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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급여제도별 급여 산정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범위

  1. 대법원 2021-01-14 선고, 2020다207444 판결
  2. 저자 김린

【판결 요지】
퇴직급여법의 입법 취지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관련 규정 내용,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와 퇴직금제도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퇴직급여제도 중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퇴직한 가입자에 대하여 그 가입 기간 동안 매년 납입한 부담금이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부담금의 액수를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을 넘는 금액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가입자인 근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후에는 사용자에게 직접 정당한 부담금액과 이미 납입된 부담금액의 차액 및 그에 대해 퇴직급여법에서 정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뿐,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 재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추가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따른 사업자의 미납 부담금액은 퇴직금제도에 따른 미지급 퇴직금액과 그 산정 방식 등의 차이로 그 구체적인 산정금액이 다를 수 있다.

 

 

퇴직금제도는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 시부터 시행된 이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퇴직 후 생활보장제도로 자리잡았다. 그 이후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 제정되어 퇴직급여 재원의 사외적립 등을 골자로 하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었고, 제도의 목적이 ‘퇴직 후’ 생활보장에서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으로 확장되었다(제1조 참조).

퇴직급여법은 퇴직급여제도를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이하 ‘DB형 퇴직연금제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이하 ‘DC형 퇴직연금제도’) 및 퇴직금제도로 구분하고 있다. DB와 DC형 퇴직연금제도는 ‘연금’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일정한 요건(55세 이상, 가입 기간 10년 이상)을 갖추면 연금으로 분할 지급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제17조 제1항, 제19조 제2항 참조). 그러나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가입자가 원하는 경우 일시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제17조 제1항, 제19조 제2항 참조)는 점에서는 퇴직금제도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퇴직급여법의 시행 역사가 비교적 짧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흐려지면서 근로자가 연금 수급 요건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 DB와 DC형 퇴직연금의 급여를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지정한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이하 ‘IRP’)의 계정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제17조 제4항, 제19조 제2항 참조) 이를 통해 근로자가 이직하더라도 종전 직장에서 적립한 퇴직연금을 이어서 계속 유지하거나 추가 적립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는 있으나 IRP 계정의 중도 해지가 가능해 퇴직연금을 사실상 일시금으로 지급받기가 용이한 제도적 허점이 존재하는 점 등으로 인해 실제로는 퇴직연금제도를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이용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의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받는다면 종래의 퇴직금제도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시금으로 급여가 지급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퇴직급여제도의 적용을 받는지보다는 퇴직 시 지급받는 구체적인 액수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DB형 퇴직연금제도의 경우, 확정급여형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다(제2조 제8호 참조). 퇴직급여법은 DB형의 ‘급여 수준’은 가입자의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일시금이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에 상당하는 금액 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5조, 제13조 제4호 참조). 즉, DB형 퇴직연금제도에 의하여 근로자가 지급받을 구체적인 급여의 액수는 ‘계속근로기간’과 ‘평균임금’을 변수로 하여 산정되는데, 이는 퇴직금 산정 방식(제8조)과 동일하다. 따라서 계속근로기간과 평균임금의 산정에 오류가 있어 위와 같은 급여 수준에 미달하는 급여가 지급되었다면, 근로자는 그 차액의 지급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한편, DC형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부담금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을 뿐(제2조 제9호 참조), ‘급여 수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 퇴직급여법 제19조 제1항은 DC형 퇴직연금제도 설정 시 규약을 작성하도록 명하면서 규약의 필수 사항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필수 사항은 DB형의 것을 상당수 준용하고 있으나, 급여 수준에 관한 제13조 제4호는 준용사항에서 제외되어 있다(제19조 제1항 제6호 참조). 대신 DC형은 확정기여형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사용자가 퇴직연금 재원에 대한 부담금의 수준을 확정하여 정하고 있다. 퇴직급여법은 사용자의 퇴직연금 재원에 대한 기여를 ‘부담금’이라고 칭하는데, DC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가입자의 DC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야 한다(제20조 제1항, 제3항 참조). 즉,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최종적으로 지급될 급여 수준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DC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할 ‘부담금의 납입 수준’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이 경우 근로자가 최종적으로 지급받는 퇴직연금급여는 사용자가 납입하여 적립된 부담금에 더해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이 이를 운용한(시쳇말로 ‘굴린’) 손익이 반영되어 결정된다. 즉, 근로자가 구체적으로 수령하는 DC형 급여를 결정하는 변수는 ‘부담금’과 그 ‘운용손익’이다. 적립금의 운용 방법은 근로자가 선정할 수 있으므로(제21조 제1항) 적립금 ‘운용손익’은 근로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자금의 사용 목적 등을 고려하여 내린 의사결정에 달려 있고, ‘부담금’은 사용자가 산정하는 ‘연간 임금총액’에 좌우된다. 따라서 DC형의 경우 급여액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은 부담금에 국한될 뿐이다. 즉, 구체적으로 근로자가 지급받게 될 급여액의 수준에 대한 보장이 아니라 급여의 재원이 되는 부담금의 납입 수준에 대한 책임만 부담하는 것이다. 퇴직급여법은 사용자가 가입자에 대한 부담금을 (1)그 납일 기일까지 미납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그리고 (2)가입자의 퇴직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그날부터 14일 이내에, 미납 부담금 및 그에 대한 법정 지연이자를 해당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0조 제3항, 제5항). 따라서 사용자가 ‘연간 임금총액’을 잘못 산정하여 부담금을 기준보다 적게 납입하였다면 근로자는 그 차액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때 법정 지연이자의 이율은 부담금 납입 기일의 다음 날부터 위 퇴직 등의 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혹은 별도 합의일)까지는 연 10%, 그 이후부터는 연 20%이다(제20조 제5항, 제3항, 시행령 제11조 참조). 지연이자는 사용자가 적시에 적정한 부담금을 납입하지 않아 근로자가 박탈당한 부담금 운용에 대한 기회비용을 만회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민사 내지 상사 법정이율보다는 높게 설정되어 있다. 부담금의 납입 수준을 정하고 있는 방식은 근로자의 최종적인 수령액수를 정하고 있는 DB형 퇴직연금제도나 퇴직금제도와 구분되는 DC형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계속근로기간은 별론으로 하고, DB형 퇴직연금제도나 퇴직금제도는 평균임금에 연동하고 있으므로 퇴직 시점을 기준으로 그 액수가 산정되며, 만약 특정 임금 항목을 평균임금 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면 근로자로서는 평균임금을 재산정하여 퇴직급여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DC형의 경우에는 부담금을 평균임금에 의해 산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납입된 부담금이 실제 연간 임금총액에 따라 산정되었는지가 문제 될 뿐이다.

대상판결에 기초하여 정리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는 2012년 무렵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였고, 피고의 근로자인 원고는 이에 가입되어 있었다. 피고는 2015년5월 무렵부터 원고에게 퇴직급여법에서 정한 임금에 해당하는 추가금 등을 지급하고도, 그 추가금 등을 연간 임금총액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산정한 부담금만을 원고의 DC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해 온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17년1월31일 퇴직하였고, 그 무렵 원고의 DC형 퇴직연금 계정에 그동안 피고가 납입하고 운용하여 적립된 988만 260원을 자신의 다른 계좌로 이전받았다. 원고는 퇴직금제도의 산정 방식에 따라(즉,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자신의 퇴직금을 계산한 다음 이 금액과 위 퇴직연금에 의해 지급받은 금액과의 차액에 대한 지급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원고의 이러한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위 판결요지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DB와 DC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으로 퇴직급여제도가 총 3가지 유형으로 존재하나, 현실에서는 이 중 퇴직연금제도를 ‘노후 대비’용 연금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퇴직금과 같은 ‘퇴직 후의 생계’ 자금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실상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퇴직연금제도와 퇴직금제도의 차별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는 실정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 사건 역시 DC형과 퇴직금제도 사이의 착시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퇴직급여제도는 (1)퇴직금제도와 DB형의 경우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급액수에 대한 기준이 법정되어 있는 반면 (2)DC형의 경우 근로자에 대한 최종 지급액수가 아니라 그 전 단계에서의 부담금 납입액수에 대한 기준이 법정되어 있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둔 이유는 적립금 운용에 의한 손익을, DB형은 사용자에게(퇴직금제도의 경우 사외적립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넓게 본다면 DB형과 같은 유형에 속한다고 볼 것이다), DC형은 근로자에게 귀속시키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위 판결요지에 따르면 대법원은 원심으로 하여금 평균임금을 재산정할 것이 아니라 미납부담금이 있는지, 그에 대한 지연이자는 얼마인지를 심리하도록 주문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어떤 퇴직급여제도가 적용되는지에 따라 사용자가 부담하는 급여에 대한 책임 범위가 ‘최종 급여 수준’과 ‘부담금 납입 수준’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급여와 관련한 추가청구의 심리 대상을 달리 보아야 한다는 점을 적절하게 지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 있다. 즉, 대상판결에 의하면 DC형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퇴직급여와 관련한 추가청구를 하고자 하는 경우 사용자의 부담금 납입 책임이 평균임금이 아니라 연간 임금총액에 연동된다는 점에서 그 입증의 대상이 DB형이나 퇴직금의 경우와는 상이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평균임금은 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에 기초하여 산정되나(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 연간 임금총액은 문언 그대로 연간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뜻하는 데다, 연간 임금총액은 매년의 것을 별도로 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증의 대상이 되는 기간이 외형상 확장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임금과 관련하여서는 종래 휴일, 야간, 연장근로수당이 노사 간의 첨예한 대립이 발생하는 단골 쟁점이었는바, 시효로 소멸하지 않은 최장 3년치의 미지급 수당을 다투면서 이에 부수하여 퇴직근로자가 미지급 퇴직급여의 청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퇴직급여만을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실무상 DC형의 적용 대상 근로자라 하여 특별히 입증의 부담이 가중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린(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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