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및 건너띄기 링크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홈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인쇄

노동조합 명칭 사용죄에 대한 의문점

  1. 대법원 2019-10-31 선고, 2019도8505 판결
  2. 저자 노호창

판결요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노동조합 명칭 사용으로 인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대상판결은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어서 특별히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이나 논리는 없다.

사안에서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행정관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노동조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것이 문제되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7조 제3항은 “이 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노조법 제93조 제1호). 노동조합 명칭 사용죄는 과실범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의범에 한정해서만 처벌하는 범죄이다.

피고인 측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노조법에 의해 적법하게 설립된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이 2012.2.23. 정기총회에서 명칭 등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변경사항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므로 노조법 제13조 제1항에 위반된 것이어서 과태료 대상일 뿐이라고(노조법 제96조 제2항) 주장하였고 또한 피고인 측이 스스로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 회사 측에서 이미 작성․인쇄한 양해각서, 자문위원 위촉장에 개인 서명을 사용하였을 뿐 적극적으로 노조 명칭을 스스로 기재해 넣거나 노조 직인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하였다.

그러나 1심 및 2심 법원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규약에 2012.4.9. 제정이라고 되어 있는 점,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 가입하고 받은 인준필증에도 설립연월일이 2012.4.9.로 되어 있는 점, 단체의 설립경위 등에 관한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조합원 가입 범위가 다른 점 등을 토대로 서로 다른 단체로 보았다. 게다가 법원은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의 2012.2.23.자 정기총회의 안건은 ‘명칭 및 조직을 구체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변경하되 이를 위하여 전국의 대리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그 창립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하여 규약을 확정하기로 하는 것’이었다는 점에도 주목하였다. 법원의 입장에서, 이러한 사실관계는 기존의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이 단순히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노동조합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새롭게 별도로 설립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그렇다면 설립신고를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 같다. 게다가 법원은, 피고인의 상대방 회사가 기 작성․인쇄한 양해각서, 자문위원 위촉장 등에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이 이를 용인 내지 방관했다고 보고 명칭 사용에 대한 인식과 고의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졌고 사안은 유죄 확정으로 끝나버리긴 했지만 피고인 측에서 좀 더 다른 논리로 다퉈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아쉬운 점은 있다.

노조법 제16조는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약의 제정’, ‘조직형태의 변경’, ‘기타 중요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결문에 설시된 사실관계만으로만 보았을 때도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의 2012.2.23.자 정기총회의 안건은 조직 변경, 전국의 대리운전기사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창립총회, 규약확정이므로 이 세 가지는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의 총회 의결사항에 해당하고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이 조합원 가입 범위를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한 것은 지역노조에서 전국노조로 조직변경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기타 중요한 사항의 의결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며 2012.4.9.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규약 제정은 조직변경을 한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의 총회 의결사항에 속하기도 하므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이 동일성을 가진 상태에서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초 피고인 측에서도 이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노조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지역대리운전직노동조합’이 2012.2.23. 정기총회에서 명칭 등을 변경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만일 이러한 생각이 피고인 측의 기본인식이었다면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라는 명칭 사용에 대해 피고인 측은 ‘노조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바 없으면서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는 인식이 없었을 수도 있다. 즉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문제된 노동조합 명칭 사용죄에 대해서는 인식 있는 과실범, 즉 과실범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만약 과실범 주장을 했더라면 과실범 처벌조항이 없으므로 무죄 판단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노조법 제16조의 총회의결 사항 중에 ‘조직형태 변경’ 등은 법률에 명확하게 그 의미가 명시된 바도 없고 해석상 논란이 분분한 측면이 있어서 법률 전문가라도 조항의 해석․적용에 있어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처럼 기존에 적법하게 설립신고된 노동조합이 총회 의결을 통해 조직을 변경하고 확장하여 새롭게 규약을 제정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경우라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범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고의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살인․강도․강간 등 전통적인 자연범과는 달리 노동조합 명칭 사용죄와 같은 행정범에서는 반사회적․반도덕적 요소가 없거나 미약하기 때문에 행위자 입장에서 죄의 요소를 인식하는 것이 어렵거나 죄라는 인식 자체를 가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편, 노동조합 명칭 사용죄는 그 존립의 취지가 의심스럽고 구성요건의 명확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있다. 노조법상 설립된 노조는 노조법상 보호나 혜택을 받지만, 설사 어떤 단체가 노조법에 의해 설립된 노조가 아님에도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노조법상 어떤 보호나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노조법상 설립신고된 여부를 확인하고 보호나 혜택을 주어야 하는 것이므로 노조법의 취지를 실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노조법상 설립된 노조라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굳이 쓰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므로 노동조합 명칭 사용죄는 노조에 대한 국가관리 내지 행정편의적인 것 이외에는 달리 목적을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노조법은 노조법에 의해 설립된 노조가 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노동’과 ‘조합’을 띄운 형태인 “노동 조합”이라든가 “노조”라는 명칭을 쓰는 경우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비교해 볼 때, 정당법에서는 정당법에 의해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그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여 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를 규정하고 있고(「정당법」 제41조)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정당법」 제59조 제2항). 정당에게 인정되는 높은 강도의 헌법적 보장, 국가의 보호, 엄격한 등록 요건, 자금 보조, 정치적․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한다면, 정당의 경우 명칭사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의 명확성 측면에서만 보아도 최소한 노조법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노조의 경우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성립되는 것이고 조합원이 되는 근로자에게 어떤 자격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며 국가가 설립을 강제하는 단체도 아니라는 점 등에서 명칭사용에 대해 형벌적 규제가 필요한 영역인지 의문이 있다. 물론 질서유지의 관점에서 무분별한 노동조합 명칭사용에 대해 규제가 필요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규제는 과태료로도 충분하다고 보는데, 굳이 노동조합 명칭 사용죄를 형벌로 처벌해야 하는지, 시대에 뒤떨어진 범죄 구성요건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노호창(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교수)

 

 

참고자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