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이 사건 단서 규정을 ‘소속 기관장이 가입대상 공무원의 가입의사를 확인하지 않거나 가입대상 공무원이 가입의사를 밝혔으나 임용일로부터 3개월 내에 가입신청을 하지 않는 등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처럼 가입대상 공무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해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에 가입대상 공무원이 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가입대상 공무원이 그와 같은 사유를 안 날로부터 다시 3개월 내에 가입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사회보장ㆍ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등 헌법 규범에 부합되는 해석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임기제 공무원인 원고가 최초임용 후 약 3년이 지난 후 본인이 고용보험 가입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고용보험 가입신청을 하였으나, 원고의 소속기관장인 피고가 임기제 공무원의 경우 ‘임용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고용보험 가입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는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3조의2를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 불승인처분을 한 것을 다투었다. 원고는 2013. 10. 21.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여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되었으나 이후 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되었고, 2015. 10. 21.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여 재임용되었고, 2017. 10. 21.경 다시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여 재임용되었다.
원고는 2016. 7. 20. 피고(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고용보험 가입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16. 7. 25. 원고에게 최초 임용일로부터 3개월의 신청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6. 10. 17. 고용보험심사관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다시 기각되어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문제된 것은 고용보험 가입 신청기간이었다. 일반적으로 기간과 관련해서 법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으로는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이 있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이고, 제척기간은 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하여 법률상 정해진 존속기간이다.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은 일정기간 권리의 불행사로 그 권리가 소멸한다는 점에서 같으나, 소급효, 중단, 정지, 원용, 시효이익의 포기 등 인정여부가 서로 다르다. 신청기간은 기간이라는 점에서 소멸시효나 제척기간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신청기간은 권리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고 어떤 법적 절차에 진입을 요청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 점에서 소멸시효나 제척기간과 다르다.
신청기간은 법정기간(法定期間)의 하나로서 법령상 불변기간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ㆍ형사소송법상의 항소기간ㆍ상고기간ㆍ즉시항고기간, 행정심판법의 행정심판 제기기간, 행정소송법의 출소기간(出訴期間) 등이 이에 속한다. 신청기간과 같은 불변기간은 법원에서 신축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도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추완(追完)이 인정되도록 근거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다.
행정심판법 제27조(심판청구의 기간) ①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② 청구인이 천재지변, 전쟁, 사변(事變), 그 밖의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제1항에서 정한 기간에 심판청구를 할 수 없었을 때에는 그 사유가 소멸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국외에서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30일로 한다.
③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제1항과 제2항의 기간은 불변기간(不變期間)으로 한다.
⑤ 행정청이 심판청구 기간을 제1항에 규정된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잘못 알린 경우 그 잘못 알린 기간에 심판청구가 있으면 그 행정심판은 제1항에 규정된 기간에 청구된 것으로 본다.
⑥ 행정청이 심판청구 기간을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는 제3항에 규정된 기간에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절차진입을 위한 신청기간이 불변기간으로 정해져 있고 이를 도과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신청은 불가능해지고, 다만 법령상 별도로 ‘신청자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기간 연장’을 인정하는 예외를 두고 있는 한, 추가적인 신청기간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연금법의 적용대상이기 때문에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지만, 별정직 공무원이나 임기제 공무원의 경우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고용보험법」 제10조 제3호) 별정직 또는 임기제 공무원을 임용하는 행정기관의 장은 해당 공무원의 고용보험 가입여부 의사를 확인하여야 하며(동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소속기관장이 해당 공무원의 고용보험 가입여부 의사를 확인한 경우 임용일로부터 3개월 내에 해당 공무원을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고용보험 가입 신청해야 하며 이 경우 해당 공무원이 직접 가입신청할 수도 있다(동 시행령 제3조의2 제2항). 별정직 또는 임기제 공무원의 고용보험 가입 신청기간인 3개월은 법령상 명시된 기간으로서 법원이 스스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 따라서 불변기간으로 볼 수 있다.
고용보험 관련 법령에서는 임기제 공무원의 고용보험 가입 신청기간을 3개월이라고 하고 있을 뿐,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신청기간을 도과한 경우에 대한 보완조치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해당 법령에서 소속기관장이 임기제 공무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도록 시행령에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일 뿐이다. 대상판결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주목하였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해당 공무원의 의사를 확인한 바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고용보험 임의가입에 대한 안내를 한 바도 없다. 더구나 별정직이나 임기제 공무원의 고용보험 임의가입과 같은 사항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문외한이 스스로 알기 어렵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들에 주목해서, 임기제 공무원의 고용보험 임의가입 신청기간이 불변기간이고 또 본인 귀책사유 없는 경우 신청기간을 연장해준다는 예외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임기제 공무원 본인의 귀책사유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불변기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법해석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고용보험 법령에서 임기제 공무원의 고용보험 가입 신청기간에 관한 별도의 예외규정을 둔 바 없지만, 사회보험의 취지를 고려하여 기간 도과 후의 신청이 인정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도출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고 매우 전향적이고 타당한 법해석을 하였다고 평가된다. 대상판결로 인하여 향후 해당 부분에 대한 법령 개정의 여지가 보인다.
노호창(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