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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인 사업장 내 쟁의행위와 대체근로 저지의 정당성 여부

  1. 대법원 2020-09-04 선고, 2015도1927 판결
  2. 저자 양승엽

【판결요지】
(도급인 사업장 내 쟁의행위에 대해)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대체근로 저지에 대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사용자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채용 또는 대체하는 경우,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쟁의행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피고인들은 A공사의 시설관리 및 청소 용역업체 B와 C의 소속 근로자로서 본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다. 본 사건 노동조합은 청소 용역업체 B와 C를 상대로 임금인상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하였으나 결렬되자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친 후 파업에 돌입하였다. 피고인들을 포함하여 본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2012.6.25. A공사 사업장 내 본관 건물과 건물 사이 인도에서 2시간 40분가량 확성기를 틀어놓고 구호를 외치고 율동과 함께 노동가를 제창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6.26.에는 1시간 동안, 7.3.에는 1시간 20분 동안 유사한 방식의 집회를 하였다. 파업기간 동안 용역업체 C는 A공사 본관 건물에 대체근로자들을 투입하였고, 이에 피고인들은 대체근로자들의 청소업무를 저지하기 위해 앞을 막으면서 청소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는 등의 방식으로 본 사건 대체근로자들의 청소업무를 방해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인을 포함한 일부 성명을 알 수 없는 조합원들이 대체근로자들이 수거한 쓰레기를 복도에 투기한 상황도 있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첫째, 용역업체, 즉 수급업체의 근로자들이 도급인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한 것이 도급인 사업에 대한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죄가 성립하는지와 둘째, 용역업체 C의 대체근로자들의 업무를 저지한 것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이다. 고등법원은 두 가지 쟁점 모두 피고인들의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하였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순서대로 구성요건 해당성 – 위법성 – 책임이다. 이 중 하나라도 탈락이 되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구성요건 해당성이란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가령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사람을 실제 살해하면 구성요건 해당성을 충족한다. 위법성이란 전체 법률질서의 가치평가에 반하는 것,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 법질서에 비추어 용납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역으로 위법하지 않다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전쟁터에서 군인이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위법하다고는 할 수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정당행위).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다고 인정되어도 책임이 성립되지 않으면 범죄가 되지 않는다. 책임이란 위법한 행위에 대하여 행위자를 개인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형사상 미성년자(만 14세 미만), 심신장애인, 강요된 행위 등에 의해 일어난 위법한 행위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첫 번째 쟁점에서 대법원은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죄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범죄성립의 두 번째 요건인 위법성이 탈락하기 때문이라 설시하였다. 일단 위력으로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업무방해죄나 사람이 관리하는 건조물에서 퇴거를 요구받고도 응하지 않은 퇴거불응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도급인에게 일종의 ‘수인의무’를 인정하여 피고인들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았다. 즉, 사내하청의 경우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가 도급인의 장소일 수밖에 없고, 쟁의행위의 주요 태양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로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장을 일터로 제공하였기에 그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쟁의행위로 자신의 법익이 일정 부분 침해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고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탈락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에서도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대체근로 저지에 대해 위법성을 부정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사용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제1항에 의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만일 사용자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채용 또는 대체한 경우,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탈락한다.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경위, 목적, 수단과 방법,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대법원은 용역업체 C의 대체근로 투입은 위법한 것이며, 이에 대항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폭력, 협박 및 파괴행위에 나아가지 아니한 소극적ㆍ방어적 행위로서 사용자 측의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상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인정하였다. 비록 피고인 중 1인과 일부 성명을 알 수 없는 본 사건 조합원들이 수거된 쓰레기를 투기하여 A공사 본관 건물 일부의 미관을 일시적으로 훼손하였으나 이는 본 사건 대체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의 결과를 향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소극적 저항행위였다는 점에서 이 행위만을 떼내어 별도로 상당한 범위를 벗어난 실력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결론에는 찬성하는 바이며, 첫 번째 쟁점에서 피고인들의 도급인 사업장 점거행위가 위법성이 탈락한다는 것 역시 수긍이 가는 바이다. 그러나 두 번째 쟁점은 달리 생각해보아야 한다. ‘업무방해죄’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며-본 사건에서의 행위 태양은 위력에 해당한다-보호받는 법익은 ‘업무’이다. 그렇다면 이 업무의 범위에는 위법한 업무도 들어가는 것일까? 즉, 합법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위법한 업무 역시 보호받을 가치가 있고 이를 방해할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활동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반드시 그 업무가 적법하거나 유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대법원 2010.6.10. 선고 2010도935 판결 등). 본 사건의 두 번째 판단은 이러한 시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대법원은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거나 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를 상실한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시 또한 내리고 있다(대법원 2002.8.23. 선고 2001도5592 판결 등).

그렇다면 대체근로로 이루어진 업무는 형법상 보호를 받을 업무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점은 우리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이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의의 등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대체근로 금지의 의의는 “쟁의행위의 압력효과를 저하시키고 이를 저지하려는 노동조합과의 지나친 대결 사태를 야기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를 기본권적 측면에서 보면 대체근로는 근로자의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행위로서 그 금지규정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입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대체근로 금지규정의 입법적 의의와 기본권 보호적 측면, 그리고 노동법의 강행규정적 성격이라는 점에서 볼 때 대체근로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를 받을 만한 업무가 아니다. 그러므로 본 사안은 위법성 탈락이 아닌 구성요건이 해당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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