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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학력 허위 기재와 징계해고

대법원 2012.07.05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13년 12월호 (통권 제105호)
  • 출판일2014.07.02
  • 저자김기선

판결 요지

[판결요지] 

근로자가 입사 당시 제출한 이력서 등에 학력 등을 허위로 기재한 행위를 이유로 징계해고를 하는 경우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가 사전에 그 허위 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동일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는 등 고용 당시의 사정뿐 아니라 고용 이후 해고에 이르기까지 그 근로자가 종사한 근로의 내용과 기간, 허위 기재를 한 학력 등이 종사한 근로의 정상적인 제공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 사용자가 학력 등의 허위 기재 사실을 알게 된 경위, 알고 난 이후 당해 근로자의 태도 및 사용자의 조치 내용, 학력 등이 종전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는 사정이 드러남으로써 노사 간 및 근로자 상호 간 신뢰관계의 유지와 안정적인 기업경영과 질서유지에 미치는 영향 기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사용자가 이력서에 근로자의 학력 등의 기재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능력의 평가 외에 근로자의 진정성과 정직성, 당해 기업의 근로환경에 대한 적응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고 나아가 노사 간 신뢰관계의 형성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의 유지 등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이는 고용계약의 체결뿐 아니라 고용관계의 유지에 있어서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취업규칙에서 근로자가 고용 당시 제출한 이력서 등에 학력 등을 허위로 기재한 행위를 징계해고사유로 특히 명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고용 당시 및 그 이후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지 않다면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할 당시 이력서에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근로자를 학력 등의 허위 기재를 징계해고사유로 규정한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해고하는 경우, 고용 당시에 사용자가 근로자의 실제 학력 등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하였을지에 대하여 추단하는 이른바 가정적 인과관계의 요소뿐 아니라 고용 이후 해고 시점까지의 제반 사정을 보태어 보더라도 그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한 것은 아니라고 인정이 되어야만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학력 등의 이력서 허위 기재를 해고사유로 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자로서, 지엠대우오토엔테크놀로지 주식회사로부터 도급받아 부평공장의 생산공정 일부를 담당하는 하청회사에서 자동차 조립업무 내지 용접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입사 당시 이력서에 자신들의 학력을 졸업한 고등학교까지만 기재하고 대학졸업 사실은 기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2007. 9. 2. 설립된 전국금속노조 지엠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간부 등으로 활동하였는데, 이들 근로자가 소속된 각 하청업체들은 노조 설립 직후인 같은 해 9. 10.~17. 사이에 입사 당시 이력서에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을 해고하였다. 근로자들은 이력서 허위 기재를 이유로 한 징계해고는 부당해고이며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해고를 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입사 당시 이력서에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근로자들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학력 등의 이력서 허위 기재를 이유로 한 징계해고와 관련하여 종래 대다수의 대법원 판결은 학력의 허위 기재는 기업이 채용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전인격적 판단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사전에 학력의 허위 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채용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 조건으로는 채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당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에 있었다(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53865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도 이와 같은 전제에서,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이력서에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근로자의 정직성에 대한 중요한 부정적 요소이고 근로자에 대한 전인격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의 각 회사들은 4년제 대학졸업자를 생산직 사원으로 고용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이 사건 근로자들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고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이력서에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학력 등의 허위 기재를 징계해고사유로 규정한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근로자에게 있는 경우에만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고, 해고가 부당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고용 당시에 사용자가 근로자의 실제 학력 등을 알았더라면 과연 어떻게 하였을지 뿐만 아니라 고용 이후 해고 시점까지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원심판결은 학력 허위 기재를 이유로 한 징계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는 학력 허위 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용자의 주관적 의사뿐만 아니라 학력 허위 기재를 이유로 해고를 하는 것이 정당성이 있는지는 취업규칙에서 학력 등의 허위 기재행위를 해고사유로 명시한 취지, 4년제 대학졸업자는 생산직 사원으로 고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면서 채용 당시 그러한 조건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이유, 근로자들이 학력을 허위 기재하여 취업한 경위 및 그 목적과 의도, 고용 이후 해고에 이르기까지 근로자가 종사한 근로의 내용과 기간, 학력이 당해 근로의 정상적인 제공 등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학력 허위 기재가 드러나게 된 경위와 그 이후 근로자의 태도 및 회사의 조치, 학력 허위 기재가 드러남으로써 노사 간  또는 근로자 상호 간의 관계나 기업경영 환경 및 사업장 질서유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판단했어야 하는데 학력 허위 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용자의 주관적 의사만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1980년대 이후 상당수의 노동운동가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목적으로 노조활동을 위해 최종학력을 낮게 기재하고 노동현장에 투신하였다. 기업 측의 입장에서 볼 때 이들 ‘위장취업자’가 기업현장에 들어오는 것은 불필요하고 귀찮은 노사분쟁을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들 노동운동가를 현장에서 내몰기 위해 학력 등 이력서 허위 기재를 징계해고사유로 규정한 취업규칙을 근거로 이들을 해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기존 대부분의 판례는 이력서 제출 요구는 근로자에 대한 전인격적 판단을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한 것이고, 학력의 허위 기재는 이에 위반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기업 측의 주장에 적극 동조해 왔다. 그렇지만 학력의 허위 기재, 보다 정확하게는 최종학력의 미기재 행위는 애당초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기업은 채용할 근로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에 일정한 기술, 자격, 경력 및 학력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기업은 근로자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이를 증명할 만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경력 또는 학력 등의 허위 기재가 근로계약의 중요 부분에 해당하거나 일정 기술 또는 자격이 없음으로 인해 근로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근로계약을 취소하거나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이 사건과 같이 학력 등이 근로계약의 중요 부분에 해당하지 않거나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바 없다면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하거나 해고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은 학력 미기재를 이유로 한 해고가 부당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지만, 기존 대부분의 대법원 판결들과 마찬가지로 학력의 미기재 행위를 징계사유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기선(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