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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에 관한 고시의 효력

  1. 대법원 2020-12-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2. 저자 김근주

【판결 요지】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신청에 따른 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3. 6. 28.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32호)은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처분 당시에 시행된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하여 불승인처분을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해당 불승인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법원은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할 의무는 없고, 해당 불승인처분이 있은 후 개정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의 규정 내용과 개정 취지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하면서(제5조 제1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할 것을 요한다. 그런데 근로자에게 부상ㆍ질병ㆍ장해ㆍ사망의 재해가 발생한 경우, 그 사유나 형태는 매우 다양하기 마련이고,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속ㆍ공평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을 정하는 한편(제37조 제1항부터 제4항), 하위 법령에서는 모법의 위임(제37조 제5항)에 따라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다(영 제27조부터 제36조).

업무상 질병의 인정 기준에 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에서는, 과로와 연관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에 관한 기준을 동 시행령 [별표 3]에서 제시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고용노동부 고시를 통하여 인정 여부 결정에 관한 행정적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들은 의학적 관점과 사회적ㆍ제도적 변화에 의해 변경될 수 있는데, 법령과 같이 적용 시점이 명확한 경우와 달리 고시 기준이 변경된 경우, 산재보험 급여 신청 당시를 기준으로 그대로 적용하여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가 문제 될 수 있다. 대상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9년에 조선소에 입사한 근로자 A는 11월 1~3일 매일 연속 10시간씩 야간근무를 했고, 같은 달 4일에도 야간근무를 하던 중 통증을 느끼고 조퇴했다. A씨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은 뒤 열흘 만에 사망했다. A씨의 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 발병 이전 12주간 근무시간은 평균 약 46시간, 이 중 야간근무시간은 평균 24시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족급여 신청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원처분이 있을 당시의 고시 기준상 업무상 과로로 인정되는 근로시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이에 근거하여 공단은 2017년 6월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고, 이에 유족은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은 피고(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면서, A씨의 체질적 요인과 함께 근무기록에 의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로시간 기준이 고시에 미달하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제2심 법원 역시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일차적 기준이 되는 업무시간을 발병 전 기준시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규범적으로 망인이 과로를 하였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신청에 따른 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3.6.28.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32호)은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처분 당시에 시행된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하여 불승인처분을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해당 불승인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법원은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할 의무는 없고, 해당 불승인처분이 있은 후 개정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12.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의 규정 내용과 개정 취지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고용노동부 고시 개정으로 ①주 평균 업무시간이 기존 60시간에서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등 관련 규정이 변경된 점, ②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업무 특성이 있는 경우에 대한 가중 요인을 추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평소 주야간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하여 육체적ㆍ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초기 감염이 발생하였고, 그런데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야간근무를 계속하던 중 초기 감염이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이 사건의 주요 검토 대상인 고용노동부 고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이하, 「과로사 산재 인정기준」)은 2018년 1월 1일 자로 그 내용이 상당 부분 변경되었다. 기존 「과로사 산재 인정기준」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업무와 발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지나치게 양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기준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개정된 「과로사 산재 인정기준」 고용노동부 고시는 이러한 비판적 목소리를 수용하여 만성과로 기준시간을 세분화하여 52시간을 추가하고, 업무 가중 요인을 제시하여 업무 관련성 판단이 객관화되도록 기준을 신설하였고, 야간근무(22:00~06:00)의 업무시간을 산출할 때 주간근무시간의 30%를 가산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또한 고혈압, 당뇨, 흡연 등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업무 관련성 판단의 고려 사항으로 보지 않도록 ‘건강상태’를 삭제하여, 기존 판례에서의 인과관계 판단 원칙들을 명확하게 수용하고 있다.

이상의 점들을 고려한다면, 대상판결은 이전 고시의 형식적(법규적) 효력을 부정한 것임과 동시에 새로운 고시의 내용적 효력을 존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대상판결을 기초로 단순히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고시가 사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으므로, 법원이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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