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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단속적 근로자인 아파트 경비원들의 가면 휴게시간

  1. 대법원 2017-12-13 선고, 2016다243078
  2. 저자 신수정

【판결요지】

결국 원고들의 휴게시간 중 상당시간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로운 휴식․수면시간의 이용이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근무초소(경비실) 외에 독립된 휴게공간을 제공받았는지, 독립된 휴게공간이 아닌 근무초소(경비실)에서 휴게시간을 보낸 것이 원고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인지, 원고들이 휴게시간에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였는지, 피고가 휴게시간에 원고들에게 경비 또는 순찰을 지시하거나 원고들의 근무상황을 감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피고의 휴게시간 중 경비 또는 순찰의 지시로 인하여 원고들의 나머지 휴게시간이 방해받았는지, 이와 같은 휴게시간의 방해가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인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한 다음, 원고들이 휴게시간에도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관계를 오인하거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리뷰 대상 판결은 감시단속적 근로자인 아파트 경비원들이 가면(parasleep, 일명 ‘일탈수면’) 상태로 취한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그 여부에 대해 판단한 사건이다. 

사실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는 2006.10.경 고용노동부로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후, 원고 경비원들을 고용하여 아침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24시간 근무하고, 그다음 날 쉬는 격일제로 운영하였다. 경비원들의 구체적인 근무시간은 총 24시간 근무 중에 18시간의 근로시간과 6시간의 휴게시간(12~13시의 점심휴게 1시간, 18~19시의 저녁 휴게 1시간, 24~4시의 야간 휴게 4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서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피고)는 원고 경비원들에게 근무시간 18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였고, 경비원들은 6일 중 4일은 야간휴게시간에 1시간씩 순찰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에 경비원들이 1일 6시간의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 지급을 주장한 사건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1.1.20. 관리사무소장을 통해 경비원들의 근무기강 해이에 대한 즉시 시정을 촉구하면서 특별지시(1호)로 “야간휴게시간(24:00~4:00)에 가면상태에서 급한 일 발생시 즉각 반응(별도 취침시간, 장소 없음)”을 지시하였고, 2011.2.24.과 2011. 3.7.에도 동일한 특별지시를 반복하였고, 2012.9.3. 작성된 경비일지에도 “심야시간:가면 상태임, 초소 불 끄고 취침하는 행위 근절”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한편, 원고 강○○은 2014.1.20. 피고에게 ‘근무초소(경비실)는 업무공간이지 휴식공간이 아니며, 피고가 2012.4.5.경 「휴게 또는 수면장소 미설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음에도 2년 가까이 시정되지 않고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휴게장소를 설치해 주고, 휴게시간, 특히 야간휴게시간(24:00~4:00)에 경비실의 불을 켜고 근무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로 휴식을 취하도록 한 것은 휴게시간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초과근무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이에 서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4.2.6. 경비직원의 휴게시간 등에 관하여 입주민들에게 안내문을 게시하였고, 2014.2. 8. ‘휴게시간’, ‘순찰중’이라고 기재된 푯말을 제작한 후 근무초소(경비실)에 부착하도록 하였으며, 2014.2.13. 경비원 휴게실을 설치하고 경비원들로 하여금 휴게시간 중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6.7.21. 선고 2015나46101 판결)은 경비원들이 야간휴게시간에 순찰업무를 수행한 것은 초과근무에 해당하여 임금 지급 의무가 있지만, 나머지 휴게시간의 경우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긴급 상황 발생 등 비상연락체계 유지를 위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특별지시(1호), 직원 중요 숙지사항은 근무형태에 기인한 것이고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피고(서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을 통해 문서로 지시한 특별지시(1호), 직원중요숙지사항 등은 경비원들에게 별도의 취침시간과 취침장소가 없다는 전제에서, 야간휴게시간(24:00~4:00)에 근무초소(경비실) 내의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경비실) 내의 조명을 켜 놓도록 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피고의 지시로 시행된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나머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경비원)들의 야간휴게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수면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경비실)에서 불을 끄고 취침하는 경비원들에 대하여 입주민의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된 점, 2012.9.3. 작성된 경비일지 내용, 순찰조 조장의 감시 내용 진술 등을 근거로 “피고는 경비원들의 근무평가에서 입주민들의 민원사항 중 지적사항을 그 평가사유로 삼고 있고, 이와 같은 경비원들의 근무평가 결과는 경비원들의 재계약 여부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관리소장을 통해 야간휴게시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감시단속적 근로 종사자는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 의해, 근로시간․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 및 1일 근로시간에 제한)이 적용 제외되는 직종이다. 또한, 근로시간에 따른 고용형태가 특별하고 피로가 적고 대기 시간이 많은 점 등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되어 오다가,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해 노동 강도가 증대하고 있는 실태를 반영하여 2007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감액 적용되었고, 2015년 1월 1일부터는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게 되었다. 대상판결의 원고들의 직업인 경비원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한다.

근로시간에 대해서 판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한다.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입장이 반영되어 대기근로에 대한 내용이 2012년 2월 1일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으로 신설되었다. 

그러나 제50조 제3항이 신설되면서 오히려 대기시간을 없애고, 휴게시간으로 강제로 설정하는 흐름들이 발생하였다. 이후에 2015년 1월 1일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전액 지급이 적용되면서(「최저임금법」 제5조 및 시행령 제3조),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휴게시간을 늘리고, 근무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전액 적용의 부담을 회피하려는 리뷰 대상 판결과 같은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제정 및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과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3조가 합쳐지면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2018년 16.4%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더 많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시의적절하게도 경비원의 휴게시간 판단에 대해 사용자의 실질적 지휘․감독 여부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휴게시간 여부에 '사용자의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노력 여부'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경우에는 휴게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경비원들 일부가 사용한 지하실은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반공호로 사용되는 공간으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닌 점, 2012.11.1. 관리소장의 주요지시사항에 ‘지하실 불필요 물자 반입금지:처리되어야 할 일반물자로 침대, 의자, 빈화분, 재활용품’을 지적하고 있는 점, 2012.7.2. 관리소장의 주요지시사항에 같은 해 6.18.~6.29. 실시한 지하실에 대한 안전검검결과 ‘나무사다리 방치, 비인가 전열기구, 폐품 보관 방치, 침대 설치, 공동식탁(설치) 등’을 한 관련자에 대하여 벌점조치를 한 점, 2012.7.25. 관리소장의 주요지시사항에 지하실 침대 이용자에 대하여 근무기강 불량을 지적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경비원들 중 일부가 ○○아파트에 별도의 휴게장소가 없어 부득이 피고의 징계 등을 무릅쓰고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것을 두고,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경비원들에게 휴게장소를 제공하였다거나 휴게장소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2014.2.6. 입주민들에게 안내문을 통해 휴게시간 및 휴게장소를 고지한 것을 근거로 “2014.2. 이전에는 입주민들에게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하여 ‘사용자의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노력 여부’도 중시하였다.

이 판결이 근로시간과 달리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휴게시간의 성격을 이용하여 근로자에게 휴게시간을 강제로 설정한 후, 인건비를 절약하려고 하는 사용자의 노력에 빨간 신호등이 되길 바란다. 

 

신수정(서울시립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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