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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임원, 출자자, 근로자 지위의 상호 독립성

대법원 2020.06.05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0년 9월호(통권 제186호)
  • 출판일2020.12.11
  • 저자권오성

판결 요지

판결요지

회사의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9.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원고가 ‘부사장’으로 호칭되고 또 일정기간 동안 유한회사 사원의 지위에 있었으나 이는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피고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1. 사안의 배경

 

소외 A, B, C, D 4인은 2000.3.경 자본금을 균등출자하여 보험계리법인인 甲유한회사를 설립하였다. 한편, 원고는 2003.2.경부터 위 甲사에서 프리랜서 보험계리사로 근무하였다. 甲사는 2005.4.경 서울 마포구로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대졸 신입사원들을 새로 채용하였고, 그 무렵부터 소속 보험계리사들은 원칙적으로 상근하면서 매월 20일에 정기적으로 급여를 지급받았다. 원고는 2006.7.경 위 甲사의 출자좌수를 취득한 이래 2007.4.17.경 甲사의 증자에 참여하여 출자좌수를 전체 출자좌수 21,000좌 중 2,000좌로 확대하였다가 2010.3.경 출자좌수 전부를 소외 A에게 양도하였다.

한편, 甲사는 2008.4.1. 취업규칙을 제정하였는데, 위 취업규칙 제1조는 취업규칙이 직원 및 ‘주주사원’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는 “주주사원을 주주의 자격을 가진 자로서 상시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甲사는 2014.1.1. 주식회사인 피고회사로 조직변경하고 해산하였는데, 원고는 조직변경 이후 피고회사에 계속하여 근무하다가 2017.3.31. 퇴직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는 피고회사를 상대로 자신이 甲사에 입사한 2003.2.부터 2015.12. 31.까지의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는 위 기간 동안은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2. 소송의 경과

 

가. 1심판결

1심법원은 ①원고가 甲사에 ‘프리랜서’로 일한 2003.2.부터 2005.4. 이전까지의 기간 및 ② 원고가 甲사의 출자좌수를 취득한 2006.7.부터 이를 모두 소외 A에게 양도하여 유한회사의 사원(社員)의 지위에서 벗어난 2010.3.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는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나머지 기간에 대하여는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취지로 판결하였다(원고 일부승소). 한편, 1심법원은 위 ②에 해당하는 기간에 관하여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이유를 “유한회사의 출자좌수를 취득한 유한회사의 사원 지위에 있었으므로, 사원으로 있었던 위 기간은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시하였다.

 

나. 원심판결

원심법원은 ①2005.4.경부터 원고가 ‘부사장’으로 호칭되었던 점, ②원고는 유한회사인 甲사의 사원 지위에 있었던 기간 동안 甲사의 사원총회에 참석하여 용역수익 배분구조 변경이나 직원급여제도 논의 등 유한회사 운영 전반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점, ③원고에 대한 급여는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 형식으로 지급되었고, 원고가 4대 보험에 가입되지도 않은 점, ④주주사원 및 직원으로 구성된 피고회사는 직원에 대한 급여를 회사계정에서 지급하고, 주주사원에 대한 용역비는 주주사원 계정에서 집행하는 등으로 용역수익을 회사 몫과 주주사원 몫으로 구분하여 계정을 집행ㆍ관리하고 있었는데, 원고는 주주사원 계정에서 용역비를 수령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원고는 피고회사의 경영사정을 이유로 2010.4.부터는 급여로 전달의 급여인 450만 원보다 150만 원 감액된 300만 원을 지급받기도 하였던 점, ⑥원고가 2008.10.1.부터 2010.9.30.까지 ○○주식회사의 선임계리사로, 2014.7.17.부터 2015.12.31.까지는 ○○의 선임계리사로 선임되어 위 기간 동안 기본급 외에 선임계리사 수당을 수령한 점, ⑦피고의 취업규칙 제25조에는 “만 1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퇴직하였을 때에는 급여 및 복리후생 규칙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주주사원에 대한 퇴직금 지급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점, ⑧원고는 입사 초기부터 일반 근로자가 아닌 피고의 관리자로서 근무하였다고 볼 사정이 다수 존재하고, 피고의 출자좌수 취득이나 급여지급 방식의 변경 등을 전후하여 원고의 피고 내에서의 지위, 역할 등이 실질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특별히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원고 전부패소).

 

다. 대상판결

대법원은 ①원고는 2006.7.경 甲사의 출자좌수를 취득하여 2010.3.경까지 사원의 지위에 있었지만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 등 경영권은 회장 A를 비롯한 회장단이 행사하였고, 원고를 비롯하여 출자좌수를 취득한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은 회사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못하였고, ②피고회사는 보험회사들로부터 의뢰받은 용역을 정리하여 보험계리사별로 배분한 다음 그들이 보험회사로 출근할 날짜를 지정하는 등으로 용역수행계획서를 작성하였고, 원고를 비롯한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은 피고회사가 수립한 계획에 따라 피고회사 또는 보험회사의 사무실로 정시 출근하여 배분받은 용역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③원고는 그와 같은 용역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3자를 고용하는 등으로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고, ④피고회사의 취업규칙은 일반 직원뿐만 아니라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도 그 적용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원고가 ‘부사장’으로 호칭되고 또 일정기간 동안 유한회사 사원의 지위에 있었으나 이는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피고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검 토

 

기업은 다양한 이용자와 관계를 맺는다. 기업은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출자자 또는 채권자와 거래한다. 기업은 자금조달의 대가로 그 지분(예컨대, 주식이나 출자좌수)을 발행하기도 한다. 기업의 출자자(예컨대, 주주나 유한회사의 사원)는 이러한 거래의 상대방이다. 한편, 주식회사나 유한회사 등 물적회사는 이러한 출자자가 다수임을 예정하고 있으며 출자자의 책임 또한 제한되고 있어 출자자가 직접 회사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機關)에 위임한다(소유와 경영의 분리). 다른 한편, 회사는 생산활동에 필요한 노동력을 조달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회사의 ①출자자(사원), ②임원(기관), ③근로자라는 세 가지 법적 지위가 다른 사람에게 귀속되는 것이 통상적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법적 지위의 발생 근거가 상이하므로 하나의 법적 지위가 다른 법적 지위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임원의 근로자성 문제는 회사의 기관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회사의 근로자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고, 유한회사의 사원(社員) 지위와 근로자 판단 문제는 회사의 출자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회사의 근로자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인바, 답을 먼저 말하면 모두 당연히 가능하다. 아래에서 분설한다.

 

(1)합명회사나 합자회사의 업무집행사원, 유한회사의 이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 유한책임회사의 업무집행자 등 회사의 법정(法定) 기관인 임원과 회사 사이의 법률관계는 기본적으로 법률과 정관에 의하여 획일적으로 규율되며, 대부분의 경우 위임관계이다. 그러므로 회사와 위임관계에 있는 법정기관인 임원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주장하는 임원 측에서 ‘예외적’으로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하였음을 추단케 할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이 있음을 주장ㆍ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등기이사가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사의 보수 지급에 관한 상법규정의 적용이 문제될 뿐이다.

한편, 종래 기업실무에서 ‘비등기임원’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자들은 법률에 근거 없이 회사와 체결한 계약에 근거하여 회사의 업무집행의 일부를 담당하는 자이므로 이들과 회사 사이는 법률에 의하여 획일적으로 규율되는 것이 아니라 비등기임원의 임용에 관한 계약의 내용에 따라 형성된다. 한편, 노동법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비등기)임원’이라는 개념은 특별한 법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임원의 근로자성과 관련하여 대법원 2003.9.26. 선고 2002다64681 판결을 원용하여 “(임원의)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러한 판시는 임원의 경우 여타 노무제공자에 비하여 엄격한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임원의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냥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 임원의 노무제공에 관하여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받는가라는 일반적인 판례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족하다.

 

(2)유한회사의 사원(社員)은 유한회사의 출자자이다. 여기서 출자(出資)란 영리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는 행위, 즉 자본단체의 구성원(member)이 된다는 의미이다. 출자자는 회사의 지분적 소유자로 이해되는바, 다만 여기서의 소유는 물권적 소유권이 아니라 법률과 정관에 따라 ①기업을 통제할 권리(right to control)와 ②기업의 이익 또는 잉여를 수취할 권리(right to appropriate profit or residual earnings)를 가진다는 말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유한회사의 사원이 이러한 통제권과 이익수취권을 보유 및 행사한다고 하더라고 이는 유한회사의 사원의 지위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에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그 유한회사의 사원 또는 주식회사의 주주라는 사실은 근로자성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3)요컨대, 기업의 임원, 출자자, 근로자 지위는 서로 독립적인 관계에 있다. 따라서 노무제공자가 ‘임원’이라는 사실 또는 ‘출자자’라는 사실은 근로자성의 판단에 영향을 주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권오성(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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