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는 제1호에서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제4호 본문에서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1)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2)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3)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4)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5)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6)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5.25. 선고 90누1731 판결, 대법원 2006.5.11. 선고 2005다20910 판결 참조).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위 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고보조참가인(주식회사 재능교육)과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해 학습지교육 상담교사로 업무를 수행한 원고 교사들 및 그들이 가입한 원고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은 재능교육이 원고 교사들에 대해 위탁사업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 교사들이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신청을 모두 각하하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들이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심급을 불문하고 원고 교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항소심을 제외한 1심과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였다.
근로자의 개념은 노동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1차 관문이라는 점에서 국내외를 불문하고 노동법의 핵심논쟁대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의 개념에 대해서는 개별적 노동관계를 다루는 「근로기준법」과 집단적 노동관계를 다루는 노동조합법은 다음과 같이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 |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
대법원은 이와 같이 상이한 근로자 정의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의 관리․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 반면에, 노동조합법은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그 입법목적에 따라 근로자의 개념을 상이하게 정의하고 있다.”(대법원 2004.2.27. 선고 2001두8568판결)라며 그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단체교섭을 위한 노동조합설립만이 문제되었던 골프장캐디 사건(대법원 1993.5.25. 선고 90누1731 판결), 레미콘운송차주 사건(대법원 2006.5.11. 선고 2005다20910 판결)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유무를 판단하였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판결요지 (1)~(6)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여 위와 같이 제시된 대법원의 종래 입장을 좀 더 구체화하였다는 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종래에는 대법원이 사용종속성과 임금 등에 대한 생계의존성을 중심으로 판단기준의 큰 틀을 제시하면서 사용종속관계의 판단기준을 간략히 언급하였다면, 대상판결에서는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근로자성 판단 시 종합적으로 고려할 대상이 되는 여러 가지 요소를 망라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제시한 판단요소들은 이전의 사례에서 대법원이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언급하였던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의 것으로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새로 정립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설시한 고려요소들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특정 사업자’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특정 사업자’라는 표현의 반복과 관련하여, 이 표현에 착목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의 노동3권 행사에 응할 구체적인 상대방으로서의 사업자가 선행적으로 존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3권을 구성하는 각각의 권리 상호 간에 위계질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점, 노동조합법은 기업별 노동조합 외에도 지역별, 산업별 노동조합 등 초기업별 노동조합 형태를 상정하고 있는 점, 특정 사업자가 전제될 수 없는 구직 중인 노동자의 경우에도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한 점(대법원 2004.2.27. 선고 2001두8568판결) 등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기 위해서 ‘특정 사업자’의 존재가 반드시 전제될 필요는 없다. 상대가 되는 특정 사업자가 존재하여야만 노동조합이 인정된다고 본다면 노동3권 중 특히 단결권은 그 보장범위가 대단히 축소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대상판결을 독해함에 있어서는 ‘특정 사업자’라는 용어는 그러한 특정 사업자가 ‘부존재’하는 경우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소극적 요소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되며, 어느 구체적인 특정 사업자가 ‘존재’한다면 사용종속관계가 보다 용이하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적극적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판결은 특정 사업자에 대한 사용종속이 문제되는 전속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단결권보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에는 비전속적 대리기사, 앱 등 플랫폼에 기반하는 음식배달원 등과 같이 어느 구체적인 사업자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비전속적 직종도 존재하는데, ‘특정 사업자’를 이와 같은 의미로 이해한다면 대상판결이 이들의 단결권을 배척하는 것이라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둘째로, 대상판결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점은 기실 ‘특정 사업자’의 언급보다는, ‘사용종속관계의 정도 내지 밀도’에 관한 설시이다. 이는 종래의 판례 법리에서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부분으로, 소득의존성에 있어서는 절대적 의존이 아닌 ‘주된’ 의존인지를, 법률관계의 지속성․전속성의 경우에도 ‘상당한 정도’일 것 등의 설시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같이 자영업자와의 경계가 모호한 영역에서 직종의 특성에 따라 법원이 사건별로 구체적 타당성을 도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장차 이와 같은 기준의 의미가 여러 직종에 대해 이 법리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겠지만, 기준 확립의 중심은 대상판결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린(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