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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가야할 먼 길

  1.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0-12-29 선고, 2020고단802 판결
  2. 저자 전형배

【판결 요지】
3번 냉각기 용접작업 중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사망자가 발생하였다는 공소사실과 달리 지상 3층 승강장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똥이 화재의 원인일 개연성이 높으므로 3번 냉각기 용접작업에 따른 의무위반을 전제로 기소된 5명의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관하여 모두 무죄이고, 건물 전반에 관한 안전관리의무가 있는 시공사의 본부장(현장소장)은 의무위반이 인정되므로 징역 3년 6개월에 처하고 시공사는 벌금 3,000만 원에 처한다.

 

 

대상판결은 2020년 4월 29일 13시 32분쯤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640-1 한익스프레스(발주자) 남이천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기소 당시까지 총 38명이 사망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고 당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현장에 방문하였을 만큼 사회적 충격이 매우 큰 화재 사고였다. 사고 초기 화재의 원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주된 분석이었다. “공사 현장 지하에서 우레탄폼 작업과 화물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용접을 동시에 진행하다가 우레탄폼에 발포제를 첨가할 때 나온 유증기에 용접 불꽃이 튀어 폭발하였고, 이로 인한 화재가 인근 가연성 소재에 옮겨 붙으며 폭발적 연소와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검사의 공소사실에도 동일한 취지로 지하 2층 천장에 설치된 3번 냉각기에 냉매배관을 연결하면서 용접방화포를 사용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부근에 있던 우레탄폼에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하였고 이를 통해 전체 건물로 화재가 확산되고 시안화수소 등을 포함한 유독가스가 발생하여 다수의 근로자가 사망하였다는 것이었다.

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행위자로 특정된 6명 중 5명은 3번 냉각기 용접작업 관련한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이유로 기소하였고 나머지 1명인 시공사의 본부장이자 현장소장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건물 전반의 안전관리 소홀을 이유로 기소하였다. 그런데 제1심 법원은 화재의 원인을 지하 2층 3번 냉각기가 아니라고 보면서 다음과 같은 화재원인을 인정했다. “지상 3층 승강기 용접작업에서 발생한 불똥이 승강기 통로를 통해 떨어져 지하 2층 승강기 입구의 차단막, 보양비닐 등 가연성 물질 내지 2번 승강기 통로 내부나 계단실에 저류되어 있던 유증기에 점화되어 화재가 발생하였을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지하 2층 3번 냉각기 화재를 원인으로 삼고 그에 기초한 의무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5명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모두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시공자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의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 제1항(비상구 설치 의무), 제19조(경보용 설비 또는 기구의 설치 의무), 제241조 제2항(화재 예방 조치), 제241조의2 제1항(화재감시자 배치 및 확성기 설치 의무)을 각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고 벌칙 조문으로 제173조(양벌규정) 및 제167조 제1항(결과적 가중범)을 적용하여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

본 판례평석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방식과 그 결과를 다루고 있으므로 전체 피고인 10명(자연인 9명, 시공사 1군데)에 대한 각 적용 법조와 선고 형량은 검토하지 않는다. 다만, 기소된 피고인의 목록을 제시하면 발주자의 경영기획팀장(상무보) 1명, 시공사의 본부장(현장소장) 1명 및 부장 2명(총 3명), 1차 수급인의 이사(현장소장) 1명, 2차 수급인의 대표자 및 근로자 각 1명(총 2명), 감리회사의 감리단장 1명 및 상무 1명(총 2명)이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되지 아니한 피고인들은 모두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되었고 일부 피고인에게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도 추가되었다.

대상판결은 건설업의 일반적인 업무 형태에 따라 도급에 의하여 공사가 진행되었다. 1차 수급인은 냉동냉장설비를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업체이고, 2차 수급인은 냉동냉장창고 설비 중 일부를 다시 도급받아 수행한 업체였다. 이렇게 다단계로 도급이 이루어지면 상위에 있는 도급인 소속 감독자는 자신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정한 의무를 직접적ㆍ구체적으로 이행할 의무자가 아니라고 항변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항변은 종종 재판에서 받아들여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죄책은 주로 직접 안전 관련 업무를 수행한 수급인 소속 하위직 근로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8.10.25. 선고 2016도11847 판결, 창원지방법원 2020.2.21. 선고 2019노941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도급인의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화재 예방과 대피에 관한 구체적인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위반 책임을 긍정하고 있다. 이것이 피고인이었던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공소사실을 자백하였거나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투었으나 판결서에 명확하게 기재된 것이 아닌지는 판결서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추측하기로는 판결서 내용의 대부분이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을 보면 전자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이 아니어서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이 부분을 다툰다면 충분한 심리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시공사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3,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야 한다. 대상판결에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2018년 연말 전부 개정된 것이다. 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서 형사처벌의 경우 사망 사건에 대하여 법인의 법정형 상한을 종전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있다. 따라서 수리적으로는 동종 사건에서 종전의 평균적인 선고 양형보다 10배가 높거나 적어도 그와 유사하여야 한다. 그러나 제1심 법원은 38명이나 사망한 대형 참사의 책임이 있는 기업에 대하여 불과 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법 개정 전 양형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그 대신 기업이 아닌, 기업에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현장소장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서는 비교적 중형인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물론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경합범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법인의 법정형을 대폭 강화한 것은 산업안전보건 범죄가 개인의 과실 범죄가 아니라 기업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에서 오는 기업범죄라는 성격을 반영한 결과이다. 그런데 제1심 법원의 법관은 판결서에서 이 범죄는 본질적으로 과실범이라는 평가를 명시적으로 하고 있다. 국민적 대형 참사였고 수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했을 만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으며, 게다가 김용균 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법정형이 한층 강화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 사건임에도 기업에 대한 선고형 관행은 전혀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판결이다.

끝으로, 검사는 기소 단계에서 공사에 관여했던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아무도 기소하지 않고 있다. 기소된 2차 수급인의 대표자는 공사에 직접 참여하는 작업자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의 경영책임자라고 볼 수 없다. 이런 기소 방식은 무엇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경영책임자를 직접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의무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한계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률의 핵심 조문은 제4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조항이다. 구체적인 의무 내용이 대통령령으로 위임되어 있어 경영책임자가 어떤 의무를 부담할지, 그리고 시행령이 적용된 사건에서 법원이 구성요건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느 정도의 양형 감각을 보여 줄지 두고 볼 일이다. 

대상판결은 많은 사람들의 오랜 노력으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여전히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는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과연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은 강력한 존재임을 보여 줄 것인가?

 

전형배(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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