해 본다.

 

방강수(한양대학교 공익소수자인권센터 연구원, 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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