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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태업과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

대법원 2013.11.28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14년 1월호 (통권 제106호)
  • 출판일2014.07.02
  • 저자권오성

판결 요지

【판결요지】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인 태업도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며, 이 경우 임금의 감액수준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가 없다면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함이 타당하다. 다만 업무수행의 방법상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의 불완전성 정도를 산정할 수 없고, 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보다 근로자들에게 유리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근로자별로 측정된 태업시간 전부를 비율적으로 계산하여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도 불합리하지 않다.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피고회사는 2003. 9. 3. N사에 매각되었다가 2007. 7. 10. H사에 재매각되었다. 피고회사의 근로자들이 가입한 전국금속노조 K지회는 ‘10년 내 재매각 금지’, ‘100% 고용승계’ 등을 주장하며 피고회사와 대립하였고, 피고회사가 H사에 재매각된 직후인 2007. 7. 20.부터 같은 해 9. 20.까지 39일간 ‘고품질 운동’이라는 방식으로 매일 1.8 ~ 8시간 동안 태업을 하였다. 위 기간 중 피고회사의 생산액은 2007. 7월에는 전년대비 26.78%, 같은 해 8월에는 전년대비 10.37%, 9월에는 전년대비 13.59%를 각 기록하였다. 피고회사는 태업에 참가한 근로자들 개인별로 산정한 태업 참가 시간에 시급을 적용하여 산정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였고, 이에 임금이 공제된 근로자들은 공제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①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와 ②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면 임금의 삭감의 구체적인 기준은 무엇인지이다.

대상판결은 먼저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인 태업도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되는 것이라고 보고,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 등의 주된 권리․의무가 정지되어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쟁의행위기간 동안에는 근로제공의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근로자의 주된 권리로서의 임금청구권은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을 원용하여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태업도 근로제공의 정지라는 점에서 파업과 유사성이 있으므로 태업에 대해서도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은 수긍이 된다. 다만 대상판결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원용하여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고 선언한 점에는 다소 의문이 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집단법상의 정지설 내지 파업의 정지적 효과에서 도출한 것으로 평가되는바, 그러한 입론의 당부를 떠나 적어도 이를 ‘태업’에도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이 적시하듯 태업은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방법이다. 즉 근로자는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근로를 제공하였고, 사용자는 썩 내키지 않았을 수는 있겠지만 불완전한 근로제공을 거절하지 않고 수령하였다. 그렇다면 태업기간 동안 근로관계가 정지되었는가? 선뜻 긍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근거로 드는 근로관계의 정지는 파업으로 근로자는 근로제공의무에서, 사용자는 임금지급의무에서 각각 해방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근로관계의 정지와 태업에서의 ‘근로제공의 일부 정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지설에 근거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태업에도 일관하여 적용된다고 보면 태업의 경우에도 파업과 동일하게 임금 전액이 삭감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인바, 이러한 결론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따라서 태업에 대한 임금공제의 근거는 결국은 쌍무계약의 견련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급부 없으면 반대급부 없다’는 시민법상 쌍무계약의 법리가 아무런 변형 없이 노동법의 영역에 그대로 적용됨을 긍정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정당한 파업에 참가한 자의 직장복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고안된 정지설을 변용하여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근거로 삼는 것보다는 시민법상 쌍무계약의 법리를 원용하여 처리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쌍무계약의 견련성에서 태업 시 임금공제의 근거를 구할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가 제공한 불완전한 노무의 제공을 수령하고, 또한 불완전하게나마 근로자에게 업무지휘권을 행사하였다면 태업 기간의 임금청구권이 전부 소멸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태업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청구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태업에 참가한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을 엄밀하게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때 임금공제의 비율은 개별 근로자별로 당해 근로자가 평상시 제공해야 할 근로의 질,  양 및 시간을 태업 시 현실적으로 제공된 근로와 비교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할 것이지, 사업장의 평상시의 총생산량이 태업 때문에 어느 정도 감소되었는가에 따라 일률적으로 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이 임금의 감액수준은 원칙적으로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은 업무수행의 방법상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의 불완전성 정도를 산정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 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보다 근로자들에게 유리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근로자별로 측정된 태업시간 전부를 비율적으로 계산하여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도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태업에 따라 사업장 차원에서의 생산량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엄밀하게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금삭감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도 집단적 노사관계 차원의 공평성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대상판결의 이러한 판단을 탓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이러한 판단은 사업장 차원의 총생산량 감소라는 추상적인 사실을 근거로 사용자가 부담하는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에 대한 엄밀한 입증 책임을 완화시킨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권오성(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