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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해석론

  1. 대법원 2021-02-25 선고, 2017다226605 판결
  2. 저자 노상헌

【판결 요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규정 내용과 취지를 고려할 때, 해고 대상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면서 해고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반한 해고통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툼의 내용이다. 갑은 H중공업과 1년의 기간을 정한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H중공업 국제법무팀에서 근무하다 고용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H중공업은 5년간 연속 최하위 근무평정을 받는 등 갑의 근무 능력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갑을 해고하며 갑에게 계약 종료의 사유나 별도의 근거 규정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계약종료통지서를 교부하였다. 대상 판결은 갑에 대한 해고통지서에 해당하는 계약종료통지서에는 해고사유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이하,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통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달리 갑이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해고 통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에 관한 규정은 2007년 4월 근로기준법 전부개정에서 신설되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①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고, ②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였다.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입법 취지는 ⑴현행 근로자 해고 시 해고사유 및 시기를 명시하여 통지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 사용자가 일시적인 감정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향이 있고, ⑵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와 관련된 분쟁 해결에 어려움이 있으며, ⑶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 해고 시 신중을 기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권익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14.3.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해고 예고를 하는 때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해고사유 등 통지를 한 것으로 보는 규정을 신설하여(제3항), 사용자에게 해고예고와 별도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통지해야 하는 의무를 면해 줌으로써 해고의 절차를 간명하게 하였다.

근로기준법 제27조 적용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 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 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론을 정립하고 있다(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다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원칙적으로 서면통지를 요하는 해고사유 및 시기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 해고사유를 알고 있다거나 명확하다는 이유로 불분명한 서면통지에 의한 해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는 것이다. 서면통지가 없는 구두 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서면통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해고사유의 서면통지 내용을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해석하면 사용자가 서면통지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누락하거나 축약하여 기재하는 등 해고사유를 불분명하게 통지하는 경우,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존재하고 근로자의 비위행위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절차적으로 위법하여 해고가 무효라는 법적 평가를 받게 된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 취지와는 무관하게 노동 현장의 법 감정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법원은 서면통지에서 해고사유 등 일부 누락이 있거나 축약한 경우에는 해고사유의 존부와 경중을 따져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합목적적 해석을 한다.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신설된 이후 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들에 대하여 해고통보를 함에 있어 해고통보서에 해임사유를 ‘징계해임’으로 기재하였을 뿐 그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지만, 근로자들이 해고에 앞서 사용자로부터 징계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인사위원회 출석 요구서를 수령한 바 있고, 그 후 개별 징계사유별로 반박하는 내용의 의견진술서를 인사위원회에 작성⋅제출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들은 해고통보서를 받기 이전부터 이미 해고사유를 알고 있었다 할 것이므로 해고함에 있어 그 통보서에 해고사유를 ‘징계해임’이라고만 기재하였다고 하여 해고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5.28. 선고 2008구합48718 판결). 나아가 징계 절차를 거치면서 해고자가 징계사유를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해고사유가 적시되지 않은 해고 서면통지의 적법성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서울행정법원 2012.2.16. 선고 2011구합2491 판결). 즉 근로자가 해고사유를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해고사유를 축약하거나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해고사유 서면통지 요건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법원은 해고의 실체적 정당성(해고사유 및 경중)과 절차적 정당성(서면통지의 내용 및 해고 대상자의 인지 여부)을 비교형량하여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

대상 판결의 판단 구조이다. 선례의 두 판결을 전제한다.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다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참조). 대상 판결은 입법 취지에 따라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지만,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고사유의 서면통지 명시 정도를 탄력적으로 해석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정합적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7조의 규정 내용과 취지를 고려할 때, 해고 대상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면서 ‘해고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반한 해고통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정리하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해고 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는 법규정을 재확인한 것이다.

 

노상헌(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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