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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표지갈이’ 교수에 대한 해임의 정당성

  1. 대전지방법원천안지원 2018-07-27 결정, 2018카합10195
  2. 저자 권오성

【결정요지】

채권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자 전문적으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고도의 연구윤리를 준수하여 성실하게 근무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과 공모하여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함으로써 저작권법위반죄를 범하였고, 이는 연구부정행위이자 성실의무위반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① 채권자는 종전의 관행에 따라 위법성에 대한 별다른 인식 없이 서적의 판매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출판사 직원의 요청에 응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고,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동일한 위법행위를 반복하였다거나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거나 허위의 연구실적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 ② 채권자와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저작권법위반죄를 범한 다른 대학의 교수들은 해임처분보다 경한 징계처분을 받거나 해임처분을 받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양정 과다로 징계처분이 취소되기도 한 점, ③ 채권자가 이 사건 해임처분 이전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던 약 20년 동안 경징계인 견책 처분 1회 받은 것 이외에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 없이 성실하게 교수직을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충남녹색환경지원센터장 직책을 수행하며 환경보전활동을 한 공로로 대통령 포장을 받기도 하는 등 학내ㆍ외 활동으로 많은 공로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채권자의 교수 신분을 박탈하는 이 사건 해임처분은 징계처분에 있어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표지갈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지난 2015년 검찰은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저자나 표지 디자인만 바꿔 출간하는 일명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알면서도 눈감아준 ‘표지갈이’ 교수 180여명을 적발하여 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으로 무려 179명의 교수들을 기소하였다. 당시 검찰은 허위 저자는 연구실적을 제출하고 학문적 권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출판사는 전공서적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점, 원저자는 인세를 추가로 수령할 수 있다는 점 등 3자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표지갈이’라는 비정상적 관행이 교육계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일부 언론에서는 논문이나 저서 표절에 대한 사회적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대학들도 표절 등 연구윤리 위반에 엄정 대처하고 있다면서 ‘대학들은 교수들의 표절이 사회 문제화하자 표절 근절을 위해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벌금 300만 원 이상의 선고를 받으면 재임용 대상에서 거의 예외 없이 탈락시키는 추세’라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채권자는 2015년 당시 타인이 저술한 서적에 공저자로 이름을 빌려주었다가 그러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어 저작권법 위반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결국 8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되었다.
채권자의 유죄로 확정된 범죄사실은, 다른 사람이 2014. 9.에 「대기오염제어공학」이라는 제목으로 초판 발행한 서적의 저작자가 아님에도 위 서적을 그 제목만 「대기오염방지기술」로 바꾸고 채권자 등을 그 공저자로 하여 2015. 3.에 ‘초판’ 발행하는 방법으로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실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하였다는 점이다. 채권자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되자, 이 사건 채권자가 재직하는 대학을 운영하는 채무자 학교법인은 ‘채권자가 저작자가 아님에도 본인을 공저자로 등재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행위는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며 교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성실의무를 위반한바, 연구윤리 확립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향후 이와 같은 일들이 학내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사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18. 6. 8. 채권자를 해임하였고, 이에 채권자는 관할법원에 ‘해임처분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이 사건 가처분신청에 대하여 법원은 “채권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자 전문적으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고도의 연구윤리를 준수하여 성실하게 근무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과 공모하여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함으로써 저작권법위반죄를 범하였고, 이는 연구부정행위이자 성실의무위반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채권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음을 긍정하면서도, ① 채권자는 종전의 관행에 따라 위법성에 대한 별다른 인식 없이 서적의 판매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출판사 직원의 요청에 응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고,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동일한 위법행위를 반복하였다거나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거나 허위의 연구실적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 ② 채권자와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저작권법위반죄를 범한 다른 대학의 교수들은 해임처분보다 경한 징계처분을 받거나 해임처분을 받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양정 과다로 징계처분이 취소되기도 한 점, ③ 채권자가 이 사건 해임처분 이전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던 약 20년 동안 경징계인 견책 처분 1회 받은 것 이외에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 없이 성실하게 교수직을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충남녹색환경지원센터장 직책을 수행하며 환경보전활동을 한 공로로 대통령 포장을 받기도 하는 등 학내ㆍ외 활동으로 많은 공로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채권자의 교수 신분을 박탈하는 이 사건 해임처분은 징계처분에 있어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①과 관련하여 법원은 채권자가 ‘종전의 관행에 따라 위법성에 대한 별다른 인식 없이’ 표지갈이를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률에 관한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이 저술하여 이미 출판까지 한 책을 그 제목만 바꾸어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공저자로 하여 출판하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률의 어떠한 법조항에 위반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수긍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출판사 및 원저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하여 그 서적을 구입하려는 자를 ‘기망’하는 행위라는 점은 알 수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적어도 이러한 행위가 전체 법질서 차원에서 ‘위법’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평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대학의 연구업적에 대한 평가가 매학년도 말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문제가 된 「대기오염방지기술」의 출판일인 2015. 3.이 속한 학년도가 끝나기 전에 원고의 ‘표지갈이’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원고가 기소되지 않았었더라면, 채권자는 아마도 대학에 위 서적을 자신의 연구업적으로 제출하였을 것이고, 그리되었다면 채권자도 다른 ‘표지갈이’ 교수들처럼 저작권법 위반 이외에 업무방해죄의 혐의로도 기소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②와 관련하여 법원이 ‘다른’ 대학에 소속된 교수들의 징계양정을 기준으로 채권자에 대한 해임의 징계양정의 상당성을 평가하는 판단방식은 필자에게는 매우 생소하다. 물론 유사한 비위행위에 대하여 ‘다른’ 대학에서 어떠한 수준으로 징계하였는지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사립’ 대학에서 교원을 징계함에 있어 ‘다른’ 대학의 사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의 판단이 조금 의문스럽다.
이 사건 결정의 당부를 떠나 이 사건 결정문을 보면서 “만약 정년보장을 받지 못한 조교수나 부교수가 ‘표지갈이’를 한 사실이 적발되어 8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되었음을 이유로 학교에서 ‘재임용’을 거부한다면,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할 재판부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기간제로 임용된 조교수나 부교수보다 정년을 보장받은 정교수에게 연구윤리의 면에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표지갈이’ 따위를 하라고 교수에게 정년(停年)을 보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권오성(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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