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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자 및 조력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와 사업주의 책임

  1. 대법원 2017-12-22 선고, 2016다202947
  2. 저자 구미영

【판결요지】

사업주의 조치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피해근로자 등을 가까이에서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그 조치의 내용이 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면, 피해근로자 등은 불리한 조치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사업주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2017년 국내외에서 진행되었던 Me too 캠페인은 성희롱, 성추행으로 인해 노동권이 침해되는 여성의 현실을 드러낸 중요한 사건이었다. 성희롱 피해자를 퇴출하는 기업 문화 속에서 위축되어 있던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경험을 공유하여 사회적 대응을 모색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상판결은 성희롱 예방 및 피해자 보호는 사용자의 의무이고 조력자에 대한 보복조치가 갖는 위법성을 대법원이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2017년을 마무리하는 유의미한 판결이었다. 

 

1. 사실관계

 

직속 상사로부터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을 당하던 원고는 성희롱 고충처리 담당자에게 피해사실을 신고하였다. 신고 접수 후 사건 처리를 담당하는 인사팀원이 동료직원들에게 사건에 대해 유출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발언했던 점, 신고 후 원고를 기존 업무로부터 배제하고 사건처리 과정에서의 분쟁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한 점, 원고의 사건해결 노력을 지원하던 조력자인 동료에 대해 징계 처분을 한 점 등에 대해 피고 회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되었다. 원심은 성희롱 피해 발생에 대한 사용자 책임, 인사팀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였고, 배치전환 처분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는 불리한 조치로 판단하였다(제14조 제2항). 그러나 조력자를 제14조 제2항의 보호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해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성희롱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패소 부분에 대하여 각각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하여 결과적으로 이 사건 원고 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모두 인용되었다. 원심 판단 중 파기한 지점 또는 원심 판결을 보다 발전시킨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상판결은 성희롱 피해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 금지 규정의 의의를 강조하면서 판단기준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원심 판결에서 제시한 기준을 한층 발전시킨 것으로 특히 피해자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 침해 정도와 피해자가 입은 불이익을 비례 형량한 결과, 불리한 조치에 대해 다른 구제절차를 한 경우 그 경과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점에서 그러하다. 

 

“사업주의 조치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결과 견책 처분이 성희롱 피해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무관하고 정당한 사유에 근거했다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견책 처분 관련 노동위원회, 검찰, 헌법재판소 등의 절차에서 피해자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온 점, 피고 회사도 징계 처분을 최종적으로 취소한 점, 피해자에 대해서만 유독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형평성을 잃은 점, 배치전환 처분이 위법한 불리한 조치로 이미 인정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원심 판결은 불리한 조치 금지 규정의 수범자인 사업주를 “사업주인 당해 법인은 물론 그 대표자, 그리고 그 불리한 조치를 할 권한을 위임받은 담당 임직원”을 포함한다고 해석하였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의무가 사업주 외에 관련 권한을 위임받은 임직원 등 모두에게 부여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상판결의 두 번째 중요한 이슈는 성희롱 사건 조력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에 대해 조력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이다. 대상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은 피해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금지한 것이기 때문에 조력자를 보호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조력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는 피해자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구성되거나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보아 사용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성희롱 사건의 맥락을 고려하여 조력자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피해자의 인격적 이익 또는 안전한 환경에서 근로할 권리 침해로 연결된다는 점을 아래와 같이 상세하게 서술하였다.  

 

“피해근로자 등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불리한 조치를 보고 구제절차 이용을 포기하거나 단념하라는 압박으로 느껴 성희롱 피해에 대해 이의하거나 구제절차를 밟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사업주가 동료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함으로써 피해근로자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사정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3. 판결의 의의와 한계

 

대상판결은 성희롱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용자의 불리한 조치 금지 조항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조력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법리를 제시한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다만 불리한 조치 금지 조항의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 조력자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에는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영국의 평등법처럼 성희롱 관련 증거나 진술을 한 것을 이유로 보복조치를 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책임과 불리한 조치금지 규정 위반 책임을 인정한 판결임에도 위자료 청구 소송방식의 구제절차가 갖는 한계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제에서 원고가 주장할 수 있는 청구가 거의 모두 인용되더라도 위자료로 피해가 적절하게 구제되고 해당 기업문화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대만의 성희롱금지 법제처럼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안, 캐나다 연방인권법처럼 성희롱 등 성차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방안, 피해에 대한 부가적 손해배상명령을 도입하는 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후 이 판결이 나오기까지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피해자가 부담했어야 할 정신적, 경제적 부담 역시 심각한 문제이다. 성희롱, 성차별 피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조사하고 구제명령을 내릴 수 있는 EEOC와 같은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구미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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