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근로자파견의 확대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업의 핵심 업무인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근로자파견을 허용할 경우 제조업의 적정한 운영, 나아가 제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근로자파견의 대상 업무에서 제외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일정한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용사업주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의 파견금지와 그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업주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와 그 대표이사인데,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기 때문에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파견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되어 각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들은 이 재판의 계속 중에 근로자파견법 제5조 제1항 및 제4항, 그리고 제43조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근로자파견의 대상 업무에서 제외하여 이 업무에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업주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신청이 기각되자 위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의 논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로는 근로자파견의 대상업무에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는 것의 합헌성이고, 둘째로는 이러한 금지를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의 합헌성이다. 이 중 첫 번째 논점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첫 번째 논점에 관련하여서만 보도록 한다.
이 사건 결정(이하, 대상결정)은 사용사업주의 직업수행의 침해 여부에 관해서 과잉금지원칙에 따라서 심사하고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대상결정 이전에 헌법재판소는 2013.7.25. 선고 2011헌바395 결정(이하, 2013년 결정)에서 근로자파견법이 허용하고 있는 근로자파견업무의 범위를 벗어나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거나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근로자파견법 제43조 제1호의 관련 부분이 파견사업주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과잉금지원칙에 따라서 심사하고 합헌이라고 판단한 적이 있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위헌심판의 대상법률조항이 근로자파견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서, 즉 근로자파견법이 파견을 금지하는 업무에 대해서 근로자파견을 한 사람에 대해서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이었다면 대상결정에서는 심판대상법률조항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근로자파견의 대상 업무에서 제외하여 이 업무에서 근로파견사업을 수행하거나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2013년 결정의 심판대상법률조항이 대상결정보다 더 넓기 때문에 2013년 결정의 결론이 합헌인 이상 새로운 논거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는 한 2013년 결정의 결론이 뒤바뀌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2013년 결정의 주요 논거를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첫째로 파견근로자의 현상에 대한 인식을 보면 2013년 결정은 “통상 파견근로자들이 직접고용 근로자들에 비하여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열악하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근로자파견사업 허용 대상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 등과 같이 허용 대상이 아닌 업종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과 같은 이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하여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직접고용을 증진하고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하고 있다. 둘째로 2013년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근로자파견이 금지되는 업무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합리성이 있는지, 그리고 근로자파견을 금지하는 사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이에 대해서 2013년 결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근로자파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건설공사업무, 하역업무, 선원업무 등은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서 절대적으로 제외하고 있는데,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핵심업무로서 탄력적인 인력관리의 필요성이 적을 뿐 아니라 이러한 영역에 근로자파견을 허용할 경우 전체 근로자의 상당수가 종사하고 있는 제조업 전체가 간접고용형태의 근로자로 바뀜으로써 고용이 불안해지는 등 근로조건이 열악해질 가능성이 높고, 건설공사업무, 하역업무, 선원업무 등은 모두 유해하거나 위험한 성격의 업무로서 개별 사업장에서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근로자파견의 특성상 파견업무로 부적절하므로 그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고 있다.
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2013년 결정은 이미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근로자파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률 조항의 합헌성에 대해서도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결정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논증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대상결정은 이 점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대상결정의 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대상결정은 충분한 재정적 기반과 전문성을 갖춘 근로자파견업체가 다수 존재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및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들에게 안정적인 임금이 보장되고 경력 향상에 필요한 적정한 교육이 실시되며, 충분한 경험과 실력을 쌓은 근로자라면 누구나 근로자파견업체를 통해 언제든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여 근로자파견제도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서는 근로자파견의 확대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둘째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조업의 핵심 업무인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근로자파견을 허용할 경우 점차 제조업 전반으로 간접고용이 확대되어 수많은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인력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초래되어 결국 제조업의 적정한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제조업의 특성상 근로자가 각종 공정기술을 습득하고 전문적인 설비를 취급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숙련되지 못한 파견근로자가 업무의 내용이나 작업 환경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업무에 투입될 경우 사고가 발생하거나 작업의 안정성․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고, 근로자의 잦은 변동은 전문 인력의 양성 및 노하우(know-how)의 집적을 어렵게 만들어 기술의 첨단화를 통해 미래 산업의 동력을 창출하여야 할 제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로 근로자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의 경우에도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용사업주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로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거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규정만으로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한다는 입법목적을 실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영훈(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