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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에 대한 형사처벌 가부

  1. 대법원 2018-06-28 선고, 2018도2429
  2. 저자 노호창
【판결요지】

구 고용보험법(2015. 1. 20. 법률 제130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의 규정 체계, 같은 법 제116조 제2항의 문언, 구 고용보험법 제75조는 출산전후휴가 또는 유산ㆍ사산휴가를 받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피보험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를 이후의 규정에서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으로 부르기로 정의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구 고용보험법 제116조 제2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같은 법 제37조의 ‘실업급여’, 같은 법 제70조의 ‘육아휴직 급여’, 같은 법 제75조의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구 고용보험법 제21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을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 또는 구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2017. 1. 4. 법률 제145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의 위반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구 고용보험법 제116조 제2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고용보험법」상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에 대해 「고용보험법」 제116조 제2항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ㆍ육아휴직 급여 및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을 받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고, 대법원은 해당 규정은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에 한정해서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보아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형벌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고용보험법」은 두 가지 사업으로 대별되는데,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의 경우 주로 사업주에 대한 지원을 통해 근로자의 고용촉진ㆍ고용유지ㆍ직업능력개발 등 근로권 보장을 우회적ㆍ간접적으로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및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은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생계유지 및 고용보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이 중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의 한 가지 내용에 속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기의 변동, 산업구조의 변화 등에 따른 사업 규모의 축소, 사업의 폐업 또는 전환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한 휴업, 휴직, 직업전환에 필요한 직업능력개발 훈련, 인력의 재배치 등을 실시하거나 그밖에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그 사업주에게 지급되는 금전이다. 직접적으로는 사업주의 재정난 극복을 위한 기능을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근로자에 대한 경영해고를 방지한다거나 최소한 늦출 수 있는 기능을 한다. 즉 간접적으로는 근로자의 고용보장에 기여한다.
다만 고용유지지원금은 법률상 그 요건과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법률상 제도가 아니고 시행령상 제도이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상의 지원제도 중 한 가지로서 그 근거 자체는 법률에 개괄적으로 임의규정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나(「고용보험법」 제21조 제1항) 구체적인 제도로서의 고용유지지원금 그 자체의 지급요건, 지급방법, 지급절차 등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위임되어 있다. 따라서 고용유지지원금 청구권은 시행령상 요건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인정되는 시행령상 권리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 권리성은 약하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법률상 권리가 아니므로 국회의 동의가 없어도 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처럼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상의 여러 제도들은 법률에서 구체적인 제도를 규정하지 않고 하위규범에 구체적인 제도를 위임해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경기변동이나 노동시장의 상황 등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제도들을 신설, 변경, 폐지하는 등 탄력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서이다.
그에 비해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및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의 경우 그 요건과 내용이 법률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법률상 제도이다. 즉 국회의 동의가 없이는 폐지되거나 변경될 수 없는 제도인 것이다. 그러므로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및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의 경우, 당사자가 그 요건을 갖췄을 때 당사자가 그 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는 법률상 보장받을 수 있는 법률상 권리로서 강한 권리성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고용보험법」상의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이나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및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을 위한 재원은 결국 노사에서 갹출되는 것이기에 제도의 유지ㆍ존속을 위해서는 재원고갈을 방지해야 하고 재원고갈 방지 및 제도의 바람직한 운영을 위해서는 법적인 측면에서나 정책적인 측면에서나 부정수급에 대해 제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정수급에 대한 제재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행정처분은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행정처분의 근거가 법률에 존재하면 되고(법률유보의 원칙) 설사 행정처분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에 모두 규정하기 어려워서 하위법령에 일부 내용을 위임하더라도 법률에 구체적으로 그 범위를 정하여두면 하위규범에 대한 위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또한 부정수급의 경우 그 방법이나 액수와 관련하여 불법성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법률 및 행정입법에서 그와 관련된 행정처분의 수위를 정할 때 행정청에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형벌은 신체의 자유 등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라고 하는 대원칙의 지배를 받는다. 죄형법정주의는 법률주의, 명확성원칙, 소급효금지원칙, 적정성원칙, 유추해석금지원칙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 중 법률주의는 범죄와 형벌은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야 하고 명령ㆍ규칙ㆍ자치법규 등에 의해 범죄와 형벌을 규정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물론 오늘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형사처벌에 관련된 모든 법규를 예외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범죄와 형벌에 대해 하위규범에 위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등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위임을 하더라도 범죄와 형벌의 주된 내용은 법률에서 정하고 그밖에 구체적인 내용을 다른 법률이나 명령ㆍ규칙 등 하위규범에 위임하는 정도만 가능할 뿐이다. 즉 행정처분에 있어서의 위임의 허용범위와 형벌에 있어서의 위임의 허용범위는 매우 다르다. 형벌에 대한 위임에 있어서는 대법원에서도 일찍부터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해왔다.
현재 「고용보험법」 벌칙 조항에서는 부정수급의 처벌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에 대해서만 명시하고 있고, 고용유지지원금을 비롯한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상 지원금의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벌칙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고용유지지원금을 비롯한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상 지원금의 부정수급에 대해 시행령에 그 벌칙이 별도로 구체적으로 위임된 바도 없다. 그렇다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률에 구성요건과 벌칙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에 대해 형벌로 처벌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의 입장은 지극히 타당하다.
또한 고용보험의 지원금을 부정수급했다는 측면에서 유사성이 있긴 하지만 유추해석금지원칙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을 실업급여 등 부정수급에 준해서 실업급여 등 부정수급 처벌규정을 가지고 처벌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유추해석금지원칙상 피고인에게 유리한 유추해석은 허용되지만 불리한 유추해석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고용유지지원금을 포함하여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의 지원금에 대해서는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및 출산전후휴가급여 등과는 달리 그 부정수급에 관하여 형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은 자 또는 받으려는 자는 경우에 따라 형법상의 사기죄의 적용을 받게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의무위반과 제재 간의 형평성이나 법률 간의 통일성 등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고용보험법」 자체에서 예컨대, 「고용보험법」 제116조의 개정을 통해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의 지원금에 대한 부정수급죄를 별도로 신설하는 것도 입법론적으로는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
첫째, 부정수급은 거짓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는 경우인데 반해, 형법상 사기(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 구성요건이기 때문에, 부정수급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어서 그 범위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둘째, 근로자에게 적용되고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실업급여ㆍ육아휴직급여ㆍ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의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부정수급액의 환수, 지급받은 액수만큼의 추가징수, 추후 지급제한 외에도 형벌 규정을 두고 있으면서, 사업주에게 적용되고 금액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의 각종 지원금의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지급제한 조치라든가 환수조치 이외에는 별도의 형벌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균형성 및 통일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고용보험법」 이외에 다른 노동 기타 사회보장 관련 법률, 예컨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임금채권보장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에서도 부정수급에 대해 행정처분 이외에 형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의 각종 지원금의 부정수급에 대해서도 형벌규정이 신설되는 것이 일견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성요건은 부정수급을 ‘한’ 자에 한하여, 형량은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을 ‘산술적으로’ 고려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정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고용보험법」상 근로자의 실업급여ㆍ육아휴직급여ㆍ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의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고(법 제116조 제2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부정수급의 경우 의료기관이나 약국 종사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법 제127조 제1항), 산재근로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으며(법 제127조 제2항), 「임금채권보장법」상 체당금 부정수급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고(법 제28조 제1항),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부정수급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는바(법 제115조 제2항), 이러한 행위들에 대한 형벌은 미수는 처벌하지 않고 기수만 처벌하고 있다는 점, 사업주의 불법성은 적어도 근로자의 불법성보다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는 점, 각 법률들 간의 의무위반의 형태나 죄질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한편, 벌칙규정을 도입하는 경우에 부정수급에 대하여 형벌과 제재적 행정처분의 병과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재의 총합이 법 위반행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잉된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 관련 부정수급에 대하여 형벌을 도입한다는 전제에서는, 부정수급액의 5배에 상당하는 액수 이하의 금액을 추가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고용보험법」 제35조 제2항의 행정제재의 수준은 합리적으로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정수급액의 5배 이하의 추가징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규정은 부정수급 사건을 억제하기 위해서 고용노동부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2008년 개정된 내용이다. 이는, 부정수급에 대한 행정제재의 정도와 관련하여,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의 부정수급에 대한 행정제재의 경우,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및 출산전후휴가급여 등과 달리 부정수급에 관한 벌칙규정이 없는 점이 고려되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대상판결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현행 입법과 관련하여 유사 법률들 간의 제재의 통일성, 행위태양과의 균형성, 제재의 적정성 등 입법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정비의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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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창(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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