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찬반투표의 실시시기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태도, 주변 정세의 변화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요구사항과 교섭대상을 확정하여 조정신청을 하였다면, 조정기간 중이라도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찬반투표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
(2) 노동조합은 2013년 임금협상과 관련한 ‘1차 파업’에 대한 조정신청과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이 사건 파업(2차 파업)’의 목적에 이 사건 현안 사항과 같은 새로운 쟁의사항이 부가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인 2013년 임금협상에 관하여는 종전의 1차 파업 당시 발생한 분쟁상태가 해소되지 아니한 상태이므로, 이미 노동쟁의상태가 발생한 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그 사항에 대해 별도의 조정신청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은 2014.2.25.의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이하 ‘이 사건 파업’ 또는 ‘2차 파업’이라 한다)을 주도한 노조간부들에 대한 징계 사건으로서, 징계 사유와 관련하여 쟁의행위의 목적과 절차의 정당성이 쟁점이다. 주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쟁의행위의 상’과 ‘법리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쟁의행위에 해당하는가’는 별개의 것이다. 입법정책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노조법상의 조정서비스가, 근로자의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약할 수는 없다.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확정되고 노동쟁의라는 분쟁상태(즉, 교섭결렬)가 발생했다면, 노동조합은 조정신청을 하기 전이라도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쟁의행위 목적과 관련해서는 ‘2013년 임금협상’을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으로 파악했고, ‘현안사항(민영화 철회, 해고자 복직)’이 파업의 목적에 포함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으나 이를 제외하였다면 이 사건 파업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쟁의행위 절차와 관련해서는 철도노조가 1차 파업에 앞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므로 2차 파업을 위하여 새로이 찬반투표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그 결과 ‘철도노조의 2차 파업은 정당하므로, 노조간부들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단). 한국철도공사(원고, 항소인)는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항소심에서는 쟁의행위 목적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았다. 철도공사는 항소심에서 ‘2차 파업시 별도의 조정절차와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는 주장에 덧붙여 ‘설령 1차 파업의 찬반투표를 2차 파업의 찬반투표로 보더라도, 그 찬반투표는 조정절차를 거치기 전에 이루어져서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2차 파업시 별도의 조정절차와 찬반투표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하였고 또한 ‘조정기간 중(즉, 조정절차가 종료되기 전)에도 찬반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철도공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41조 제1항의 찬반투표 의무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정당성이 부정되므로, 대상판결에서 찬반투표와 관련하여 다퉈진 두 가지의 쟁점은 중요하다.
첫 번째 쟁점은, 2차 파업시 별도의 조정절차 및 찬반투표를 거칠 의무가 있는지이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이 조정전치절차 및 찬반투표절차를 거쳐 정당한 쟁의행위를 개시한 후 그 쟁의사항과 밀접하게 관련된 새로운 쟁의사항이 부가된 경우에는, 근로자들이 새로이 부가된 사항에 대하여 쟁의행위를 위한 별도의 조정절차 및 찬반투표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란 법리를 제시한 바 있다. 관련 사례는 다음과 같다. 알리안츠생명보험과 노동조합의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노동조합은 조정절차와 찬반투표를 거쳐 2007.11.22. 1차 파업에 돌입하였다. 이후 회사가 성과급제를 일방적으로 실시하자 노동조합은 2008.1.23. 성과급제 실시에 반대하여 2차 파업에 돌입했다. 대법원은 2차 파업에서 새롭게 부가된 쟁의사항(성과급 반대)은 1차 파업시의 쟁의사항(임금협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2차 파업을 위한 별도의 조정절차와 찬반투표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 다른 사례는 서울대병원 사건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찬반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파업을 하였고, 2004.6.23.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보건의료노조의 서울대병원지부는 위 단체협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서울대병원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지부는 보건의료노조 전체 차원의 찬반투표를 거쳤다는 이유로 별도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파업에 돌입하였다. 대법원은 보건의료노조 차원의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쟁의행위가 종료된 이상, 지부 차원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지부 차원 별도의 찬반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위의 법리와 사례를 종합해 본다. 먼저 1차 파업이 종료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1차 파업이 단체협약의 체결 등으로 종료된 경우, 그 이후의 파업은 완전히 새로운 파업이므로 찬반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1차 파업 이후에도 분쟁이 계속되는 경우, 그 이후의 파업은 1차 파업에 연속되는 파업으로서 별도의 찬반투표 절차는 필요 없다. ‘단체교섭의 과정’은 평화적인 교섭과 실력행사인 파업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분쟁이 종료되지 않는 이상, 교섭과정에 벌어진 여러 파업들은 하나의 연속된 파업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1차 파업과 그 이후의 파업들의 목적(즉, 쟁의사항)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2차 파업에서 새롭게 부가된 쟁의사항이 있더라도, 그것이 1차 파업의 쟁의사항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된다.
대상판결은, 철도노조가 2013년 임금협상과 관련한 ‘1차 파업’에 대한 조정신청과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이 사건 파업(2차 파업)’의 목적에 이 사건 현안 사항과 같은 새로운 쟁의사항이 부가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인 2013년 임금협상에 관하여는 종전의 1차 파업 당시 발생한 분쟁상태가 해소되지 아니한 상태이므로, 이미 노동쟁의상태가 발생한 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그 사항에 대해 별도의 조정신청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철도노조의 1차 파업이 종료되었다는 사정은 전혀 없고, 1차 파업의 목적과 2차 파업의 목적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1차 파업과 2차 파업은 단절되지 않고 행해진 연속되는 파업이다. 대상판결은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찬반투표의 시기와 관련하여 조정절차가 종료되기 이전에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①헌법 제33조 제1항의 자주적인 단결권 보장에 따라, 쟁의행위 개시를 위한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②노조법 제45조 제2항은 ‘쟁의행위는 법에 의한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라고 규정(이른바 ‘조정전치의무’)하고 있으나, 이는 조정절차를 거친 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니다. ③노조법 제45조의 조정전치의 취지는 “분쟁을 사전 조정하여 쟁의행위 발생을 회피하는 기회를 주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고, 쟁의행위 개시 이후에도 조정신청이 가능하므로, 찬반투표 실시시기를 반드시 조정절차 종료 후로 제한할 수 없다. ④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찬반투표의 실시시기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태도, 주변 정세의 변화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요구사항과 교섭대상을 확정하여 조정신청을 하였다면, 조정기간 중이라도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찬반투표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하여, 철도노조의 조정신청 당시 교섭요구사항이 확정된 상태이어서, ‘조정기간 중’에 찬반투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조정절차를 잠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기와 관련하여 ‘노동조합의 주도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대상판결의 사안과 달리 노동조합이 ‘조정신청을 하기 전’에 먼저 찬반투표를 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2001년 대법원 판결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분쟁상태인 이른바 '노동쟁의'의 상태에 이르러야 할 뿐만 아니라, 조정절차에서 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안이 제시되었을 경우 그 조정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한 조합원의 의사 역시 반영되어야 함에 비추어 조정절차까지 거친 후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직전에 실시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결은 노동쟁의 상태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찬반투표를 실시했기에 그 절차가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리긴 하였으나, “조정절차까지 거친 후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직전에 실시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법리를 제시한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 이 판결은 조정절차의 취지를 곡해하고 있다. 조정절차는 쟁의행위를 ‘금지’(또는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여 쟁의행위 발생을 회피하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조정절차까지 다 완료하고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면, 조정절차를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회’를 갖기 때문에 이것이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쟁의행위의 상’과 ‘법리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쟁의행위에 해당하는가’는 별개의 것이다. 입법정책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노조법상의 조정서비스가, 근로자의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약할 수는 없다.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확정되고 노동쟁의라는 분쟁상태(즉, 교섭결렬)가 발생했다면, 노동조합은 조정신청을 하기 전이라도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방강수(한양대학교 공익소수자인권센터 연구원,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