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조업중단으로 입는 손해로는, 조업중단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생산할 수 있었던 제품을 판매하여 얻을 수 있는 매출이익을 얻지 못한 손해와 조업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을 회수하지 못한 손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측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하여 일정량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였다는 점과 생산되었을 제품이 판매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판매가격이 생산원가에 미달하는 이른바 적자제품이라거나 조업중단 당시 불황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장기간에 걸쳐 제품이 판매될 가능성이 없다거나, 제품에 결함이나 하자가 있어서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의 간접반증이 없는 한, 당해 제품이 생산되었다면 그 후 판매되어 제조업체가 이로 인한 매출이익을 얻고 또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3.12.10. 선고 93다24735 판결 등 참조).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에서는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생산라인 중단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고정비’ 손해배상 인정 여부에 대하여 두 개의 사건에서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를 두고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손배’ 대법원, 같은 날 엇갈린 판단」과 같은 기사가 나오기도 했고, 이 기사에서는 과거의 판례에 따라 “공장 점거=고정비 손해 발생”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불법 파업과 고정비 손해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는 법리적 전개의 기대 가능성도 내비췄다.
하지만, 이처럼 결론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대상판결 모두 판단 근거로서 대법원 1993.12.10. 선고 93다24735 판결을 인용하면서 그 논리적 판단 구조를 따르고 있다. 즉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조업중단으로 입는 손해로는, 조업중단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생산할 수 있었던 제품을 판매하여 얻을 수 있는 매출이익을 얻지 못한 손해와 조업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을 회수하지 못한 손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측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하여 일정량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였다는 점과 생산되었을 제품이 판매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판매가격이 생산원가에 미달하는 이른바 적자제품이라거나 조업중단 당시 불황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장기간에 걸쳐 제품이 판매될 가능성이 없다거나, 제품에 결함이나 하자가 있어서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의 간접반증이 없는 한, 당해 제품이 생산되었다면 그 후 판매되어 제조업체가 이로 인한 매출이익을 얻고 또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관계를 살펴보면, 2016다11226 판결에서는 라인의 가동 중단이 16분간 이루어졌지만 당초 일일 생산 예정량(1,023대)을 모두 생산한 반면, 2016다12748 판결에서의 쟁의행위로 인한 가동 중단은 55분간 이루어졌으며, 그 이외에도 사건 당일 설비오작동과 장비고장 등으로 145분의 추가적 가동 중단이 이루어져 당일 생산량보다 203대가 생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2016다11226 판결은 1993년 대법원 법리에서 특별한 사정의 간접반증으로 라인 중단이 단시간에 그쳐서 당일의 생산량에 지장을 미치지 않는 경우를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제조업체의 조업중단으로 인한 손해에서의 고정비 산정은 1993년 대법원 법리가 그 판단 기준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1993년 대법원 판결이 이처럼 일반 원칙으로 인용될 정도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필자는 1993년 대법원 판결 법리가 원심판결의 법리에 대한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으로 이해될 뿐, 제조업체의 조업중단으로 인한 손해에서의 고정비 산정 원칙을 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993년 대법원 판결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제조업체가 조업중단으로 인하여 입는 일반적인 손해는 소극적손해로서 조업중단으로 생긴 생산 및 매출감소에 따른 손해 즉 그 조업중단으로 인하여 감소된 제품의 판매가격에서 그 총원가를 공제한 금원과, 적극적손해로서 조업중단에도 불구하고 무용하게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차임, 조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 상당액의 손해라고 할 것이나, 구체적인 경우 위 각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조업중단으로 인하여 감소된 생산량 및 그 감소된 생산량과 당해 업체의 전체생산량 또는 적정재고량과의 관계, 그 감소된 생산량의 보충가능성, 당해 제품의 평소 판매상태 및 당시의 판매량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발생된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조업중단에 따른 생산량의 감소로 인하여 당해 업체의 매출량이 감소되어 이로 인한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하여야 하고, 비록 생산량의 감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출량의 감소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면 매출이익의 손해가 있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매출이익의 감소로 인한 손해발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결과적으로 고정비지출로 인한 손해도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해당 사건에서 “조업중단일 당시 불황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위 각 제품이 장기간 판매될 가능성이 없었다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 각 제품에 결함 내지는 하자가 있어서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약 25년 전 동절기 상품인 팬히터의 생산라인에서 동절기 대비 생산량의 99%를 판매하던 성수기인 11월에 이루어진 대우전자의 조업중단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재고량 보유․관리는 물론,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첨단 자동차 산업의 고정비 판단에까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과연 현실부합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자동차 업체는 생산차량을 구입하려는 수요층이 상시적으로 존재한다거나 그 수요층의 규모가 언제나 고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그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생산차량이 언제가 100% 판매되어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제품 생산 차질과 영업 손실의 상관관계 및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한 증명을, 손해를 주장하는 자가 부담하는 것이 손해배상의 일반 법리에 부합되는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