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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 규범적 효력의 한계

  1. 대법원 2019-10-19 선고, 2015두60207 판결
  2. 저자 도재형

【판결요지】
현실적으로 지급되었거나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반환이나 포기 및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9.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등 참조).

[…] 피고 등 개별근로자의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합의 및 2011년도 임금협정만으로 이미 피고 등에게 지급된 임금 중 일부를 사납금 인상분이라는 명목으로 원고에게 소급하여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1. 사건 경위

 

원고는 전주시에서 택시 운송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로 하여금 1일 총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게 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다음부터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수입으로 하는 방식인 이른바 사납금 제도를 운영했었다. 2008년도 임금협정에 의하면, 소정근로시간은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 1일 사납금은 ‘1일 2교대의 경우 73,000원 또는 77,000원, 1일 1차의 경우 95,000원 또는 97,000원’이었다.

한편 2007.12.27. 신설된 「최저임금법」(이하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다음부터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임금으로 한정함으로써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고, 그 시행시기는 시 지역의 경우 2010.7.1.이었다. 이에 따라 전주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원고는 2010.7.1.부터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고와 노동조합은 2010.6.29.부터 2010년도 임금협정 체결을 위하여 교섭하던 중, 2010.8.경 “노․사 쌍방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2010.7.1.부터 적용을 받게 되어 근로조건(임금) 및 운송수입금 사항 등이 포함되는 단체(임금)협약 체결 시 체결시점을 2010.7.1.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한다. 단, 소급적용 시 회사는 인상된 월임금의 차액을 소급하여 각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각 근로자는 회사에 인상된 차액의 운송수입금을 소급하여 입금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단체교섭이 장기화되자, 원고는 위 노사합의에 근거해서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2008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계산한 임금을 지급하였다. 그 후 2011.9.9. 임금협정이 체결되었는데, 소정근로시간은 기존보다 단축된 ‘1일 5시간(1년 미만 4시간 20분), 주 30시간’이고, 1일 사납금은 4,000원이 인상되었다.

피고는 2010.7.부터 2011.7.까지 원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로 일하다가 퇴직하였다. 원고는 “향후 임금협정 체결 시 사납금이 인상되는 경우 그 차액분을 소급하여 반환한다”는 위 노사 합의에 따라 위 재직기간 동안의 실제 근무일수에 인상된 1일 사납금 4,000원을 곱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위 노사합의를 근거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그 합의가 협약자치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아 이를 파기 환송하였다.

 

 

2. 평석

 

대상판결의 쟁점은 2011. 8. 원고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노사합의가 단체협약으로서 성격을 가지는지, 그리고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 이미 지급된 임금 중 일부를 사납금 인상분이라는 명분으로 소급하여 돌려받을 수 있다는 합의가 유효한지 등이다. 아래에서는 이를 순서대로 검토한다.

‘단체협약’이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한 협정을 뜻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 대법원 2005.3.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단체협약은 일반적으로 단체교섭의 결과물로서 만들어지지만,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 관한 합의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 성립되어, 당사자 쌍방이 이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가 있어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 또는 날인하는 등 단체협약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것도 단체협약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7.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가 합의하여 체결한 ‘계약’임에도,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개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도 효력을 미치는 이른바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 여기서 단체협약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규범적 효력의 근거와 연결되어 다뤄진다. 이와 관련해서는 견해가 대립한다. 그 의견들을 크게 나누면, 단체협약이 계약과는 전혀 다른 법규범적 성격을 갖는다는 견해와 본질적으로는 계약적 성격을 갖는다는 견해가 있다. 다만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은 단체협약이 개별 근로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쟁점의 상당 부분은 입법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사관계 당사자는 단체협약을 통하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규율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이를 ‘협약자치’라고 한다. 협약자치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해 가지는 통제권 및 근로조건 규제 권한을 전제한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보유하는 단체협약 체결권한은 조합원의 근로생활의 모든 영역에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이에 관한 논의가 ‘협약자치의 한계’에 관한 것이고,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인정하는 노동조합법에서 이는 ‘규범적 효력의 한계’ 문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①기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단체협약도 규범적 효력을 갖는지, ②어떠한 근로조건(예컨대 근로자 개인의 처분권)도 단체협약으로 정하면 규범적 효력을 갖는지 등의 문제로 나눠진다. ①의 질문은 구 단체협약상 근로조건을 신 단체협약으로 불리하게 변경하는 유형과,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상 근로조건을 단체협약으로 불리하게 변경하는 유형으로 다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에서 대상판결에서 다뤄진 것은 ②의 질문이다. 이 쟁점은 노동조합과 조합원 개인의 권리가 직접 충돌하는 영역이다. 근로자의 계약 자유나 기본적 인권과 노동조합의 집단적 근로조건 규제 권한 또는 단결권이 충돌하여 양자 사이에 긴장관계가 나타나는 영역인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를 나누어 살펴본다.

첫째,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통해 개별 조합원에 대하여 근로의무를 창설할 수 없다. 근로의무의 설정은 근로계약에 근거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개별 근로자의 의사를 노동조합의 의사로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노동조합의 동의만으로 시간외근로를 지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이를 근거로 개별 근로자의 동의권을 박탈할 수 없다(대법원 1993.12.21. 선고 93누5796 판결).

둘째, 개별 조합원이 이미 취득한 권리, 즉 조합원의 기득의 권리 또는 이익의 포기를 정하는 단체협약 조항은 무효이다. 예컨대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 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2.4.12. 선고 2001다41384 판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2010.8. 원고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노사합의는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에 해당하고 규범적 효력을 발휘한다. 다만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사납금 인상의 소급효를 인정하고 기지급된 임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부분은 협약자치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서 규범적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한계에 관한 기존 판례 법리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도재형(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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