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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자주성에 관한 법적 판단

  1. 대법원 2021-02-25 선고, 2017다51610 판결
  2. 저자 김근주
【판결 요지】
(1)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ㆍ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과 같이 해당 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항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조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설령 그 설립신고가 행정관청에 의하여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노동조합은 노조법상 그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노동조합으로서는 위와 같은 제약에 따르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다른 노동조합을 상대로 해당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앞서 본 노조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하였음을 들어 그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하거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등 관련 법률에서는 노동조합의 법적 요건을 규정하여, 그 적용 대상으로서 노동조합을 개념화하고 있다. 노조법 제2조 제4호는 본문에서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라고 하면서, 단서 조항에서 결격 요건을 규율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은 주로 노동조합 설립신고 단계에서 행정관청의 검토를 둘러싸고 문제되어 왔다. 행정관청은 제출된 설립신고서와 규약을 기초로 심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도는 말 그대로 ‘신고’제도이므로, 설립신고와 관련한 이해관계인의 진정이나 이의 신청 등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사실 조사에 기반한 실질 심사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둘러싼 설립신고 단계에서의 문제는 소극적 요건의 존부가 다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그 주요 판단 대상은 ①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가목), ②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나목), ③공제ㆍ수양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다목), ④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라목), ⑤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마목)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극적 요건에는 문제가 없지만, ‘근로자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자주적으로 단결한 것이 아니며’,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그에 대한 법적 이의 제기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대상판결은 노조의 자주성을 적극적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최초의 사례임과 동시에 노조가 다른 노조의 자주성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 최초의 대법원 판례이다.

이 사건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와 이에 대응하는 직장폐쇄로 갈등이 지속되던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노무법인의 자문을 통하여 ‘신설 노조’ 설립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근거한 기획 설립ㆍ운영 노동조합이 과반수 노조로서 인정받게 된 상황에서, 기존 노조가 신설 노조 설립의 무효를 다툰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제1심과 제2심 법원 모두, 노조 설립을 무효로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과 동일한 취지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노동조합으로서는, …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다른 노동조합을 상대로 해당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노조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하였음을 들어 그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하거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ㆍ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과 같이 해당 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항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조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설령 그 설립신고가 행정관청에 의하여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노동조합은 노조법상 그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대상판결은 조직 대상을 같이하는 다른 노동조합이, 문제가 되는 노동조합의 적극적 요건을 소송상으로 법률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인정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 일환으로 설립된 ‘기획 설립ㆍ운영 노동조합’을 무효로 판단한 것이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부정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이른바 어용노조 등) 중에서 이러한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대상판결의 취지가 어느 범주까지 확장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향후 이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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