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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근로조건 대등결정 원칙의 헌법적 승인

  1. 헌법재판소 2021-12-23 선고, 2018헌마629, 630(병합) 결정
  2. 저자 박제성
【결정 요지】

사회적ㆍ경제적 열위에 있는 개별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정해진 근로조건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어 계약자유의 원칙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는바, 근로자에 대해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단결체를 조직하고 집단적으로 교섭함으로써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에서 근로조건을 결정ㆍ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근로조건의 집단적 결정은 대등한 위치에 있는 노사 간의 교섭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른바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2018년 6월 12일 개정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정하는 규정을 개정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특례를 규정한 조항을 도입하였다. 새로 도입된 제6조의2에 따르면,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총액의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 규정에 대해서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그런데 결정문에는 헌법 제33조 제1항의 노동3권, 특히 단체교섭권과 관련하여 필자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 언급된 적이 없는 법리와 원칙이 제시되었다. 즉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을 헌법적 원칙으로 승인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사회적ㆍ경제적 열위에 있는 개별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정해진 근로조건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어 계약자유의 원칙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는바, 근로자에 대해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단결체를 조직하고 집단적으로 교섭함으로써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에서 근로조건을 결정ㆍ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근로조건의 집단적 결정은 대등한 위치에 있는 노사 간의 교섭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른바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은 교과서 등에서 근로기준법 제4조를 설명하는 용어로만 사용되었다. 근로기준법 제4조에 따르면,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오로지 개별적 근로관계 차원에서만 해석하고, 반대로 노동조합법의 규정은 오로지 집단적 노사관계의 차원에서만 해석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노동관계는 필연적으로 개별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이 교차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

 

“[근로기준법 제4조의] 규정이 주로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에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근로자 개별적 차원의 형식적 평등을 집단적 차원의 실질적 평등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노동법의 생성과정을 보면, 위 규정에서 선언한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은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집단적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해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 것도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규범적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한 경우에 사용자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의 작성ㆍ변경을 통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들이 그 단결체를 통해 해당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용자와 집단적으로 교섭하는 것을 제한하게 되므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단체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한다.”

 

이것은 노동조합이 따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결론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설령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대하여 해당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협약의 체결을 주장하면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요구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기존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작성ㆍ변경할 수 있고 근로자로서는 이렇게 불리하게 변경된 근로조건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국면에서 해당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근로자 또는 근로자단체의 단체교섭권은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개정된 최저임금법에서 일정한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특례를 정한 것은 그 자체로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도 이 점을 인정한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상여금 등 및 복리후생비의 지급주기에 관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하여 최저임금 산입을 목적으로 하면서 총액의 변동이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상여금 등 및 복리후생비의 지급주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근로자가 근로자단체를 통해 상여금 등 및 복리후생비의 지급주기에 관하여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을 제한하므로, 노동조합인 청구인 조합들과 그 조합원인 청구인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한다.”

 

여기까지는 논리가 단정하고 빈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특례조항이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기는 하지만,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여기에서 헌법재판소는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기본권 제한의 일반론을 제시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정한 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한 다음에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특례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했다. 후자의 판단은 전자의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을 헌법적 원칙으로 승인하는, 매우 의미있는 법리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례조항이 단체교섭권의 “침해”에는 이르지 않는다는 우회로를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그 성취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박제성(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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