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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방식 변경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1. 서울행정법원 2019-09-26 선고, 2018구합7747 판결
  2. 저자 김기선

【판결요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자들의 의사를 모아 아파트 관리방식을 자치관리 방식에서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하더라도, 그 과정에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고용 관계를 종료(해고)하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근로기준법 제24조가 규정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등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아파트 관리방식이 차지관리이든 위탁관리이든 반드시 획일적 방식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아파트 안에서 동별 또는 업무 영역별로 구분하여 자치관리 방식과 위탁관리 방식이 병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자치관리 방식에서 위탁관리 방식으로의 변경은 경비원 근로자의 사직이나 정년의 도래 등 다른 사유에 의한 고용 관계의 종료에 따라 위탁관리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법으로 할 수도 있다.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취지와 이런 사정을 함께 고려하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이나 성격, 업무 내용, 아파트 관리의 특성 등을 이유로 자치관리 방식보다 위탁관리 방식이 관리비용, 노무관리, 업무의 효율 등에서 우월하다는 정도의 필요만으로는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그 요건을 완화하여 해석할 수 없다.

 

 

 필자도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아파트는 어떠한 의미일까? 서구 유럽에서 아파트단지는 대체로 단조롭게 획일적인 건축물, 저급한 생활환경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읽혀지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편의성을 갖춘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생활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상징된다. 좀 거칠게 말하면, 대한민국은 아파트 천지인 ‘아파트의 나라’,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아파트에 살기를 희망하고 더 좋은 아파트를 열망하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어느덧 고층아파트로 구성된 아파트단지는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의 대표적인 주거형태가 되어버렸다. 전체 인구 중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국민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 아파트 수요에 대한 대응정책으로 정부의 주택정책이 기존에 해오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수도권 주택공급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3기 신도시 건설정책을 보더라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단지는 “주민을 중심으로 관리소 직원, 경비원, 청소부, 상인, 행상인, 배달원 등이 궤도를 따라 선회”하는 ‘하나의 소우주’이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단지는 주거시설뿐만 아니라 놀이터, 어린이집, 노인정, 농구장, 테니스장, 수영장 등의 스포츠시설, 단지상가 등 공동시설과 이를 관리하는 관리사무소가 모여 있는, 주변 지역과 분리된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주택단지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독립적이고 자치적이라는 의미 속에는 이를 관할 또는 관리하는 존재가 전제되어 있다. 아파트단지에서는 공용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사무소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아파트 등의 공동주거형태가 증가함에 따라 아파트 관리를 둘러싼 노동법적 분쟁 또한 다수 발생하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 사건 중에 아파트 관리와 관련된 분쟁은 이미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와 관련된 분쟁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고용과 관련해서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로부터 관리비를 징수하고 공동의 경비, 하자보수, 청소 등의 업무를 직접 채용하고 지시․감독하는 ‘자치관리’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의 지위에 있게 되는 반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관리를 외부 위탁업체에 맡기는 ‘위탁관리’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등 아파트 관리종사자에게 부당한 지시 등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의한 직․간접적인 지시가 종사자에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고용관계가 문제되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이 문제된다.

또한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경우 대부분 기간제 근로계약이 활용되고 있어 종사자의 고용불안정 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직원에 대해 단기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 등이 문제되기도 하고, 기간제 근로계약의 만료 등을 둘러싸고 갱신기대권의 존재 여부 등이 다투어지는 경우도 다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파트 관리종사자는 저임금 등 대표적인 취약계층을 이루고 있어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있게 되거나 노동정책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감시․단속적 근로를 이유로 한 근로시간 적용제외 및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가 존재하며,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경우 다수의 입주민을 상대해야 하는 관계로 민원처리과정 중 곤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상판결은 아파트 관리방식을 자치관리 방식에서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 정당성을 갖추었는지가 문제된 사건이다. 이 사건 원고는 입주자대표회의이고, 이 사건 피고보조참가인은 입주자대표위원회의 경비반장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의 경비업무를 자치관리 방식에서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의결하고, 경비원 근로자를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해고하였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외부업체와 아파트 경비업무 위탁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경비업무 위탁관리 용역업체는 사직하거나 관리방식 변경 과정에서 해고된 경비원과 고용계약을 체결하여 경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업무를 제외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관리팀, 기계팀, 전기팀, 건축팀 소속의 약 40명의 근로자는 계속적으로 직접고용하여 관리업무를 직접 하고 있다. 이에 피고보조참가인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해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해고로 판단하고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반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 부당해고로 판단하였다. 대상판결 또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는 부당한 해고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관리방식을 직접 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면서 경비원 근로자의 고용을 종료하는 것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이미 “공동주택 입주자들이 공동주택을 자치관리 방식으로 관리하다가 주택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관리하기로 하여 관리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사업의 폐지라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한 관리직원의 해고는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해고로서 정리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재정적 부담이 증가하였고, 노무관리에 대한 어려움 등을 들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는 정당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 갖추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이 적절히 지적하는 바와 같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재정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경비원을 제외한 그 밖의 아파트 관리업무를 자치관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노무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의 주장은 입주민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하여는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을 완화해서 판단해 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판결요지】에서 보듯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이나 성격, 업무 내용, 아파트 관리의 특성 등을 이유로 자치관리 방식보다 위탁관리 방식이 관리비용, 노무관리, 업무의 효율 등에서 우월하다는 정도의 필요만으로는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그 요건을 완화하여 해석할 수 없다.”고 하여 이와 같은 주장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주거형태로 선호되는 이유는 주거관리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아파트 전체에 걸쳐 공동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주자로서는 관리비를 부담함으로써 주거관리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민이 처리해야 할 부담은 고스란히 경비원 근로자, 청소근로자가 맡는다. 관리비 1만 원을 아끼려고 경비원을 해고하기에 앞서 우리는 ‘아파트 공화국의 무명 영웅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기선(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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