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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택배기사 파업에 대한 원청회사의 대체인력 투입

  1.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09-09 선고, 2019고정1106 판결
  2. 저자 방강수

【판결요지】
1.피해자 회사는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43조 소정의 대체인력 사용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2.피해자 회사의 각 지역별 택배업무는 다른 지역의 택배업무와 사이에 그 업무나 노무관리가 일관된 공정하에 일체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당해 사업’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해자 회사가 서울, 경북, 충북 등 다른 지역 택배기사들을 투입한 행위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 투입한 것으로 위법한 대체인력의 투입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피해자 회사의 직영기사들의 택배운송 업무를 방해한 것은 위법한 대체인력 사용 저지를 위한 상당한 범위 내의 실력행사에 해당하므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CJ 대한통운 주식회사(이하 ‘CJ사’, 대상판결은 ‘피해자 회사’라 하고 있다)는 전국에 13개의 허브터미널(광역 터미널) 및 약 260여 개의 서브터미널(지역 터미널)을 구축하고, 각 서브터미널 1곳당 평균 8개의 집배점(대리점)을 설치하여 택배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CJ사는 각 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였고, 각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들과 재차 택배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였다. 택배기사들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한편 CJ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이하 ‘직영택배기사’)가 일부 있으나, 대부분은 대리점주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들이 CJ사의 택배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택배노조 부산ㆍ울산ㆍ경남지부 창원성산지회는 2018.4.경부터 각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대리점주들은 교섭에 불응하였다. 2018.6.경부터 창원성산지회의 조합원들은 택배분류작업에 비협조하는 방식의 배송거부를 시작하였다(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다). CJ사는 위 파업으로 인해 분류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적치된 화물들을 창원성산터미널에서 부산사상터미널로 옮긴 후 직영택배기사를 통한 대체배송을 시작하였다.

CJ사가 직영택배기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것에 대하여 택배노조의 부울경지부와 창원성산지회의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실력행사를 통하여 대체근로를 저지하였다. 이들은 대체근로 현장인 부산사상터미널의 진출입로 등에 조합원 택배차량 6대를 주차하는 방법으로 직영택배기사 차량의 통행을 막았으며, 직영택배기사의 택배화물 운반을 손으로 붙잡거나 몸으로 막거나 밀고, 직영 택배차량 앞에 수십 명이 몸을 밀착하는 방법 등으로 차량 통행을 막았다. 

실력행사에 의한 대체근로 저지를 주도한 노조간부 6인은 CJ사의 배송업무를 방해하였다며 ‘업무방해’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판례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43조 제1항을 위반한 대체근로(즉,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CJ사의 대체인력 투입이 ‘위법한 대체근로’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그런데 본 사안은 ‘간접고용관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복잡하다. 즉, 대리점주(하청회사)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택배기사들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파업을 하였는데, CJ사(원청회사)가 자신의 직영택배기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였다는 점이다.

노조법 제43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① 대체근로 제한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②그리고 “당해 사업”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가 된다.

먼저 대리점주를 상대로 하는 택배기사 파업과 관련하여 CJ사가 노조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개념보다 확장되어야 한다며, 2010년 현대중공업 판결의 법리(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를 적용하여 CJ사를 노조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로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이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대리점 택배기사는 CJ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업무를 수행한 점, CJ사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택배기사의 업무수행을 확인하거나 지시한 점, CJ사는 업무매뉴얼을 통해 각종 업무에 관한 지침을 준수하게 한 점, CJ사는 택배기사의 실적을 그 기사가 소속된 대리점과의 재계약 여부 시 반영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CJ사가 택배기사들의 작업 내용과 방법을 비롯한 각종 업무수행 및 근로조건 등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CJ사는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조법 제43조 소정의 대체인력 사용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CJ사가 직영택배기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행위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당해 사업’의 범위를 좁게 판단하고 있다. ‘당해 사업’의 범위는 대체근로로 말미암아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해 사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할 경우, CJ사와 같이 전국을 권역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체에 대하여는 노조법에 따라 대체근로가 제한되는 경우를 사실상 인정할 여지가 없게 되어 법규정의 취지가 잠탈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한다.

대상판결은 CJ사는 전국적 물류시스템을 통해 택배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각 지역의 물류시스템이 상호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기는 하나, 각 지역 택배기사들의 업무 자체가 서로 일체로서 일관된 공정 아래에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각 지역별 택배업무는 다른 지역의 택배업무와 일관된 공정하에 일체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당해 사업’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CJ사의 대체인력 투입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 투입한 것으로 위법한 대체근로라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위법한 대체근로’라고 판단한 결과, 대상판결은 피고인들이 CJ사 직영기사들의 택배운송 업무를 방해한 것은 위법한 대체인력 사용 저지를 위한 상당한 범위 내의 실력행사에 해당하므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상판결은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여러 지점에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실질적 지배력설 법리를 적용하였는데, 이 법리가 노조법 제43조의 사용자를 판단할 때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은 남는다.

둘째, 대상판결은 노조법 제43조 제1항을 해석함에 있어, ‘사용자’는 넓게 파악하면서 ‘당해 사업’은 좁게 파악하였다. CJ사와 대리점들은 긴밀한 유기적 관계에서 하나의 택배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용자’와 ‘당해 사업’의 의미를 상반된 방향으로 판단하는 것은 자칫 모순적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사안의 택배사업 운영 방식을 보면 CJ사와 대리점들이 ‘하나의 사업’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대리점에서 벌어진 파업에 대하여 CJ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사업’이라는 강력한 증거이다. 이렇게 보면 실질적 지배력설을 통한 사용자성 판단은 불필요하게 되고, CJ사의 직영기사는 ‘사업과 관계있는 자’로서 적법한 대체근로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론은 노조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와 ‘당해 사업’을 같은 방향으로 넓게 파악하는 것으로 사용자의 대체근로의 여지는 커지는 반면, 단체교섭 등의 관계에서 사용자 책임은 강화될 수 있다.

넷째, 판례 법리에 따르면 위법한 대체근로에 대해서만 상당한 정도의 실력 저지가 인정되는데, 적법한 대체근로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실력 저지가 인정될 수 있는지 또는 대체근로의 위법성을 불문하고 실력 저지의 정당성을 독자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있는지 등도 고민해 볼 문제이다.

아직은 명쾌하게 정리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하며 고민거리(특히 복수의 기업체가 하나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를 정리하는 선에서 글을 마무리한다.

 

방강수(한양대학교 공익소수자인권센터 연구원, 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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