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정기상여금에 ‘상여’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상여금의 연원이 은혜적․포상적 성격의 이윤배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고정적 금액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형태의 정기상여금은 더 이상 본래 의미의 ‘상여’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며, 오히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고정적 금액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형태의 정기상여금은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고, 그 지급기간이 수개월 단위인 경우에도 이는 근로의 대가를 수개월간 누적하여 후불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정기상여금의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도 퇴직 전에 자신이 실제로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정기상여금에 대하여는 근로의 대가로서 당연히 그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1.11.24. 선고 81다카174 판결 참조).
[3]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조건을 부가하여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유효한 취업규칙이나 개별적 근로계약 등에 재직자조건이 규정된 경우에도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는 근로제공의 대가로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2015.12.23. 선고 2013다209039 판결 참조).
[4] 임금은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대급부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특히 정기상여금은 그 실질에서 기본급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이 이미 발생한 후불임금인 정기상여금의 부지급이라는 경제적 구속을 통하여 근로자의 계속근로를 확보하는 것은, 계속근로의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7조 및 임금보호를 위한 각종 관계 법령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이 사건 원고들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피고회사가 이를 제외하고 산정한 통상임금에 기초하여 각종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하였음을 이유로 피고회사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경우 추가되는 각종 법정수당 및 퇴직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였고, 이에 피고회사는 피고회사의 정기상여금에는 ‘지급일 당시의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고 지급일 이전의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조건이 부가되어 있어 ‘고정성’을 결여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항변하였다. 대법원은 2017.9.26. ‘지급일 현재 재직하고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지급일 전에 퇴직하면 당해 정기상여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므로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고정성도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이 사건 피고회사의 항변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근거한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에 관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고정성’ 기준을 정기상여금에 ‘그대로’ 적용한 것인바, 소정근로의 제공 여부와 관계없이 설․추석상여금, 하기휴가비, 귀성여비, 김장보너스, 선물비 등 근로자에게 재정적 수요가 필요한 특정한 시기에서의 재직여부를 기준으로 지급여부가 결정되는 수당과 정기상여금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대상판결은 위 2017년 대법원 판결과 견해를 달리하여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2017년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동 판결에 대하여 제기된 다양한 비판을 충분히 고려하여 상여금의 개념, 정기상여금의 본질,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조건의 법적 성격 및 그 적법성 등을 상세하게 판단하였음은 물론, 그 내용 또한 매우 타당하여 특별히 논평이 필요한 부분을 찾기 어려우나, 리뷰를 위하여 필자의 견해를 간략히 더해 보고자 한다.
(1) 우리나라에서 ‘정기상여금’이란 말은 보통 ‘정기적인 임금 외에 분기별 또는 1년에 수회의 특정한 시기에 기본급 또는 기본급에 일정한 수당을 포함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금품’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의미에서의 ‘정기상여금’은 법률용어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이라 함)은 상여금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동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에서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등’의 하나로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되는 장려금, 능률수당 또는 상여금”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상여(賞與)’란 말은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상으로 준다’는 의미이므로, 상여금은 본래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근로자의 공로나 업적에 대한 포상으로 지급하는 금품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여금’은 본질적으로 지급여부 또는 지급액이 가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근기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의 ‘상여금’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쳐 기업의 경영실적, 근로자의 근무성적 등의 사유에 따라 그 지급여부 및 지급액이 달라지는 금품이라는 의미로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본급에 일정한 비율을 곱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형태의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은 ‘매월 정기일지급의 원칙’의 예외들 중 하나로 근기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에서 정하고 있는 상여금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상여금의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가 퇴직일 이전에 근무한 기간에 상응하는 상여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진 대법원 1981.11.24. 선고 81다카174 판결에서 대법원도 상여금이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액이 확정되어 있다면 이는 ‘임시지급의 임금’으로 볼 수 없고 ‘정기일지급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기상여금에 ‘상여’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상여금의 연원이 은혜적․포상적 성격의 이윤배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고정적 금액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형태의 정기상여금은 더 이상 본래 의미의 ‘상여’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며, 오히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에 해당한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근로기준법의 제반 규정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한편,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은 해당 정기상여금의 지급기간의 소정근로는 물론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등 ‘모든’ 근로에 대한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적어도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은 기본적으로 그 산정기간에 근로자가 제공하기로 약속한 소정근로의 대가로 보는 것이 실질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정기상여금은 그 실질에서 기본급과 다를 바 없다”는 대상판결의 판시도 이러한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 “고정적 금액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형태의 정기상여금은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고, 그 지급기간이 수개월 단위인 경우에도 이는 근로의 대가를 수개월간 누적하여 후불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을 확장해 보면,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은 ‘매월 정기일지급의 원칙’을 잠탈하는 탈법적인 임금지급방식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일지급 임금’에 해당하며, 따라서 수개월 간격으로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42조 제2항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다만 무효행위의 전환의 법리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매월의 임금지급일에 분할하여 지급하는 취지의 약정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정기상여금에 ‘재직자조건’을 붙이는 방법으로 ‘임금을 비임금화’하는 것은 임금 정기일지급의 원칙, 금품청산의 원칙 내지 임금의 사전포기에 대한 제한, 강제근로금지 원칙의 각 측면에서 근로기준법의 명문규정은 물론 공서(公序)에도 반하므로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조건’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재직자조건’의 유효성에 대해 재직조건을 일률적으로 위법무효 또는 적법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고 재직조건을 두어야 할 ‘합리적인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손실’의 정도를 비교형량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기왕에 제공된 근로의 대가로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을 사후적으로 상실시키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한 ‘합리적인 필요성’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조건’은 무효이며, 다만 ‘재직자조건’을 퇴직일의 익일부터 지급일 내지 정기상여금의 산정기간의 종일까지의 기간, 즉 퇴직으로 인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에 상응하는 정기상여금을 비례적으로 공제한다는 취지로 제한적으로 해석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한편, 정기상여금의 지급약정에 붙은 ‘재직자조건’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서는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조건’은 정기상여금 채권의 성립에 관한 약정의 기본적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본약정에 부가된 부관(附款)에 불과하므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조건’이 무효로 되는 경우에는 정기상여금의 지급에 관한 약정은 당연히 조건이 없는 계약으로 존속하며, 따라서 그 지급일 이전에 퇴사한 자도 정기상여금 청구권을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논지의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조건을 부가하여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권오성(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