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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기대권

  1. 대법원 2021-04-29 선고, 2016두57045 판결
  2. 저자 강선희

 

【판결 요지】

도급업체가 사업장 내 업무의 일부를 기간을 정하여 다른 업체(이하 ‘용역업체’라 한다)에 위탁하고, 용역업체가 위탁받은 용역업무 수행을 위해 해당 용역계약의 종료 시점까지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여 왔는데, 해당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도급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여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원하였는데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 이때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는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약 내용, 해당 용역계약의 체결 동기와 경위, 도급업체 사업장에서의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 위탁의 대상으로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자들의 인식 등 근로관계 및 해당 용역계약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고용승계기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드디어, 아니 비로소 나왔다. 근로자들이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2014년 9월부터 무려 6년 7개월 만에 다시 사업장으로 복직하게 되었다.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울진원자력본부(이하 ‘한울원자력본부’라 함)는 울진원자력 제1발전소 등의 청소업무에 대해 외주 용역업체와 1년 또는 2년 단위로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왔고, 재입찰에 성공한 한두 개의 용역업체를 제외하고 용역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용역업체가 변경되었다. 근로자 3명(이하 ‘근로자 A, B, C’ 및 통칭하여 ‘근로자들’이라 함)은 한울원자력본부와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소속으로 근무하였는데, 근로자 B는 1997년 3월경, 근로자 C는 2002년 11월경 용역업체에 입사한 이래 청소용역을 담당하는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순차적으로 고용이 승계되어 위 발전소에서 근무하였고, 근로자 A는 2014년 4월경에 입사하였다. 근로자들은 2013년9월1일부터 2014년8월31일까지 청소용역을 위탁받은 이전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2014년8월31일까지 한울원자력본부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다. 한울원자력본부는 2014년도 청소용역에 대하여 공개입찰을 진행하였고, 용역업체 X(원고)가 낙찰받아 2014년8월경 새로이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함)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에 포함된 2014년도 한울원자력 제1발전소 청소용역시방서(이하 ‘이 사건 청소용역시방서’라고 함)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①계약상대자는 종업원을 채용하고자 할 때는 당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만을 채용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을 고용승계 및 용역계약기간 중 고용 유지 하여야 한다(일반시방서 제10조 제1항).

②근로계약서는 1년 단위로 계약이 성립되어야 한다(일반시방서 제10조 제4항).

③계약상대자는 청소용역 작업원 확보 시 원자력발전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청소업체 종업원의 재채용을 원칙으로 하며, 결원자의 신규 채용 시는 발전소 인근 주민을 채용하되 인근 주민의 수급이 불가할 때는 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타 지역 인원을 채용할 수 있으며, 채용된 작업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용역계약기간 중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특기시방서 제4의 라항).

 

새로운 용역업체(이하 ‘용역업체 X’라 함)는 2014년9월1일 이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하던 23명 중 근로자 A, B, C를 포함하여 4명에 대해 고용승계를 거부하였다. 근로자들은 이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위 지노위는 용역업체 X가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승계할 의무가 없으므로 사용자로서의 당사자 적격을 부인하여 각하하였고, 이에 근로자들은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였다. 중노위는 초심을 취소하면서 “용역업체 X와 한울원자력본부가 체결한 용역계약서 및 청소용역시방서의 내용을 종합하면 근로자들은 용역업체 X에 대해 ‘고용관계의 승계에 대한 기대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로 판정하였다. 이 사건에 대한 행정소송 1심인 대전지방법원도 위 용역계약서 및 청소용역시방서 등을 근거로 용역업체 X에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항소심인 대전고등법원은 “이 사건 청소용역시방서의 고용승계 규정은, 이러한 규정을 특별히 명시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제3자인 참가인들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체결된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고, 이 경우 참가인들이 승낙의 의사를 표시(고용승계의 요구)한 이상, 원고로서는 이 사건 청소용역시방서의 고용승계 규정에 따라 참가인들에 대하여 고용승계의무를 직접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용역업체 X의 고용승계의무를 ‘제3자를 위한 계약’(민법 제539조)의 법리에서 찾았다. 이의 상고심인 대법원은 위 【판결 요지】와 내용으로 판시하면서 용역업체 X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원심에서 전개한 ‘제3자를 위한 계약’의 법리보다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원용하였다.

 

그간 대법원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법리를 통해 기간제근로자의 고용 종료를 보호하였고, 이를 정규직 전환기대권으로 발전시켰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고용승계기대권으로 끌어올렸다. 중앙노동위원회가 ‘고용관계의 승계에 대한 기대권’의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이는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기대권 법리의 3탄이 완성된 셈이다. 종전의 기대권 법리는 동일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거나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신뢰관계의 형성이었는데, 대상판결의 고용승계기대권은 변경된 새로운 사용자를 대상으로 전개하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판결은 앞선 기대권과 달리 더욱 엄격한 판단의 요소를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사용자의 입장에서 ‘고용승계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의 일차적 판단 요소로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약 내용”(판단 요소ⓐ)을 들고 있다. 이는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를 지켜야 한다는 로마법의 격언(“pacta sunt servanda”)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제3자를 위한 계약인지를 따질 필요도 없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판단 요소ⓐ와 같은 ‘용역계약서 및 청소용역시방서’를 체결하였으므로 구태여 다른 요소를 언급하지 않아도 용역업체 X는 고용승계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구심이 드는 사항이 있다. 앞선 기대권 법리에서는 위 판단 요소ⓐ와 같은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관행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는데, 위 대상판결은 위 두 가지 판례 법리를 원용하면서도 이와 같은 표현 없이 “해당 용역계약의 체결 동기와 경위, 도급업체 사업장에서의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 위탁의 대상으로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자들의 인식 등”(판단 요소ⓑ)과 나란히 열거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미루어 보면 대상판결은 판단요소ⓐ와 같은 고용승계와 관련된 명시적 약정이 없는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의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이유로 대상판결의 확장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위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근로자 B는 위 발전소에서 용역업체만 바뀐 채로 17년 6개월가량을, 근로자 C는 11년 9개월가량을 근로하였고, 용역업체 X는 2007년에도 한울원자력본부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고용을 모두 승계한 사실이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용역업체 X는 판단 요소ⓐ와 같은 명시적인 약정이 없이도 고용승계의무를 부담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용역업체 명칭만 변경되었을 뿐 그 자리에서 항상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근로관계 승계법리가 적용되는 사업양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업체의 변경만으로 일자리를 상실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대상판결이 기대권 법리를 발전시킨 의의는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의 해결을 위해 2021년 5월17일 송옥주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처럼 영업양도뿐만 아니라 도급ㆍ용역업체 등의 변경을 포함한 사업이전으로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이전되는 경우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도록 입법화하는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하루속히 입법화되기를 기대하고, 입법적 조치가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용역 및 도급계약 등에 고용승계를 명시하도록 관련 지침 내지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남은 기대권은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인데 조만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듯하고, 이는 같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기대권 법리의 4탄이 될 것이다.

 

강선희(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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