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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간 전출도 근로자파견이 될 수 있다

  1. 서울고등법원 2019-11-12 선고, 2019나2001310판결
  2. 저자 방강수

【판결요지】
1.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파견사업주가 행하는 근로자파견만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여 파견법이 적용된다. 이때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였는지 여부는 파견을 한 경위, 파견행위의 반복·계속성 여부, 규모, 횟수, 기간, 영업성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영리의 목적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계열 회사 간 전출이라는 이유로 파견법의 적용이 배제되지는 않는다.

2. SK플래닛 등이 원고들을 전출시킨 것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SK플래닛 등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였다고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는 파견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SK플래닛 등이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 제7조 제3항에 따라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대상판결은 계열사 간 전출도 일정한 경우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하여, 전출을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적잖은 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과 SK테크엑스(이하 통틀어 지칭할 때에는 ‘SK플래닛 등’이라 한다)는 자신의 근로자들(원고들)을 SK텔레콤(피고)의 ‘T밸리 사업’ 조직으로 전출시켰다. SK플래닛 등이 피고의 자회사이긴 하나, T밸리 사업은 기본적으로 피고가 주도한 사업이다. SK플래닛 등은 T밸리 사업과 관련하여 2015년 1월부터 2017년 6월경까지 2년 6개월 동안 ‘매월’ 최소 8명에서 최대 121명에 이르는 다수의 근로자들을 피고에게 전출시켰다. 이것이 통상적인 ‘전출’인지, 아니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인지가 쟁점이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들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관계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고, SK플래닛 등은 근로자파견업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는 파견법에 따라 원고들을 파견받은 때부터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피고는 “원고들을 전출시킨 것은 인력교류, 경력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계열 회사 간 전출일 뿐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파견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는 비사업적 파견에 해당하므로, 그에 대하여 파견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전출의 특성상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는 점은 피고도 인정하고 있으므로, 쟁점은 SK플래닛 등이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했는지 여부이다.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사업주란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자”(제2조 제3호)이고, 근로자파견사업이란 “근로자파견을 업(業)으로 하는 것”(제2조 제2호)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SK플래닛 등이 상당한 규모의 자산과 독립적 기업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SK플래닛 등이 원고들을 전출시킨 것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SK플래닛 등이 T밸리 사업과 관련하여 근로자들을 피고로 전출시킨 것은 사회통념상으로도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SK플래닛 등 전출행위를 ‘통상적인 전출’이 아닌 ‘근로자파견’으로 판단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인원을 기간조차 정하지 않은 채 계속적·반복적으로 전출시킨 점이다. 특히 SK테크엑스는 2016년에 149명, 2017년 107명의 근로자들을 전출시켰는데, 이는 SK테크엑스의 2016.12.31.자 기준 근로자 총인원 422명의 35.3%, 2017.12.31.자 기준 근로자 총인원 511명의 20.9%에 이른다. SK플래닛 등이 다른 계열사(행복나눔재단 등)로 전출시킬 경우에, 소수의 근로자들을 그 근무처 및 전출기간을 특정하여 전출시킨 것과 대조된다.

둘째, 정규직 외에 계약직과 파견직도 전출시킨 점이다. SK플래닛 등은 T밸리 사업과 관련하여 정규직과 계약직의 형태로 신규채용하여 전출시켰다. 또한 SK플래닛 등은 다른 파견사업주로부터 파견받은 근로자(파견직)도 전출시켰다. SK테크엑스는 2016.3.1.경부터 2016.6.30.경까지 피고에게 약 200명의 근로자를 전출시켰는데, 그중 계약직 근로자는 약 30명, 파견근로자는 약 20명이다.

셋째, 신규채용 후 곧바로 전출시킨 점이다. 피고는 자신의 T밸리 사업에 필요한 근로자의 신규채용 필요성을 스스로 판단하고, 나아가 채용공고부터 최종합격자 선정까지 그 채용 과정을 총괄 진행하였다. 다만, T밸리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SK플래닛 등을 통하여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였다. SK플래닛 등은, 원고들을 비롯하여 피고가 T밸리 사업에 필요하다고 최종적으로 선정한 근로자들을 신규로 고용한 후 곧바로 피고로 전출시켰다.

위의 세 가지 점을 종합했을 때, SK플래닛 등의 전출행위를 인력교류나 경력개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계열사 간의 통상적인 전출로 보기 어렵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즉, SK플래닛 등은 피고의 T밸리 사업을 위하여 계속적․반복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전출시켰는바, 이는 SK플래닛 등이 T밸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전출의 형식을 빌려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을 행하는 기업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이 직접 설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은 ‘사용사업주-파견사업주-파견근로자’라는 3자관계를 전제로 한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SK플래닛 등이 ‘파견사업주’가 되는데,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파견사업주는 (적법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인력공급업체에 불과하다. 즉, 다른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따라서 “SK플래닛과 같은 대기업이 인력공급업체라니”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SK플래닛은 ‘커머스 플랫폼 및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서, 기업 자체가 인력공급업체가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SK플래닛이라는 기업의 업무 중에 ‘T밸리 사업 관련한 전출 부문’을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이 부문에 한정하여 SK플래닛이 인력공급업체(즉, 파견사업주)가 될 수 있다. 동태(動態)적 사업론에 따르면, 사업은 ‘기업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기업의 일부’ 또는 ‘복수의 기업’일 수도 있다. 따라서 SK플래닛이라는 기업 자체는 파견사업주가 아니지만, 해당 기업의 일부는 파견사업주가 될 수 있다.

근로계약에서 근로자의 상대방인 당사자는 사업주이다.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이다(「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4호; 「임금채권보장법」 제2조 제2호). 근로계약상 의무 주체인 사업주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사업의 의미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사업은 노동관계법령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다. 그럼에도 현행 법령상 사업에 대한 정의 규정은 없다. 정의 규정이 없다는 것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해준다. 대상판결은 ‘기업의 일부’도 사업(즉, 사업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사업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게 되었다.

이러한 판단은 과거에도 있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건 중의 하나이다. 이 사건은 통상적인 사내하청의 3자관계(원청회사-하청회사-하청근로자)와 다른 4자관계였다. 현대자동차가 생산관리 또는 출고업무를 현대글로비스에 도급을 주고, 현대글로비스가 다시 하청회사에 하도급을 준 사건으로, ‘현대자동차-현대글로비스-하청회사-하청근로자’라는 4자관계가 형성되었다. 여기서 ‘현대자동차-하청근로자’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에 대하여, 법원은 “묵시적인 근로자파견계약 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하여 이를 긍정하였다. 이른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법리’가 하청회사의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부정하는 법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위의 4자관계에서 법원은 현대글로비스의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부정하고, ‘현대자동차-하청근로자’ 간의 직접적인 파견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라는 기업 그 자체의 실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 하지만 위의 사내하청과 관련해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일부도 하나의 사업이 될 수 있고, 현대글로비스는 그 한도 내에서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부정된 것이다.

법원이 ‘기업의 일부도 하나의 사업이 될 수 있다’라고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는 없지만, 이미 법원은 그러한 결과를 보여주는 판단을 하였다. 이는 대상판결과 현대글로비스 판결에서 은연중에 드러났다. 향후에는 복수의 기업을 하나의 사업으로 판단하는 법리의 전개를 기대해 본다.

 

방강수(한양대학교 공익소수자 인권센터 연구원,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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