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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1.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08-22 선고, 2017가합108910
  2. 저자 김린
【판결요지】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그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 등 불이익처분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로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사유 등을 내세워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삼성그룹이 그 계열사의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삼성노동조합의 위원장, 부위원장 등에게 한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하여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이 삼성물산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위와 같이 판시하였다.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까지의 경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1. 7. 13. 삼성노동조합 설립신고(조합원 약 10명)
∙2011. 7. 18. 삼성, 조OO 노조부위원장 징계해고 →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인정
∙2011. 8. 26/27. 삼성노동조합, 유인물 배포 / 삼성 측 제지 → 부당노동행위 인정
∙2011. 9. 9/16. 삼성노동조합, 유인물 배포 / 삼성 측 제지 → 부당노동행위 인정
∙2012. 6. 11. 삼성, 박OO 노조위원장 감급(급여삭감) 3개월 징계 →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인정
∙2013.1.22. 삼성, 백OO 사무국장 정직 60일 징계 → 중노위, 부당징계 인정, 부당노동행위는 기각.
∙2013. 10. 14. 국회의원 심상정,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언론 공개
∙그 후, 삼성 부사장, 상무, 인사그룹장, 차장은 위 유인물배포제지행위로 벌금 5백~1천만원의 노동조합법위반의 약식명령에 처해짐(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약1373호, 확정)

원고측이 제기한 주요 손해배상청구원인과 법원의 판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번호

청구원인

청구의 내역과 금액

법원의 판단

1

유인물 배포 제지행위

위자료 각 10,000,000원

각 2,000,000원 인정

2

조OO에 대한 부당해고

해고 기간 중

가. 성과인센티브

15.004,000원

나. 파크이용포인트 7,300,000점과 복지포인트 3,000점

다. 우리사주 인수기회 상실로 인한 손해 243,000,000원

라. 위자료 90,000,000원

 

가. 전액 인정

 

나. 전부인정(복지포인트는 현금 300만원 인정)

다. 불인정

 

라. 30,000,000원 인정

3

박OO에 대한 부당감급

위자료 60,000,000원

5,000,000원 인정

 

위 사건에 관한 법원의 판결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통상적인 손해배상청구사건의 판결례에 따른 것으로 특이한 점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최대 기업집단이자 무노조경영으로 잘 알려진 삼성그룹에, 사실상 근로자가 주도하는 최초의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발생한 분쟁에 대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근본원인은 삼성이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을 방해한 데 있다. 노동조합 측은 이에 반발하여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 법원을 통해 행정적, 형사적으로 다투었다. 대상판결은 그러한 분쟁이 마무리된 후 제기된 민사소송의 판결이다. 2016년 말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여 판결이 확정되었고, 형사적으로도 삼성측 관련 인사담당자들이 노동조합법위반으로 벌금형에 처해진 상황이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리라는 점은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구체적인 손해배상청구 인용의 근거와 금액이다.
표 1번과 관련하여, 부당노동행위라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손해삼분설에 따를 때,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를 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위자료가 문제된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근로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있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안의 경우 유인물배포 제재행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하여 2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되었는데, 이 금액으로 충분한 위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특히, 노동조합이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 아닌 설립 초기 발생한 사측의 방해행위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유인물배포 뿐 아니라 장래의 조합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방해행위이기 때문이다.
표 2번과 관련하여, 부당해고로 인한 부당노동행위의 경우에는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이 소극적 손해로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도 이러한 임금에 대해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채권자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에 의해서는 물론이고,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도 사용자에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13282 판결). 다만, 체불임금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임금성 즉, 근로의 대가이며, 정기적, 고정적으로 지급되었는가의 논쟁으로 귀결되는데 반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형식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임금성에 대한 판단보다는 조건적 관계 그러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인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는 차이가 있으므로, 청구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주장을 하면 된다.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으로 다툼이 된 항목은 ① 성과급(PS), ② 복지포인트, ③ 우리사주 청약기회 박탈로 인한 손해와 같이 임금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복지성 급부이다. 대상판결은 “해고 기간에 근무하였더라면 받았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성과급과 복지포인트가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점에 비추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법원은 우리사주 청약기회 상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의) 이러한 손해는 근로관계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라 피고의 주식 상장 및 우리사주조합 설립이라는 특별한 사정으로 발생한 손해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피고가 주식 상장에 관하여 이사회 결의를 한 시점은 2014. 6. 3.로 이 사건 해고처분일인 2011. 7. 18.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시점이고, 이 사건 해고 처분 당시 피고의 주식 상장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에게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이 부분 특별손해에 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청약기회 상실에 따른 손해는 통상손해가 아닌 특별손해로서, 피고에게 그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예견가능성의 대상이 되는 우리사주 발행은 피고의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내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는 극도의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안으로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 상당기간 동안의 준비를 거치기 마련인데 피고의 주식상장도 이러한 준비과정의 일환이라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피고의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상판결이 손해배상을 인정한 성과급(PS)의 경우에도, 기업의 영업결과 이익이 발생해야만 지급되는 성격의 금원으로, 그 지급여부를 피고가 원고를 해고한 시점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우리사주 배정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기업의 영업결과 이익이 있다는 것은 기업 자신의 독자적 의사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사주 배정보다 그 예견가능성이 더욱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대상판결은 위자료를 인정하면서 “피고는 원고 조○희의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명백한 의도로 뚜렷한 징계해고사유가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사건 해고처분을 강행한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즉, 피고는 “해고사유가 없음을 알면서도” 부당한 해고에 나아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피고는 위법한 상태를 제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고의로 위법한 행위를 하고 그 결과로 인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켰다면, 이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가 상태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위법상태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이익을 누리게 될 행위를, 피고가 하였다면, 피고는 응당 원고의 손해에 대해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해자가 위법행위를 조기에 제거해 피해자의 추가 피해 발생을 예방할 유인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법적 상태를 방치하도록 법질서가 조력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노동조합활동을 위법하게 방해함으로써 회사는 부당하게 시간을 번다. 그 시간동안 조합활동을 하는 근로자의 고통은 배가되나, 법원의 손해배상청구사건 실무적 경향에 의하면 이 사건과 같이 근로자의 고통은 충실한 배상을 받지 못한다. 삼성이 이 분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킬 시간을 부당하게 벌었고, 그 대가로 잃은 것은 총 위자료 3,600만원(나머지 손해액은 원고가 재직하였다면 어차피 지급해야 할 금원이다)과 인사팀 간부들의 벌금액 약 3,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돈은 삼성에게 큰 돈은 아닐 것이다. 이에 반해 원고 조OO는 수억원의 시세차익 기회를 상실하였다. 앞으로 누가 삼성에서 노동조합활동을 하려고 할 것인가.
누구나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이익타산을 계산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떤 기업의 경우에는 심지어 불법적 행위를 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이 경우 법질서 준수의 관점이 아니라 기업이익의 관점에서 계산을 한다. 즉, 불법행위를 통해 자신이 누릴 이익과 그로 인한 손실을 경제적으로 환산해 셈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법행위의 이익이 크다면 불법행위로 나아간다. 법질서는 그저 손해의 다른 이름으로 전락한다.
이 사건에서 삼성측은 이익을 누렸는가 아니면 손해를 입었는가. 아니 이익을 누려야 마땅한가 손해를 입어야 마땅한가.
생각건대, 노동3권을 보호하고 그 행사자를 국가가 적절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노동3권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이외에도(형사처벌의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한다) 민사적으로도 충분한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방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용자의 계산기가 법질서의 무게를 정확하게 가늠하고 셈할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 계속중이다. 항소심 법원은 어떤 셈을 할지 기대해 보자.

김린(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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