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사관계 평가와 2022년 전망
- Date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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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다. 인류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사회경제체제상에 다양한 도전과 변화들이 강하게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생성, 기후위기의 도전 속에서 탈탄소화 시대를 향한 정부들의 굵직한 행보의 개진,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새로운 젊은 세대들의 부상, 고령화 사회와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사회안전망 개혁과 고용질서의 재구성 필요성 대두 등을 들 수 있다. 다양한 도전들이 한꺼번에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은 경제, 산업, 사회질서를 새롭게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 전체가 ‘복합대전환’의 시대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러한 도전의 영역들마다 노동의 이슈가 오버랩되어 있다. 노사관계도 이러한 시대적 압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노사관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도 그러한 시대적 변화상을 깊이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노사관계의 대응양태는 전환과정의 특성을 규정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노사관계는 전환의 후속작업에서 역할을 찾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을 수도 있고, 전환을 선도해 가면서 일자리와 경제가 처하게 되는 부담을 해결해 가는 데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한국 노사관계의 행위자들도 분명 다양한 폭과 깊이로 전환의 요구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아직은 전환이라는 키워드가 노사관계의 의식적 상호작용에서 전면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전환의 의미와 과제를 적극 감지하고, 이러한 도전에 타당하면서도 경로쇄신적(path-reshaping)으로 응전하는 행위자들, 그리고 그들의 ‘합주행동(concerted action)’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와 갈등이 생겨나면서 어렴풋하게 그러한 인식을 반영한 실천들이 모색되고 있는 수준이다.
이때, 노동시장의 분단된 구조를 반영하여 자연스럽게 노사관계 행위자들의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구조하에서 노사관계의 관행, 어젠다의 성격, 행위자 간 관계의 특성은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동일하지 않다. 아니 그것은 사실상 ‘균열’이라고 칭하는 것이 더 타당할 지도 모른다. 균열은 두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하나는 ‘지위적 균열’로서,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노사관계의 이중구조화까지 초래한 결과다. 다른 하나는 ‘세대적 균열’이다. 기성세대와 후속세대 사이에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와 이해가 큰 간극을 보이면서, 노사관계를 꾸려 가는 양상에도 질적인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환의 도전을 맞이함에 있어서도, 이처럼 그에 응전하는 균열된 행위자들의 서로 상이한 위치에 따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다양한 노사관계의 모습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크게 보아 어떤 영역은 ‘기형성된(established) 노사관계’의 범주(기존영역)에 속하고, 어떤 영역은 ‘형성 중인(emerging)’ 노사관계의 영역(태동영역)에 속한다. 여기에는 이른바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공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영역들에서 상이한 쟁점과 행위자들의 관계 양상이 확인된다.
이 글은 ‘전환’과 ‘균열’이라는 두 단어를 2021년 현재 한국의 노사관계를 관통하는 굵직한 주제어로 삼으면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노사관계의 다양한 양상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정부정책과 전국 수준 노사관계라고 할 수 있는 주제들의 진행을 개관해 보고(제Ⅱ장), 노조조직, 임금인상, 노사갈등 등 노사관계의 주요 양상들을 통계적으로 조망해 보았다(제Ⅲ장). 이어서 크게 기형성 영역과 형성 중인 영역으로 나누어 노사관계의 다양한 전개상을 살펴본 후(IV절), 전환 및 균열의 주제들과 관련된 노사관계의 전개양상들을 스케치해 보았다(제V장). 끝으로 2021년을 종합해서 평가하고 2022년에 펼쳐질 노사관계의 양상을 간략하게 전망했다(제VI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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