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및 건너띄기 링크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홈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인쇄

파견허가를 받은 파견사업주와의 ‘위장도급’의 경우에도 직접고용의무가 유추 적용된다

  1. 서울행정법원 2018-11-15 선고, 2016가합531053
  2. 저자 김기선

【판결요지】
따라서 근로자파견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아니한 자로부터 근로자파견 역무를 제공받는 불법파견과 동일하게 파견법의 규제를 회피할 의도에서 형식상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를 유추적용하여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때 곧바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도급계약의 외관을 취한 경우에 형식적으로 ‘근로자파견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것’이라는 이유로 적법한 파견과 동일하게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직접고용의무발생에 2년의 파견기간을 요구한다면, 사용사업주는 위 2년의 기간 동안 외관이 도급계약임을 내세워 파견법의 규제를 회피하는 불법적 이익을 누릴 뿐 아니라, 파견역무 제공기간이 2년을 도과하기 전에 그 실질이 파견임이 적발될 경우에는 도급계약의 외관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를 손쉽게 해지하여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아니한 자로부터 근로자파견 역무를 제공받는 불법파견과 동일한 불법적 이익을 누리게 된다. 이는 파견법의 규제를 받는 적법한 파견과의 관계에서 법적 형평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용사업주의 파견법 규제 회피 및 위반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불법파견과 동일하다.
따라서 근로자파견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아니한 자로부터 근로자파견 역무를 제공받는 불법파견과 동일하게 파견법의 규제를 회피할 의도에서 형식상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를 유추적용하여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때 곧바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법률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법률해석(Gesetzesauslegung)에 의해서도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판단해야 하는 법관은 고민의 문턱에 서게 된다. 법관은 특정한 사안에 대한 법적 규율이 존재할 것이라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율이 없기 때문에 이를 ‘법률유추(Gesetzesanlaogie)’에 의한 ‘법 보충’을 통해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입법자가 특정한 사안을 규율하면서 그 이외의 사안을 규율하지 않은 것은 입법자에 의해 의도된 것이고, 따라서 규율된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은 달리 판단되어야 한다는 ‘반대추론(Umkehrschluss)’을 통해 사안을 해결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적절한 예가 될 수 있다. 우선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근로자파견허가를 얻어 파견 사업을 하는 D사는 이 사건 피고인 S은행과 은행 임직원들의 출퇴근, 영업 활동을 위한 차량운행업무 수행, 어음이나 우편물의 전달 등을 위탁하는 내용의 차량운행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D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 원고인 근로자들은 용역계약에 따라 피고의 임원 등의 운전기사로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의 일부는 D사의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경우가 있었으나, 임원의 최종면접을 통해 채용되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담당 임원의 일정을 임원 또는 비서들로부터 매일 구두 또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목적지, 대기시간, 운행경로 등을 지시받아 운행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임원의 출퇴근은 물론 외부 일정, 회식 등 행사, 임원의 개인적인 약속을 위한 운행을 하기도 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들의 휴가는 임원의 휴가일정과 연계되어 실시되었다. 그리고 피고인 S은행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매일의 출퇴근시각, 차량운행시각 및 운행내역 등을 기록한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할 의무를 부과하였고 근무일수가 미달하면 월별 도급비에서 이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태를 관리하였다. D사의 현장관리인이 있었지만 S은행은 현장관리인을 통하여 전달하지 않았고 D사의 현장관리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근로자들은 S은행 소속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밖에도 이 사건 차량운행용역계약은 위탁내용에 차량운전, 관리업무라는 것 이외에 운행횟수, 노선 등이 구체적으로 구체화되어 있지 않았고, D사는 S은행으로부터 대기실이나, 책상, 컴퓨터 등의 비품을 무상으로 대여받았고, 업무수행 중 발생한 유류비나 통행료도 S은행이 부담하였고, 출장비와 당직비도 S은행이 지급하였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인정사실을 근거로 이 사건 차량운행용역계약은 실제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노동은 고용한 자와 사용한 자가 일치하는 것을 모범(模範, Vorbild)으로 삼는다. 고용한 자와 사용하는 자가 분리되면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에서 고용과 사용이 분리되는 근로자파견은 이질적인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근로자파견을 규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이 허용되는 대상 업무를 한정하고, 파견이 허용되는 최대기간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파견 허가를 받은 자만이 파견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대한 제재로서 파견대상 업무(상시허용업무나 절대금지업무)를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는 사용사업주에게 그 즉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상시허용업무에서 2년을 초과하거나 일시허용업무에서 그 허용기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동조 제1항 제3호 및 제4호)에는 기간 초과 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사업주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동조 제1항 제5호)에는 그 즉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이 사건 근로자파견은 현행 법률규정의 문언상으로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때부터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운전은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에 해당하고, 파견기간이 2년을 초과한 근로자를 제외하고 이 사건 근로자의 대부분은 파견기간이 2년이 되지 않았고, D사는 파견허가를 받은 업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은 D사가 근로자파견허가를 받았더라도 이 사건 용역계약은 파견법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체결된 것으로 파견허가를 받지 않은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을 받은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가 유추 적용되어 S은행에게 이 사건 근로자가 업무를 제공한 때부터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법률유추를 통해 법 문언을 넘어서는 법적용을 위해서는 특별한 정당성(Legitimation)이 요구된다. 법규범의 유추 적용은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법률의 흠결(Gesetzeslücke)’이 존재하고 구체적인 사안을 통해 이것이 ‘계획에 반하는 것(Planwidrigkeit)’이라는 점이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법률의 유추 적용은 법률이 규율하고 있지 않은 사례를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례와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이 형평 내지 평등 원칙(Gleichheitssatz)에 의해 요구되며 가치위반(Wertungswiderspruch)을 피하기 위해 동일한 법률효과를 부여할 것이 요구되는 경우여야 한다.
파견허가를 받은 파견사업주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실질이 근로자파견인 경우 이에 대해 무허가 파견과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비단 우리의 경우에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파견사업주가 근로자파견에 필요한 허가 없이 근로자를 파견한 때에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체결한 근로자파견계약 및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간의 근로계약이 무효가 되고, 이 경우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간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파견허가를 받은 파견사업주와 ‘위장도급’으로 근로자를 파견받은 경우에도 직접고용간주규정이 적용되는지가 다투어졌다. 이에 대해 학설과 판례는 ‘위장수급인’인 파견사업주가 파견허가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간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특히 독일 연방노동법원은 2016년 7월 12일 판결에서 파견허가를 받은 파견사업주와 ‘위장도급’을 한 경우에는 직접고용간주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추 적용될 수도 없다고 보았다. 이 판결에서 연방노동법원은 그 근거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였지만 주된 논거로 입법자의 ‘계획에 반하는 법률상의 흠결(planwidrige Gesetzslücke)’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독일 파견법을 개정함에 있어 학설에서 직접고용간주규정에는 법률상의 흠결이 있고, 따라서 파견사업주가 근로자파견허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뿐만 아니라 파견허가가 있는 경우에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파견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경우(verdeckte Arbeitnehmerüberlassung)에도 직접고용간주규정이 적용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입법개선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입법자의 ‘무의식적인 부작위(unbewusste Untätigkeit)’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상판결은 파견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을 받은 경우라도 그것이 파견법의 규제를 회피할 의도에서 형식상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가 유추 적용되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았다.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독일의 경우와 달리 우리의 경우 법률상의 흠결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정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였다(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이로 인해 구 파견법하에서는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무허가 파견)’ 또는 ‘파견 허용 이외의 업무에 근로자파견의 형태로 근로자를 사용하는(파견대상 업무 위반)’ 등의 불법 파견의 경우에도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면 파견법상의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되는지 불명확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시행된 개정 파견법은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를 고용의무로 변경하면서, 직접고용의무는 불법파견에도 적용됨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이 법률규정에 대하여는 절대금지업무 위반 외에는 불법파견으로 2년을 초과해야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2년간의 불법 상태를 법이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따라 2012년 개정 파견법에서는 적법파견 외에 모든 불법파견(파견 대상 업무 위반 및 무허가 파견)에 대해 그 즉시 고용의무가 발생토록 하였다. 이렇듯 우리 파견법은 직접고용이라는 사법상의 제재가 적용되는 불법파견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왔다. 이와 같은 파견법 개정의 연혁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파견허가라는 ‘우산’을 쓰고 파견법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도급’하는 것의 문제점을 인식하였다면 응당 규율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적 개선조치를 하였을 것이라는 점이 추단될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판시하는 바와 같이, 파견허가가 있다는 이유로 적법한 파견과 동일하게 직접고용의무에 2년의 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 형평에 반한다. 사용사업주는 ‘위장도급’에도 불구하고 2년간 파견법상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불법적인 이익을 누릴 뿐만 아니라 2년을 초과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직접고용의무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파견법상의 규제를 회피하고 위반을 용인하는 결과가 된다.
한편, 독일의 경우 허가받은 파견사업주에 대한 ‘위장도급’의 사례가 문제 되면서, 2016년 파견법 개정에서는 이를 입법론적으로(de lege ferenda) 해결하였다. 이에 따라 현행 독일 파견법에 의하면 파견사업주가 파견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근로자파견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위장도급’의 경우에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간에 직접고용이 간주된다(독일 파견법 제10조 제1항). 우리의 경우에도 파견허가를 받은 파견사업주와의 ‘위장도급’으로 파견법 규제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입법적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김기선(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참고자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