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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임금 지급의 유효성

  1. 대법원 2020-12-24 선고, 2019다293098 판결
  2. 저자 김근주

【판결 요지】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의 경우에,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이라는 사유는, 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원고에게 약정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지조건이라기보다는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때에도 약정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불확정기한으로 봄이 타당하다. …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중 월 250만 원의 임금 지급 약정에 부가된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근로계약 관계에서 임금 지급은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가장 주된 의무이다.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5호). 임금은 근로자 및 그 생계를 같이하는 자들의 주요한 수입이기 때문에 임금 수준과 지급 방식 등에 관한 원칙들을 법정화(法定化)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정하는 것이며, 「근로기준법」은 임금 지급의 방법(통화 지급의 원칙, 직접 지급의 원칙, 전액 지급의 원칙, 정기일 지급의 원칙) 및 기타 사항(근로자의 비상 시의 임금 선지급) 등을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임금 지불 능력에 어려움이 생겼을 경우, 근로자의 동의하에 이러한 임금 원칙들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얼마 있으면 계약 대급이 들어오니까, 이번 달 임금은 다음 달에 같이 줄게”, “이번 계약 체결하면 회사 사정이 나아질 테니까, 그때까진 임금의 반만 지급하면 어떨까?”, “지금은 월급을 200만 원밖에 못 주지만, 내년에 납품이 확정되면 300만 원으로 올려줄게” 등의 사용자가 제시한 ‘조건부 임금 지급’은 현실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들이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조건들은 임금 지급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부 임금 지급’이 예외적인 상황에서 허용될 수 있을까? 대상 판결은 이에 관하여 검토하고 있다.

피고는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 강북구(이하 ‘강북구’라 한다)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왔고, 그 보조금 항목 중에는 피고 직원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강북구는 2015.7.경 피고의 대표자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에 대한 보조금 교부를 중단하였다. 당시 피고의 원장이었던 소외 1은 2015.10.경 원고에게 피고의 사무국장으로 일할 것을 제안하면서 “피고의 사무국장 급여 250만 원은 나라에서 나온다. 강북구청과의 문제가 끝나면 사무국장 급여 예산이 바로 집행된다. 지금은 당장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참으면 문화원 자금 사정이 나아지니 그때 밀린 급여를 지급하겠다. 당분간은 사무국장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교통비 또는 국장활동비 명목으로 월 100만 원만 지급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원고는 소외 1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피고는 2015.10.5. 원고를 피고의 사무국장으로 임명하였고, 그때부터 2017.7.31.까지 원고에게 임금으로 매월 100만 원(다만 2015.11.경까지는 매월 50만 원)을 지급하였다. 한편 피고는 보조금을 다시 지급받으면 원고에게 나머지 월 25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으나, 피고가 원고에게 그 돈을 실제 지급한 바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7.6.29. 고용노동청에 피고에 대한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7.11.24. 원고에 대한 해임을 결의한 후 면직 통보하였다.

이 사건 1심 법원은,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로서 무보수 봉사직이 아니며, 면직 통보는 정당한 사유를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약정한 35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이에 불복하면서 원고가 근로자라 하더라도 350만 원의 급여는 피고가 보고금을 지급받으면 지급하기로 한 ‘조건부 임금 약정’이며, 이에 대하여 피고도 동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원고에게 나머지 월 25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이라는 부관은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고의 월 250만 원 임금 지급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조건에 해당하고, 그 부관이 근로기준법 등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위 부관에서 정한 조건의 성취 여부에 관한 원고의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 중 월 250만 원의 임금 청구 부분을 기각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의 경우에,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이라는 사유는 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원고에게 약정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지조건이라기보다는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때에도 약정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불확정기한으로 봄이 타당하다. …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중 월 250만 원의 임금 지급 약정에 부가된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이 판단한 바와 같이 근로계약 중 월 250만 원에 대한 ‘조건부 임금 약정’을 부정한 것은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가 불확정기한이므로 그 유효성이 부정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는 양 당사자 사이에서는 월 350만 원의 임금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추정되는데, 매달 그중 100만 원만 지급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전액 지급의 원칙에 반함은 물론, 그 금액이 최저임금에도 미달한다. 따라서 노동법상 임금에 대한 강행 규정에 명백하게 위반된 것이므로,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의 성격과 무관하게 유효성이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유사한 법률적 쟁점이라 하더라도, 예컨대 최저임금을 상회한다는 전제하에 근로계약 체결 시부터 조건부 임금 지급을 합의하는 경우 등에서도 당연히 유효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는 판례의 법리에서는, 사실관계에 따른 법률 대리인들의 주장에 대한 답변이 법리의 주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다른 사실관계에서도 대상 판결의 법리가 적용될 것인지, 동일한 판단이 나올지에 관해서는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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