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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 인사관리와 명예훼손 방치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인정

  1. 서울지방법원 2018-06-21 선고, 2017가합539658
  2. 저자 양승엽

【판결요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어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보고를 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정당성 없는 명령권을 행사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였다면 이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에게 이석장부를 작성하고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하게 한 것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관한 부분까지도 공개할 것을 강제한 것으로 피고의 행위는 사용자로서의 정당한 지휘감독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근로자인 원고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원고 근로자를 ‘급식충’에 비유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으로서 사내 게시판이 당초의 운영 목적대로 건전하고 자유로운 의견교환의 장으로서 기능한 것이 아니라 익명성을 이용한 특정 개인을 비방하는 공간으로 이용된 것이다. 피고 회사는 해당 사건의 게시물 및 댓글로 원고 근로자가 계속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기술적으로 글을 바로 삭제 및 차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원고 A는 2015. 6. 15. 피고인 제약회사 B에 부장급으로 입사하여 제약과 헬스케어 부분의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던 자로서 입사 5개월 후 업무 실적에 대한 채근을 받았으며 6개월 후인 2016. 1. 1.자로 담당 팀이 해체된 후 타 팀의 리서치 업무를 돕는 전문위원으로 재직하였다. 동년 1. 19.자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대기발령 1개월을 명하였고, 원고가 고객에게 지위 상의 불안정을 이유로 견적서를 보내주지 않는 것은 회사의 신용훼손 및 업무방해와 비밀유지 위반 등에 해당하므로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 피고 회사는 이 사건에 대해 신용훼손과 업무방해, 전자기록손괴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였으나 검찰은 혐의 없음 처분을 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피고 회사의 징계해고에 대한 양정 과다로 무효 판정을 하였고, 피고 회사는 원고를 2016. 7. 4. 경영지원부로 전직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2016. 12. 28. 회사 메일을 개인 메일 계정으로 무단발송한 사실을 근거로 추가 징계가 있기 전까지 대기발령을 명령하였다. 이 대기발령 기간 동안 원고는 피고 회사의 상사에게 이석 시 시간과 행선지를 적는 ‘이석장부’를 작성하여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하여야 했으며 그 내용에는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포함되었다. 원고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석장부 작성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정으로 피고 회사는 더 이상 이석장부 작성을 명령하지 않았지만 이석 시 구두로 행선지와 시간을 보고할 것을 원고에게 지시하였다. 또한 대기발령 기간이 장기화 되면서 2017. 4. 10. 사내 직원 게시판에 원고를 무전취식을 하는 자로 상실감을 느낀다는 글과 이에 원고를 급식충으로 지칭한 댓글이 작성되었다. 피고 회사는 본 사건 소송 중인 2018. 1. 23.에 이르러서야 위 게시글과 댓글을 삭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원고 근로자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2016. 7. 4.에 행한 전직 명령이 무효임과 부당해고와 형사 무고, 이석 장부 작성 및 사내 게시판의 명예훼손 글 방치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그리고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소급임금에 대한 미납분 등을 청구하였다.
본 사건에서 지방법원이 원고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한 부분은 전직 명령의 무효와 이석 장부 작성ㆍ비치와 사내 게시판의 명예훼손 글 방치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이다.
먼저 피고 회사의 전직 명령에 대한 법원의 판시 내용을 보면, 기존 대법원의 견해대로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무효가 되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중략…)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고 한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근로계약에서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참조).
본 사안의 경우에 있어, 법원은 제반 업무에서 연구 수요가 많은 피고 회사가 연구원 직렬인 원고를 비품 관리와 회의 지원 등을 하는 총무ㆍ지원부서인 경영지원부로 발령하는 것은 피고 회사의 업무상 효율 증진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원고의 입장에서는 전직에 따른 직급, 급여, 근무지는 변동되지 않지만, 자신의 학력과 입사 전 경력에 비추어 볼 때 연구원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에 종사할 것이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어 그 업무의 종류와 내용이 변경되는 것은 중대한 불이익이라고 판단하였다. 법원의 판시 내용 중 흥미로운 점은 전보 처분의 이익으로서 사용자가 제시한 동료 근로자들의 탄원서가 위법ㆍ부당한 이석장부의 작성 지시와 명예훼손 글의 방치 등 피고 회사에 의해 유발 내지 악화된 상황에서 작성된 것이어서 본 사건 전직 처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쟁점으로서 이석장부 작성 지시ㆍ비치 및 사내 게시판 명예훼손 글 방치에 대한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어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보고를 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정당성 없는 명령권을 행사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였다면 이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안의 경우 이석장부를 작성하고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한 것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관한 부분까지도 공개할 것을 강제한” 것으로 “피고의 행위는 사용자로서의 정당한 지휘감독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근로자인 원고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
명예훼손 글의 게시물 방치에 대해서 법원은 먼저 “인터넷 상의 홈페이지 운영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전자 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게재된 것을 방치하였을 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하기 위하여는 그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여야 하고 (…중략…)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중략…) 삭제의 기술적ㆍ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2다72194 판결의 내용을 소개한다.
그리고 본 사안의 경우 법원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ㆍ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가 있음을 전제한 뒤, 원고 근로자를 ‘급식충’에 비유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으로서 사내 게시판이 당초의 운영 목적대로 건전하고 자유로운 의견교환의 장으로서 기능한 것이 아니라 익명성을 이용한 특정 개인을 비방하는 공간으로 이용된 것임을 적시하였다. 결국 피고 회사는 해당 사건의 게시물 및 댓글로 원고 근로자가 계속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기술적으로 글을 바로 삭제 및 차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직장 괴롭힘의 한 유형으로 사용자(관리자 포함)의 가학적 인사관리를 꼽을 수 있다. 본 사안에서 업무와 상관 없는 전직 명령과 대기 발령자에게 이석 장부를 작성ㆍ비치하게 하고 그 내용으로 생리행위까지 포함하게 한 것이 적극적인 가학적 인사관리라면, 타 근로자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가 지속적인 상황에서도 이를 구제하지 않은 것은 소극적인 가학적 인사관리라고 할 수 있다. 직장 괴롭힘이 협박, 모욕, 폭언, 명예훼손, 따돌림 등의 유형으로 나타날 경우 그 외형적인 폭력성으로 쉽게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전보ㆍ전직 명령과 근태 관리 등으로 나타나는 직장 괴롭힘은 사용자의 인사 권한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 위법성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현재 우리 노동법제에 직장 괴롭힘을 금지하는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더욱 불투명하다. 사견으로 직장 괴롭힘의 일종으로서 가학적 인사관리란 “직장 내의 지위나 다수의 우월성을 이용하여 특정 근로자나 특정 근로자 집단을 대상으로 의식적ㆍ지속적ㆍ반복적으로 신체적ㆍ정신적 공격을 가하거나 소외시키는 일체의 행위 중 하나로서 조직 및 경영상 목적으로 인사 권한(부작위를 포함)을 수단으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판결은 이러한 가학적 인사관리가 일반적인 불법행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특히, 사용자의 의무로서 직장 괴롭힘과 관련하여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ㆍ물적 환경을 정비할 보호의무를 부담”할 것을 적시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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