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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일 조항의 적용을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가 근로의 권리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1. 헌법재판소 2021-08-31 선고, 2018헌마563 결정
  2. 저자 정영훈

【판결 요지】

 (1) 헌법불합치의견(5인)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 : 축산업 근로자들에게 육체적ㆍ정신적 휴식을 보장하고 장시간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요청됨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가 축산 사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일 조항을 적용제외하고 있어서 축산업 근로자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 마련에 미흡하여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

평등권 침해 여부:산업의 발전이나 기술화의 진전, 축산 사업장 내 업무 분업화 등으로 인해 일반 근로자와의 차별이 불합리해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제외함으로써,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의 불규칙성을 수반하는 타 사업 종사 근로자들과 비교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2) 기각의견(1인)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축산업은 가축의 양육 및 출하에 있어 기후 및 계절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므로, 근로시간 및 근로내용에 있어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도 휴가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적용되며, 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축산업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할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입법자가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평등권 침해 여부 :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조항이 전제하고 있는 공장직 또는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와 달리, 축산업 근로자의 경우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특성이 뚜렷한 점, 일본, 유럽연합, 스위스 등 많은 국가들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축산업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법령의 전면적 또는 부분적 적용 제외를 인정하고 있는 점에서 볼 때, ‘사업’을 기준으로 축산업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및 휴일 조항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달리 취급하는 것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3) 각하의견(3)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서 정한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제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이하, 근로기준법) 제63조는 제4장과 제5장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를 정하고 있는데, 제1호에서는 농림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제2호에는 축산ㆍ양식ㆍ양잠ㆍ수산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제3호는 감시ㆍ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제4호는 관리ㆍ감독 업무 또는 기밀을 취급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결정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의 축산업 종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 제63조의 적용제외에 관한 위헌성 여부에 관해서 처음으로 본안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을 넘어서 위헌 의견인 헌법불합치의견이 5인에 이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각하하고 본안에 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의견이 3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청구기간을 준수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각하의견을 제시하였던 재판관들 중에 본안 판단에 있어서 위헌 취지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근로기준법 제63조에 관한 헌법소원 결정의 결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가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와 평등권의 침해 여부가 다투어졌다. 헌법불합치의견은 근로의 권리와 평등권 침해 모두를 인정하였고, 기각의견은 두 기본권 침해 모두를 부정하였는데, 각각의 기본권 침해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결론을 달리한 이유에 대해서 살펴본다.

먼저,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에 대해서 보면 기각의견과 헌법불합치의견에 있어서 결론을 달리한 가장 큰 이유는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 즉 심사의 기준의 차이가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두 의견 사이에는 세부적인 논거와 그에 기반한 평가의 차이는 확연하지만,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에서는 입법자의 재량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입법자의 재량 범위를 넓게 볼 것인지, 좁게 볼 것인지가 바로 판단의 잣대, 즉 심사기준인 것이다. 기각의견은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이것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하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를 취하게 되면 위헌성 여부의 판단 대상인 법률조항의 입법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면 대체로 합헌의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대체로 법률 조항은 그 입법에 있어서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상황에서는 위헌으로 결론이 내려지기 극히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의 입법이유는 축산업 등의 1차산업이 가지는 특수한 환경으로 인하여 근로시간 규제 등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것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하였다고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서 헌법불합치의견은 “근로시간 제한, 휴일, 가산임금제도의 적용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입법정책에 관한 문제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인정”되지만 “동시에 근로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입법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이익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취약한 상황에 놓인 근로자들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조건의 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물론 헌법불합치의견도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도 규정하지 않은 것이므로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하고 있는 점에서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을 상당히 넓게 인정하고 있는 듯하지만, 적어도 기각의견처럼 명확히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것을 대전제로 하면서 합헌성을 논증하지는 않는다. 특히 헌법불합치의견처럼 국가가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어떠한 의무를 이행하였는지를 잣대로 평가하게 되면 기각의견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을 살피면서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를 검토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평등권의 침해 여부에 대해서 본다. 평등권 침해 여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쟁점은 평등권 침해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또는 척도)이 무엇인지이다. 헌법재판소는 평등권 침해 여부의 심사기준에 관해서 종래 엄격한 심사와 완화된 심사를 구분하여 적용하고 있다. 엄격한 심사기준에 비하여 완화된 심사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위헌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이는 완화된 심사 기준의 내용이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의한 심사는 차별 취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심사이다. 즉, 합리적인 이유만 있다면 평등권의 침해(또는 평등원칙의 위배)는 없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이 사건 결정의 기각의견도 이와 같은 전형적인 판단구조를 취하고 있다. 먼저 심사기준으로서 “특정 산업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할 것인지 여부는 해당 산업의 특성, 근로실태, 근로자보호의 필요성 및 사용자의 법 준수능력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경우 관련 산업의 운용 및 고용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에 대한 장래예측도 수반되는 전문적인 경제ㆍ노동정책의 문제이므로 입법자에게 폭넓은 입법재량이 인정된다”고 하여 완화된 심사기준, 즉 “합리성 심사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점을 논증의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서 헌법불합치의견은 심사기준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아예 언급하고 있지 않다. 축산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를 근로시간, 휴게, 휴일의 규정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상황과 입법 배경의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합리적인 이유의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 기각결정도 합리적인 이유의 유무를 판단한 것이지만 논증의 출발에서부터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축산업 근로자의 근로환경적 특성, 해외 사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과 같이 형식적인 논거만으로도 충분히 합헌성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은 “근로조건  중 특히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들은 근로자의 적정 근로시간 준수와 충분한 휴식이 인간의 존엄성 보장의 기본전제가 됨을 인정하고, 이를 차별 없이 보장하고자 함에 있다”는 것을 논증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로부터 축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및 휴일에 대한 일정한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님에도, 그리고 적정 근로시간 및 휴식에 대한 개념이 점차 변화해옴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의 기준 또한 현격하게 높아졌음에도 국가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일률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여 왔다는 점에 대해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과 기각결정을 비교하여 보면 후자는 종래 헌법재판소가 채택한 심사기준이라는 것에 매몰되어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로환경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63조 제1호 및 제2호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구태의연하게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진 각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농업을 생산(1차산업)뿐 아니라 가공(2차산업)과 서비스(3차산업)가 융복합된 산업(6차산업)으로 육성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농촌융복합산업을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결정의 헌법불합치결정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1호 및 제2호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정영훈(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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