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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내용 이메일 송부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대법원 2022-01-13 선고, 2017도19516 판결
  2. 저자 권오상

【판결 요지】 

이 사건 이메일은 피고인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례에 관한 것으로 회사조직과 그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 사안이다. 피고인은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피해구제에 도움을 주고자 이 사건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이메일을 전송한 피고인의 주된 동기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설령 부수적으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1. 기초 사실 

 

A는 2013.6.3. B 주식회사(이하, B 회사)에 입사하여 2014.8.27.부터 본사 마케팅본부 마케팅팀 사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6.3.21. 둔촌동 매장으로 전보 발령을 받은 후 B 회사에 사직 의사를 표시한 후 퇴사 전인 2016.4.4. 16:28경 B 회사 소속 전국 208개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여 명에게 ‘성희롱 피해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제목하에 “현 HR팀장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사람들을 모아 마련한 자리에서 테이블 밑으로 손을 잡으며 성추행이 이뤄졌고, 그 이후에 문자로 추가 희롱이 있었다. 당황스러웠고 무서웠으며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 현재 절차상 성희롱 고충 상담 및 처리 담당자가 성희롱을 했던 HR팀장이므로 불이익이 갈까 싶어 말하지 못하였다. 이제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또 불편부당 신고안내문에 적힌 내용처럼 회사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처리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이 메일을 보낸다. 사내에서 성희롱 교육을 담당하고 성희롱 고충 상담을 들어주고 처리하는 업무를 하는 현 HR팀장이 직장 내 성희롱을 한 자신의 사례가 있으니 같은 일이 발생한 직원들은 팀장님이나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 등으로 신고하기 바란다. 또한 관련 사건에 대한 고소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또 다른 피해자분들이 있으면 현명하게 판단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2014.10.20.경 퇴근 시간 이후 HR팀장 C는 A 및 다른 사원 3명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는데, C는 술자리가 끝날 무렵인 20:59경부터 23:49경까지 약 12회에 걸쳐 A에게 일방적으로 ‘오늘 같이 가요’, ‘맥줏집 가면 옆에 앉아요. 싫음 반대편’, ‘답 안 주네. 힘들게 안 할게’, ‘집에 데려다줄게요’, ‘얘기할 것도 있는데’, ‘나 그냥 가요?’, ‘언제까지 기다려’, ‘왜 전화 안 하니’, ‘남친이랑 있어. 답 못 넣은 거니’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A는 C의 문자메시지에 대하여 아무런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B 회사 영업관리 본부장은 A의 이메일이 발송된 다음 날인 2016.4.5.경 A와 C를 순차적으로 따로 면담하였는데, 당시 A는 “C가 잘못했다, 안 했다를 떠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 (C가) HR팀장을 하는 것은 맞지 않으니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C는 “본인은 아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술 취해서 그런 것 같다. 2년 전 일이라 본인도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그 후 C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2016.4.8. HR팀장에서 경영지원본부 EHS팀장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  

A는 2016.4.6.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B 회사 대표이사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2016.5.23.경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으로 행정종결 처리하였고, 이후 C는 명예훼손 혐의로 A를 고소했다. 

 

 

2. 법원의 판단 

 

1과 2심은 “A는 이메일에 C를 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C의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 기재하지 않아 마치 최근 행위로 회사를 떠나게 된 것으로 오인하게 했고, C의 성희롱으로 인해 불이익한 인사명령을 받았고 이로 인해 회사를 떠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며 “A가 원하지 않는 인사발령을 한 C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이메일을 작성했다고 보여 C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서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의 이메일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례에 관한 것으로 회사조직과 그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 사안인 점, A가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피해구제에 도움을 주고자 이 사건 이메일을 전송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메일을 전송한 A의 주된 동기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설령 부수적으로 A에게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A에게 C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C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원심을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3. 검 토 

 

아직까지도 성희롱 피해자가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실을 곧바로 알리거나 문제로 삼을 경우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성희롱 피해사실을 문제 삼거나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퇴사를 계기로 비로소 이를 알리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시간적 경과로 성희롱 피해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가 사라지거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이때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 또는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고(「형법」 제307조),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이든,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든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소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하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00.2.25. 선고 98도2188 판결 참조). 정보통신망법상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되고, 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인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공공성ㆍ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대법원 2020.3.2. 선고 2018도15868 판결 등 참조).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은 판례 법리에 따라 피해자가 보낸 이메일이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피해구제에 도움을 주고자 한 것으로 이메일을 전송한 주된 동기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설령 부수적으로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가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는바, 이는 타당하고 성희롱 피해자의 구제를 위해서도 상당한 의의가 있다. 

오히려 회사에 입사한 지 채 2년이 안 된 사원인 피해자가 다른 사원들 몰래 테이블 아래로 입사 15년 차의 상급자인 가해자의 손을 먼저 잡거나 껴안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고, 가해자가 술자리에서 이성인 부하직원과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였으며, 성희롱적인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회사와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여부 사실 조사(확인) 및 판단의 미흡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직장 내 성추행이나 성희롱의 문제는 회사조직 자체는 물론이고,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성희롱 피해자가 근무 중 또는 퇴사 후라도 성희롱 피해사실을 이메일 등을 이용하여 제3자에게 알릴 경우 그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거나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추단된다면 쉽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권오상(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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