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노사관계 평가 및 2023년 전망
- Date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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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사관계의 전개를 진단하고 2023년을 전망하고자 한다.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관점에 입각해 이루어질 수 있다. 노사관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현상들 가운데 무엇에 대해 천착하며 그 양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평가자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평가에 앞서 필자가 취하는 노사관계에 대한 분석시각을 간략히 언급하며 시작하겠다.
현대사회가 국가-시장-(시민)사회로 이루어져 있다는 보편이론적 인식에 입각했을 때, 노사관계는 국가, 시장, 그리고 사회의 행위자들이 어떠한 식으로 상호작용하며 시장, 특히 노동시장의 질서를 형성해 나가느냐를 그 핵심주제로 한다. 노사관계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i)국가를 이끄는 정부, (ⅱ)시장을 이루는 개별 근로자와 개별 사용자, 그리고 (ⅲ)사회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바, 개별 근로자의 집단적 이해대변체로서의 노동조합과 그들의 파트너에 속하는 개별 사용자 및 사용자들의 집단적 조직체 전체의 상호작용을 진단하는 작업이다. 이들이 다 함께 어떠한 식으로 민주적 소통을 통해 균형 있는 질서를 형성하면서 시장의 지속가능을 위해 협의와 교섭 및 갈등의 상호작용을 전개해 가느냐야말로 노사관계 분석의 핵심내용이라고 하겠다.
다양한 행위주체들 가운데 국가와 노동조합은 한국에서 한 시기의 노사관계를 특성짓는 데에 있어 가장 유력한 행위자로서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정부가 노사관계의 중요한 주체라는 점은 한국과 같은 제도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곳에서 특히 유념해야 한다. 정부의 태도에 따라 이해대변 주체들의 조직화와 활동양상이 달라지고, 그들이 상호 간에 경합을 벌이는 조건 및 의제의 성격과 방향성이 모두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행위자와 더불어 경제상황과 산업경기 등의 요소는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결정짓는 요인이며, 그에 따라 노사관계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의 개수와 질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맥락적 조건들은 모두 노사관계 행위자들의 행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배후요인으로 작용을 한다.
오늘날 한국의 노사관계는 수평적, 수직적 분화를 겪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의 분화와 노동조합의 분화가 초래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기존에 이른바 ‘1차 노동시장’ 중심의 기형성된 노사관계영역에 더하여, 1차 노동시장 중에서도 새롭게 형성되는 영역, 그리고 지난 20여 년간 점차 커져 온 이른바 ‘2차 노동시장’ 영역에서도 새로운 노사관계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2차 노동시장의 노사관계는 과거에는 주로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종사집단에 대해 어떠한 식으로 처우를 개선할 것인지를 놓고 이해당사자들이 조직화하여 교섭을 요구하거나 불법파견 소송을 벌이거나 하는 식의 조치들이 노사관계의 주요한 양태였다. 근래에 들어서는 정규직이더라도 사내하청의 형태에 있으면서 처우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영역, 그리고 특수형태근로자 등 이른바 비임금근로자들로서 대체로 제도화된 노동법적 시스템 내에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조직화와 교섭을 하려는 시도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노동력 가격의 결정에 조직화된 이해대변체가 참여하려는 시도를 도모하면서, 이른바 원청, 화주, 택배사 등 생태계 내의 대형업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일종의 ‘비제도적 사회적 대화체’가 형성되어 가고 있으나 , 그 제도화 수준이 낮아서 계속해서 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2차 노동시장의 노사관계는 오늘날 점점 더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이제 단지 기업 내에서의 노조와 사용자의 제한적인 관계만으로 노사관계를 이해할 수 없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노동시장의 분화, 즉 이중구조화의 심화 속에서 하청노동이나 비임금근로 영역에서 형성되는 집단적 이해갈등과 새로운 조정 및 관계의 형성에 대한 이슈를 포괄하지 않을 수 없다. 관행이 제도를 비껴가는 상황에서 전개되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갈등의 이슈들은 언젠가는 새롭게 제도를 재구성하면서 제도 내로 편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이 글에서는 먼저 2022년 노사관계의 특성짓기를 위해 조직화, 교섭, 갈등의 전반적인 전개상에 대해서 조망을 한 후(제Ⅱ장), 정부의 노동정책과 노사관계의 전국적 노동정치의 장이 어떠한 식으로 작동했는지 짚어 본다(제Ⅲ장). 이어서 현장 노사관계에 대한 진단을 크게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 둘로 나누어서 그 핵심적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임단협을 중심으로 제도화된 노사관계의 핵심지대를 차지하고 있고 또 새로운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1차 노동시장 주요 부문들에서의 경향을 금융, 금속, 보건의료, 공공, IT산업 등 크게 5개 핵심산업들을 중심으로 짚어 본다(제Ⅳ장). 이어서 2차 노동시장 내에서 갈등적으로 노사관계의 형성을 도모하고 있는 영역들을 화물운송, 제과 프랜차이즈, 택배산업 등 주요 기업 및 직종별 사례들을 선별하여 살펴보도록 한다(제Ⅴ장). 제Ⅵ장에서는 이러한 특성들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진단을 하며 2022년 노사관계의 특징을 정리해 보고, 끝으로 제Ⅶ장에서는 2023년 노사관계를 전망하고 과제를 논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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